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 개발과 도시 발전
춘천시와 주민들 함께 추진 `낭만골목'
벽화·조형물 설치 마을 재생 프로젝트
원주민의 공존·역사와 예술의 접목
도시개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
침체기 원일·평원로 활성화 추진 원주시
쉼터 등 조성 걷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
인구정체 속 신시가지 확장되는 강릉시
2018동계올림픽 연계한 사업 추진 주목
도내 구도심 개발은 이제 막 첫발을 뗀 형태다. 춘천 원주 강릉 등은 200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구도심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발 계획을 마련했고, 동해 삼척 평창 등도 서서히 구도심의 문제점을 파악 중이다. 일선 시·군의 도시재생 계획과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2) 춘천·원주·강릉의 도시재생
■춘천= 춘천시 소양로2가 춘천칠층석탑 옆 10여개의 상가가 밀집된 골목을 찾은 평일 오후 지나가는 행인 한 명 없이 황량했다. 대부분의 상점은 간판이 아예 없었고 출입구를 굳게 막은 녹슨 철문 등이 몇 년째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골목 맞은편 서부시장 상가 내에서 20년째 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변순남(여·67)씨. 구 캠프페이지 정문에서 불과 400여m 떨어진 곳으로 2005년 미군이 철수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변씨의 마트는 2교대 근무로 24시간 영업했다. 당시 야간에 미군과 부대 관계자들에게 담배나 요깃거리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현재 오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만큼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쏠쏠했다. 그러나 요즘 수익은 미군 철수 이전의 30%도 채 안돼 매달 상가 임대료 내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이처럼 캠프페이지를 둘러싸고 있는 소양지구와 근화동 일대는 미군부대 이전 후 급격한 주변지역 공동화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춘천과 중앙 등 구도심 초등학교 5곳의 학생 수는 평균 1,000여명에서 쇠퇴가 가속화된 현재 150명 내외로 급감했다.
변씨는 “미군이 철수하고 맞은편 가게들은 조용히 자취를 감췄고 남아 있는 상점들도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실정”이라며 “정부나 춘천시에서 이곳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시와 주민들이 추진하는 `낭만골목'은 도시개발로 주민들이 떠나 구도심으로 전락한 효자1동을 살리기 위한 마을 재생 프로젝트다.
춘천시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난해부터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일환으로 삭막했던 담벼락이나 마을 공터에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낭만골목 회색의 담벼락은 호랑이와 나비 등 형형색색의 화사한 벽화로 채워졌으며 하늘지킴이 정크로봇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꾸며져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올해도 문화체육관광부의 2년차 사업에 선정돼 최근 사업이 본격화됐다. 춘천시는 지난 7월12일 대전에서 열린 도시재생 우수사례에서 문화와 예술 분야의 접목 등 도시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효자1동 낭만골목을 제시했다. 철거 위주의 도시개발보다는 원주민의 공존과 상권 회복, 역사와 예술 분야의 접목 등 현 정부가 요구하는 도시재생의 방향을 반영한 것이다.
■원주= 원일로를 대표하는 농협 원일로지점 앞 사거리에는 차량들이 물 흐르듯 거침없이 시가지를 관통하고 시민들은 한결 깨끗해진 거리에서 도로변 상가에 진열된 상품에 눈을 돌리며 즐거워했다.
지난해 11월 편도 3차선의 일방통행 및 미관개선과 가공선로 지중화사업이 마무리된 원일로의 새로운 모습이다. 원주시는 2010년부터 지역 상권의 중심지였다가 신규택지 개발과 대형마트 입점 등으로 침체기를 맞은 원일·평원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협소한 인도와 가공선로 등 낡은 도시 이미지를 없애는 구도심 활성화사업을 추진해 왔다. 국비 63억원과 도비 10억원, 민자 80억원 등 총 294억원이 투입된 구도심 미관개선사업으로 3m에 불과했던 인도는 5m로 늘어났고 가로수와 가로등이 새롭게 정비됐으며 곳곳에 마련된 쉼터 등 걷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됐다.
