요즘 돈은 안되지만 경력에 도움이 될까 말까한 일때문에 좀처럼 시간을 못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여느때처럼 생계를 위해 피시방 알바를 끝내고 잠깐 짬을 내서 게임 좀 했습니다.
엠토를 하기엔 촉박해서 S.T.A.L.K.E.R.의 모드팩인 'Ultra Zone'을 아주 조금 진행했습니다. 스토커 3부작은 출시된지 16년 정도 된 FPS와 RPG를 합쳐놓은 게임의 조상들격인 물건입니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형성된 통제구역the Zone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현상들과 그 속에서의 인간군상들을 그려낸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햄스터가 서버를 돌리는 타르코프의 아버지격이기도 합니다. 타르코프는 제한시간과 온라인 경쟁요소를 도입하여서 긴장감을 조성한다면, 스토커는 생존과 스토리 진행을 위해 이상현상들과 괴물들과 적대적인 인간들 틈바구니 속에서 직접 걸어다니는 게임입니다. 최근에 우크라이나 제작사에서 2탄을 발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해서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현시점에서도 스토커 1탄 3부작은 해외 모딩 커뮤니티들에 의해 아직도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게임자체를 뜯어고쳐서 그래픽 개선은 물론이고, 총기류를 추가한다던지, 몬스터를 추가한다던지, 그외 여러가지 요소들을 추가하거나 개선하곤 합니다. RPG에 스카이림 모딩 커뮤니티가 있다면, FPS에는 스토커 모딩 커뮤니티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모드들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현재는 G.A.M.M.A 모드와 Escape from Pripyat 모드가 양대산맥으로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떤 모더가 현재 작업중인 'Ultra Zone'이라는 모드팩이 마음에 들어서 가끔씩 합니다.
저는 여러 세력들factions 중에서 용병mercenary을 골라 플레이 중입니다. 타르코프의 USEC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본거지는 Dead city 지역의 스포츠 센터입니다. 스샷에서 레닌동상 맞은편 건물.
워낙 옛날물건이라 다이렉트11이라해도 광원의 완성도나 최적화는 좋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모더들이 게임을 말 그대로 오버홀하고 Reshade로 후보정까지 먹여서 볼만한 그래픽을 만들어냈습니다.
오늘 한 임무는 기지인 스포츠센터 주변에 괴물들이 있으니 좀 청소하라는 거였습니다. 말 그대로 먹고 살기위해 KS-23 산탄총을 들고 청소했습니다. 괴물은 블러드써커 2마리였습니다. 말 그대로 동물과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놈입니다. 얘한테 죽으면 피를 빨려먹는 데드씬이 나오기도 합니다.
투명화한 채로 빠르게 뛰어다니다가 플레이어를 기습하는게 특징입니다. 하지만 윤곽과 하얀색 눈은 보여서 한마리는 쉽게 상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마리가 나오면 난감해집니다.
왼손에 들고있는건 가이거 계수기입니다. 원래 바닐라에서는 없는 아이템입니다. 그저 방사능 수치가 높은 지역에 들어가면 깍깍하는 소리만 들리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모더들이 직접 손에 들고 볼 수 있는 형태의 가이거 계수기를 추가해넣었습니다.
기능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기존처럼 방사능 수치가 높은 지역에 들어가면 깍깍소리를 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액정의 숫자로 플레이어가 얼마나 피폭되었는지를 표현해줍니다.
너무 심하게 피폭당하면 HP가 깎여나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방사능 수치를 떨궈주는 아이템들을 사용해줘야 합니다. 방사능관련 약들은 당연히 있는데 물, 담배, 보드카(실제로는 피폭전에 요오드 팅크를 섞어서 먹어야 예방효과가 있었음. 갑상선때문) 같은 황당한 물건들도 먹힙니다. ㅋㅋ.
사실 스샷에서 들고있는 KS-23 산탄총도 바닐라에서는 없는 총입니다. 타르코프에서 등장한 물건인데 모더들이 스토커에서 구현해놓은 물건입니다.
사실 타르코프는 스토커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 진 게임이지만, 반대로 타르코프도 모더들에 의해 스토커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총기류도 그러하지만 특히 각종 애니메이션들은 타르코프의 그것들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용병들의 기지인 스포츠센터 2층의 모습. 말 그대로 먹고 자는 공간.
