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추석이다.음력으로 팔월 십오일이라는 것과 밤이 되면 만월이 된 달님을 구경한다는 의미도 함께 있다는 거.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만나는 날이기도 하고 조상님에게는 한가위 차례를 드려 살아 있는 후손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를 드리는 날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그렇지만,오늘날 피 튀기는 자본주의적인 세상에서의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런 기본적인 민족의 전승을 제대로 계승 발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사람들은 물질 문명이 주는 많은 혜택에 눈이 멀어 이런 고유한 민족 전통 고수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이 보인다. 그 반증으로 인용하자면 인천 공항을 통해 휴가 떠나는 이들의 숫자가 백만을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오늘이 명절이라도 그냥 보통의 날처럼 여기는 이들도 대단히 많은 것로 알고 있다.
그리고 보니 글쓰는 이도 어떠한가? 묻는다면 나도 큰소리 칠 게 없다고 담담히 말할 뿐이다.우리 가족도 올해 처음으로 추석 그냥 보내기로 했다.이는 가족상의 이유로 추석 명절을 각자가 보내기로 가족회의서 결정했다.다들 나이가 있고 모여 차례 지내는 거 보통 복잡한 일이 아니기에 한 달 후면 선친 기일이 있기에 그때 가서 후손으로서 예의를 표하자고.
막상 오늘이 추석이라고 해도 무덤덤할 뿐이다. 하기샤, 이 시기에 무신 추석이라고 선머슴애처럼 좋아 하겠는가? 모든 것들이 그냥 그대로 있을 뿐이고 가슴에도 열정이 식은 듯이 무감각해져 있다.
어찌 보면 글로 표상하는 민족의 전통을 그리는 마음과 추석 당일에 맞이하는 현실적인 일상하고는 거리적인 괴리가 확실히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오늘 해가 솟아오른다.여느 날 아침처럼. 오늘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기에. 그냥 늘 그러 한대로 해가 맑아온다.오늘은 아침부터 느긋하다.서둘어 바깥 채비할 게 없는 탓에 일어나 늘 하는 대로 조반 준비했다.
나 홀로 삶이기에 요새는 바삐 움직일 필요가 없다. 간만에 나는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조반은 어제 상경한 갑년인 동생과 함께 했다.여자가 없는 이 환경에서의 두 남자의 식탁은 그야말로 주부적인 솜씨는 없고 이웃 반찬가게의 줌마의 솜씨로 채워진 반찬에 수저만 움직인다.이제는 낯설어진 게 아니라,어찌할 수 없는 일상의 평범함으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오늘이라고 해서 무슨 특별한 음식이 대령하겠는가? 늘 있는 반찬과 나의 손으로 만든 된장국이 오늘 나의 먹을거리이다. 오늘이 무신 날이라고 해서 마음에 싸한 기분은 없다. 설령 그런 게 있다면 무얼 하누? 그것이야말로 불필요한 감정적인 탕진이 아닌가 한다.
그냥 그저 있는 그대로 먹고 또한 감사하게 여기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침 시간대는 별다른 할 일이 없어서 넷상으로 미국칭구들이 하는 야구 경기를 보았다.
중식은 영등포역 앞에서 바로 밑동생과의 만남이 있어서 둘이는 밖으로 나가 전철 타고는 역으로 북상했다. 안에는 다른 평일처럼 사람들이 많이 없고 단출한 만석이라도 채우는 듯이 전철은 급히 용산역향해 달려 간다.
영등포역서 하차하여 밖에 나오니 전화가 울린다. 받고 보니 동생이 어딘가?하고 묻는다. 금방 영등포역 앞에 나왔다. 건너편 길에서 동생 손을 흔들고 있는 거 보인다.
만나 중식 먹을 곳 찾는다. 오늘이 오늘인 만큼 대부분 다양한 식당은 휴무이다. 그래도 찾아보면 영업하는 곳은 있을 것이다는 믿음으로 두 동생들이 식당가를 이리저리 찾고 있다.
조금 후에 나에게 손짓한다. 가서 식당에 들어가 중식 메뉴 선정하고 음식이 익어가는 중에 한국식 가벼운 반주 한 잔을 했다. 이런 날에 삼형제가 모여 오늘을 기념하는 모임을 갖는다.
이게 오늘 우리들만의 추석 보내기의 민낯이다.뭐 거창한 거 없어도 우리네 삶이라는 게 특별한 게 있더나? 이렇게 만나 먹고 그리고 재미있는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가벼운 술이라는 동반자가 존하기에 약간의 웃음은 덤으로 있는 거 아닌가 한다.
식당에 나와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식후 입가심으로 커피를 주문했다. 여기서 동생들의 살아있는 삶 이바구에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각자가 생활하는 분야는 달라도 우리가 한국사람이듯이,처한 곳에서의 삶의 애환들이 마치 나 자신의 것인 양 들린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도 삶이 주는 즐거움이 충만하기를 바란다. 우린 살아 남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치열한 생존의 장에서 필사적인 안간힘으로 살아 남으려고 무진장 애를 쓰고 있다는 거 뉘라서 부인하겠는가마는 그래도 삶에도 엷은 삶의 넉넉한 여유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얘기가 끝난 후에 3인은 각자의 돌아갈 장소로 헤어진다.
오후의 햇살이 따갑게 살갗을 접촉한다. 오늘도 역시 한낮엔 여름의 공기 그리고 조석에는 가을 차가운 공기가...
첫댓글 추석에 임하는 소회와 삼형제의 정경을 차분하면서도 재밌게 써내려 가신 글이 참 좋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에나가님 댁같이 각자 차례를 지내게 돠는 가정이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보네요
저도 나이는 들었지만 전통 유교적인 한국민습에 별로 호감을 보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제가 장손이었다면 아마도 벌써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ㅎㅎ
어떤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정답은 없겠지만...시류가 잠진적으로 그리 흘러가게 되지 않을까요
저희는 그런 생각의 일환으로 벌써부터 신정을 쇠고 있지요
새해 첫날 가족이 모여 인사도 나누고 새해 얘기도 해야지 한달이나 지난 후에 새해얘기를 한다는게 불합리하다는 생각 때문이죠
시대가 변하니 민족의 전승도 변화의 기류 속에서 어떤 대상으로
남아나 하는가를 모두가 심사숙고할 게 아닌가 한다.
암튼 전 그런 변화에 찬성입니다...^^
너무 편리한 거 찾는 게 아닌가 하는 성찰이 있어야 하겠지유!
지나간 날이되면 과거요,과거는 역사입니다.
역사는 새 날의 거울이 되는 거 아니던가요ㅡ의미있는 명절이 되겠습니다,행복하세요ㅡ
오늘이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오늘 사는 우리들의 고뇌스러운
고민과 선택이라는 행동이 있어야 하겠지요.
추석날에 상념들이 많으셨습니다
젱말 추석의 진의가 희미해져 간다는게 안타까운 일이지요
세월따라 세대따라,.
추석이니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민족의 전통의 유지 계승 혹은 변하는 시대의 조류에 순응하는 거.
어느 것이라도 만만찮은 우리들의 선택이 강요당하면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