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질렀는데도 알지 못한 실수들
이장욱
오늘은 종일 방에서 지냈는데도
실수를 저질렀네.
나는 혼자였고 어디다 전화를 하지도 않았고 SNS도 안 하는데 그러고도
실수를
인생은 이불 속에서…… 습관 속에서…… 소문 속에서…… 시위도 안 하고…… 지나가는데 매일
실수를
실수에 대해 생각을
가령 내가 당신에게 인사를 안 했다.
소주를 퍼마시고 무례한 말을 했다.
남의 남이 퍼뜨린 소문을 믿고 너만
알고 있어, 이건 확실한 얘긴데 말야……라고 말을 꺼냈다.
사실 나는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고
술은 입에도 못 대고
입에서 입으로 건너다니는 이야기는 다
아니 땐 굴뚝의 연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인데
제가 무슨 실수를 한 거죠?
제가 왜 경찰서에 있죠?
내 존재 자체가 실수라는 뜻이야?
내일은 출근을 못하겠다고 전화를 했다.
해가 지다가 멈춘 하늘을 바라보았다.
거기서 깊은 위로를 받았다.
왜냐하면 만물이
나와 같은 실수를 하는 것 같아서
나는 전화를 걸어 당신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제가 실수를 저지른 것 같군요.
저는 하루 종일 혼자였고
친구도 없고
침묵을 지켰고
심지어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계간 《시와 반시》 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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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1968년 서울 출생. 1994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 『정오의 희망곡』 『생년월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