라디오에는 노래가 나오는데 키노의 노래 2곡도 나옵니다. 하나는 혈액형이고 또 하나는 곡 이름을 모르겠네요.
위에서 말씀드린 애니메이션 들중 식사. 그래픽의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타르코프의 그것입니다.
모드에서 추가된 수많은 총기들중에 하나. SVD 지정사수소총중에 PMC 모델. 타르코프만큼 세세하게 총을 개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음기, 스코프, 유탄 발사기는 사다가 장착할 수 있습니다.
그 외로는 메카닉에게 공구를 찾아다 가져다주면 총기성능까지 개조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SVD 지정사수소총이지만 피카티니 레일로 개조된 모델이라 ACOG 4배율을 달고 있습니다. 이 스코프도 모더에 따라 이중 렌더링으로 구현하기도 하지만(워낙 옛날 게임이라 프레임 저하가 심함), 성능을 떨구지 않으면서 최대한 그럴싸하게 구현하는 모더도 있습니다.
Ultra Zone의 모더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특히 이게 정말 감탄스러운 장면입니다. 스코프를 통해서 상을 볼때, 스코프가 움직이면 하우징이 상을 가리는 것을 이중 렌더링 없이 표현해냈습니다!
그리고 또다른 요소. 이 PMC 모델의 SVD에는 기본적으로 작은 도트사이트가 딸려 있습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ACOG와 도트사이트를 빠르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바닐라에서는 없던 요소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토커 모드중의 총기류 모드인 Boomsticks and Sharpsticks이 Ultra Zone 모드팩에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BaS 모드가 들어있는 G.A.M.M.A와 EFP에도 마찬가지의 기능이 있습니다.
간만에 심심풀이 글을 쓰니 재밌네요.
첫댓글 타르코프가 딱 이런, RPG 요소가 메인이고 PVP 요소가 없거나 매우 적었다면 저 같은 쫄보 나약맨에겐 최고의 게임이 되었을텐데..
저도 그런 타르코프를 하고 싶어서 싱글 타르코프를 시도했었는데 영 아니다 싶어서 스토커로 떼우고 있네요.
스토커, 최고의 게임 중 하나죠.
사실 이 게임이 엔진이 불안정해서 버그도 많고; 단점이 없는 게임이 아닌데, 취향만 맞으면 진짜 대체제가 없는 게임이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fps+rpg요소에 날씨변화, 생존요소, 탄도학 등등 여러모로 꽤 시대를 앞써간 부분이 있는 게임이죠.
처음 상점에서 나오면 기타치는 로너들 구경하고 퀘스트 받아서 어디 으스스한 실험실 갔더니 깜깜해서 나이트비전 키고 불완전한 시야로 쫄면서 나아가는데 여기저기서 이상현상과 막 물건이 날라다니고 그러다 갑자기 괴물 나타 놀라서 도망치고 밖으로 나왔더니 에미션 폭풍에 근처 건물에 숨어서 창밖으로 울긋불긋한 하늘 쳐다보고 나중에는 팩션 전쟁에도 참여도 하고 개인적으로 스토리상 예상치 못한 반전도 맞닥뜨리고 마침내 다시 파티 짜서 엔딩으로 향할때는 처음 쫄보로 실험실 갈때와 달리 짬이 차서 마음가짐이 꽤 비장했죠 ㅎ
그리고 역시나 본편이 가장 재밌었지만 확장팩들도 나름 재밌게 했는데요.
클리어 스카이는 전반적으로 본편에 못 미치지만 마지막 미션만큼은 공들인 티가 나고 굉장했습니다. 스토리적으로 보면 꽤 좋은 프리퀄이였다고 생각하고요.
콜오브프리피얏은 여러모로 좀 정제된 느낌이고 좋은 의미로 무난한 게임이였는데 스토리적으로도 나름 훌륭하게 시리즈를 마무리했다고 생각합니다.
@qoqudwl 저는 클리어 스카이를 엔딩까지 못해봐서 아쉽습니다. 바닐라도 그렇고 모드들까지 CTD가 너무많이나서 결국 놔버린 기억이 있네요.
여담으로 저의 영어실력의 반은 스토커 덕분에 얻은거 같습니다. 모딩을 하다보니 한글패치를 하면 CTD가 나서 영어로 사전찾아가며 진행하다가 이렇게 되버렸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