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이 났습니다. 두 사람이 같으면서도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 배짱과 끈기는 비슷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것을 펼치는 과정이 너무나 다릅니다. 일단 그 바탕이 전혀 다릅니다. 노 대통령은 한 마디로 ‘의(義)입니다. 그러나 전 대통령은 ’탐욕‘입니다. 그것도 권력에 대한 탐욕이고 그것을 통하여 얻을 재물에 대한 탐욕이지요. 그래서 그가 이용한 것도 바로 재물입니다. 아마도 확신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돈에 넘어가지 않을 인간이 있겠는가, 하는 확신 말입니다. 반대로 노 대통령이 믿은 것은 인간의 의를 이루고자 하는 소망에 확신을 갖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 사람이 모두 결국은 뜻을 이룹니다.
최고지도자가 되어서도 진행 과정이 매우 다릅니다. 한 사람은 민주적 절차를 중요시하여 대화를 자주 시도하였고 또 한 사람은 그냥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밀고 나갔습니다. 자연히 희생이 따르게 되었고 많은 국민의 원성을 사게 되었습니다. 우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 되었고 오랜 시간 지역적으로 원한을 새겨놓게 하였습니다. 더구나 두 사람의 끝이 매우 대조적입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의를 지키려 목숨으로 답했습니다. 그러나 전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욕을 지키려 끝까지 굽히지 않았습니다. 정권을 유지하며 개인적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취하여 숨겼는지도 잘 모릅니다. 나라에 갚으라는 배상금도 다 갚지 않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군대 내에 사조직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기억하기로는 한참 뒤 김영삼 대통령 때 해체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이전까지는 그야말로 군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권력기관이 하나회 아래 놓여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전 대통령으로 시작한 이 사조직이 군대라는 힘을 이용하여 나라를 손에 쥐게 되었고 긴 시간 권력을 행사하며 사조직인 만큼 사적인 이득을 취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고 칭하면서 부귀영화를 누렸습니다. 왕조시대도 아님에도 구시대의 산물을 만들어내 사욕을 채웠습니다. 문민정부의 출발은 애매하였지만 이 하나회 숙청은 김 대통령의 업적 중에서도 기억할 만합니다.
60년대 초에 시작된 군사정권이 90년대 초 문민정부의 시작으로 끝나기까지 근 30년의 세월을 우리나라는 억눌림 속에서 자라왔습니다. 물론 군사정권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실적은 있었으니 바로 경제적 발전입니다. 억압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각자의 현실 속에서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현실보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 달려왔던 것입니다. 그것은 곧 우리 국민의 교육열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부모는 굶어도 자식은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우리네 의식 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교육에서 나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과거부터 실제로 그래왔습니다. 지금도 여전함을 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1979년 12월 12일 바로 그 날 긴박했던 9 시간을 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군대 내에서 겨우 별 두 개 소장인 보안사령관이 어떻게 권력의 상좌에 오를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계급보다 보직이 더 유용하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상급기관의 말단 보직이 하급기관에 근무하는 상관보다 나을 때가 많습니다. 최전방 병장으로 근무하기보다는 사단 본부 일등병으로 근무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계급보다는 어디에서 일하느냐 하는 것이 개인에게 있어서는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나라 안의 모든 정보를 쥐고 있으니 중요인물까지도 통제가 가능해집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이용합니다. 게다가 하나회 동지(?)들이 손발이 되어 움직여줍니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그렇습니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차 일어났던 일들입니다. 권력을 쟁취하고자 하면 오늘날에야 선거라는 것을 통해서 얻을 수 있지만 19 세기까지도 세상 여기저기 권력쟁탈전이 있어 왔습니다. 성공한 예도 있지만 실패하여 자신뿐만 아니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잔혹하게 처벌을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일단 일으켰다 하면 그야말로 목숨 걸고 쟁취해야 합니다. 그만한 실력과 배경과 그리고 배짱이 필요합니다.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으로 인한 희생이 너무나 컸기에 국민의 응원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 기간 눌려 살던 국민은 꾸준히 저항해 왔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국민의 주권을 회복하였습니다.
물론 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관람합니다. 이미 지나간 역사이니까요. 그러나 그 과정을 상세히 아는 사람은 당사자들 외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상상력과 실제를 조합하여 만들었을 것입니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그 이야기 속에 그냥 묻혀버립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긴박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사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순간들입니다. 분노가 폭발하지만 그 사람의 배짱과 결단력은 인정합니다. 최고 권력자가 될 만한 그릇입니다. 아쉬운 것은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지도자가 아니라 원망과 원한을 쌓게 한 지도자라는 것입니다. 영화 ‘서울의 봄’(12.12: THE DAY)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