원주시는 걷고 싶은 거리 조성에 따라 원일로와 평원로가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며 구도심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교통 이용이 오히려 힘들어져 전통시장 이용 불편이 심화됐다는 불만도 나오는 등 해결할 과제도 남아있다.
전통시장이 위치한 중앙로도 차 없는 문화의 거리로 변화하고 있다. 원주시는 2008년부터 총사업비 126억여원을 들여 중앙로 문화극장~구 명륜파출소 구간 1.3㎞에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를 목표로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문화의 거리는 전신주가 사라지고 파라솔과 의자 등 휴식공간 및 주목과 꽃이 있는 녹색공간에서 다양한 문화행사와 공연 등이 펼쳐지며 유동인구 및 매출이 늘어나는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원주시 관계자는 “구도심 활성화사업 및 중앙로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으로 낡고 허름했던 구도심의 모습이 걷고 싶은 거리로 변화하며 많은 시민이 찾고 있다”며 “보다 다양한 콘텐츠와 시설 등을 보강해 구도심 활성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차시설 부족에 따른 불편과 쇼핑 및 먹거리, 즐길거리 부족 등의 한계로 인해 투자 대비 효과가 낮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화의 거리 4단계 사업 대상지인 가구골목 상인들은 지난 7월 열린 원창묵 시장과의 간담회에서 차량통행을 막는 문화의 거리 사업에 반대했다.
상인들은 “기존에 조성된 문화의 거리도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차량이 통행하지 못해 상점들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며 “차량 통행을 막는 차 없는 거리는 안 된다며 현 도로나 개선해 달라”고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강릉= 비좁고 가파른 계단을 지팡이에 의지해 힘겹게 오르는 노인의 뒷모습이 부기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 일대의 현재 인구는 935명으로 최근 8년 동안 무려 495명(34.6%)이나 줄었다. 빈집이 26채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후 건물을 철거한 부지와 도시계획도로 예정 부지는 텃밭으로 변해 있었다.
강릉시 관계자는 “이곳은 급경사의 고지대에 주거 지역이 형성돼 비좁고 가파른 계단과 골목길이 미로처럼 펼쳐져 있고 빈집도 계속 늘어나 정비가 시급하다”고 했다. 옥천동도 노후·불량 건축물 밀집지역으로 꼽힌다.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지역 인구 감소 및 고령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옥천동 인구는 1997년 7,087명에 달했지만 지난 7월 현재 4,076명으로 3,000여명이 줄었고 고령인구 비중도 20%에 달한다.
교2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1997년 1만1,451명이던 인구가 7월 말 현재 9,628명으로 1,823명이 줄었다.
새로운 택지 개발로 인구가 분산되면서 도심 공동화가 심각한 지역으로 옥천동, 교2동, 중앙동, 홍제동, 포남1동 등이 꼽힌다. 강릉시는 1979~1987년 사이 포남지구 구획 정리 사업을 실시한 데 이어 2001년 홍제동, 교동, 지변동, 유천동 일원 114만4,317㎡의 교동택지(솔올지구) 개발사업을 마쳤다. 또 최근에는 LH가 강릉시청, 강릉원주대, 솔올택지지구와 인접한 유천동 일대에 67만㎡ 규모의 유천지구택지 조성사업을 마치고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용지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처럼 신시가지는 계속 확장되고 있지만 강릉시 전체 인구는 정체 상태여서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상권이 침체된 구도심에서 신시가지로 인구 이동을 부추겨 도심 공동화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권혁기 강릉시의원은 “신규 택지 및 아파트 공급량 증가, 대형마트 진출에 따른 기존 상권 쇠퇴 등으로 도심 공동화는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며 “2018 동계올림픽과 연계한 도시재생사업 추진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올 하반기 조직 개편에서 도시재생과를 신설한 강릉시는 도시재생 차원에서 2018동계올림픽과 연계한 환경 정비 및 프로그램 구축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남인 강릉시 도시재생과장은 “아직 도시재생 관련법이 시행되지 않아 사업의 범위, 내용 등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2018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고품격의 정주·투자 여건을 조성해 지속적인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동계올림픽과 연계한 도시재생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