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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갑산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곳 영광군은 지중해의 장미 보다 더 붉은 꽃무릇들이 양쪽 길 옆으로
도열하듯 오똑 서선 오고 가는 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듯 가을 바람에 하늘 거린다.
불갑사 입구에서 우리 느림보 대원들이 인증샷을 찍는 걸 보면서 혼자서 잽싸게 불갑사 경내로 뛰어 들어
가선 친정집 온 섬처녀 처럼 이곳 저곳을 참으로 살갑게 살펴 보곤 동백골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흐미
해불암을 거쳐 연실봉으로 오르는 산행로를 공사중이라며 닫아 놓았다.
애별리고 원증회고란 말이 있다.
두견이 처럼 그리븐 사람을 만나지 못해 피를 토하는 설움이 있는 가 하면 눈까리에 띄었다
하면 채 3분이 지나지 않아 잇빨이 뿌득 뿌득 갈리는 인간과 한 이불 밑에서 잠을 자며 살아야만 하는
원초적 괴로움을 안고 사는 사람이 있다.
철학관이라고 하여 사주팔자를 기초로 사람의 길흉화복을 비롯한 인생행로를 점치는 명리학 술사들이
부부금술이 좋지 못한 이를 만나면 대뜸 물어 보는 말이 어디 아푼 곳이 없냐는 것이다.
상극인 남녀가 어쩌다 잘못 만나 인연을 맺게 되면 두 남녀는 눈까리만 떴다 하면 기 싸움을 하게 되고
비록 수면 중일지라도 두 사람의 기가 허공을 치고 올라 와서 공중에서 구라파 전쟁을 벌이게 되어
두 남녀 중 상대적으로 기가 약한 한 사람이 결국엔 몸이 아푸거나 일 없이 마르기 시작하는데 몸이 아푸기
시작한다는 건 이미 죽음의 문턱에 발을 올려 놓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여름철에 산행을 마치고 절집 근처를 어슬렁 거리노라면 어김없이 눈에 띄는 꽃이 바로 이미 잎은 시들어
버리고 청초롬한 꽃만 만개를 한 상사화이다. 꽃과 잎이
서로를 그리워만 할 뿐 함께 하는 인연이 없는 상사화나 꽃무릇이 절집 근처에 유달리 많이 서식함은 반드시
그 의미가 있어 보인다.
수면욕,식욕 그리고 색욕을 비롯한 다섯가지 오욕에 대한 일체의 집착을 끊고 독신으로 수행을 해야 하는
스님들의 입장을 가장 잘 나타 낸 꽃이 아무래도 상사화나 꽃무릇인 듯 하다.
불가에선 남녀간의 애증이란 것도 마냥 그리울 때가 좋은 법이지 막상 인연을 맺어 살아 보면 이 또한 별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낸 이야기가 바로
전래되는 불교의 설화를 근거로 소설화된 춘원 이 광수의 꿈이란 글이다.
상대를 사무치게 그리워 하다 종당엔 죽음으로 이르는 병이 바로 상사병인데 상사병의 고전격인 설화의
주인공이 바로 독신 이였던 신라의 선덕 여왕이다.
어느 정신 나간 떡꺼머리 총각놈이 선덕 여왕을 짝사랑(one side love)하다 마침내 죽을 병이 걸리자 그
애미되는 분이 여왕께 탄원서를 올리고 이를 불쌍히 여긴 여왕께서 행차 중에 잠시 모자 앞에 어가를
멈추게 되는데 여왕을 만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 하루 쥔종일 길가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총각은 막상
여왕이 자신 앞으로 다가 왔을 적엔 긴장이 풀려 잠시 졸고 있었다는 것이다. 애미의 인사를 받은
여왕께서 행차를 위해 다시 어가에 오르면서 옆에 서 있는 애미에게 명언을 한마디 남긴다.
"사랑이란 오직 주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환과고독 즉 홀애비나 과부처럼 외롭게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을 가장 측은히 여겨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들을 보살펴 왔는데 요즘도 쓸쓸한 삶의 대변인 격인 말이 바로 독거 노인이다. 허나
이와는 달리 신세대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은 취업난이나 치 솟는 주택가격 덕분에 만부득 결혼을 미룬
화려한 씽글이나 이혼을 밥 먹듯이 하여 두번이나 세번씩 돌아 온 씽글족(돌씽)이 되는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어느 누구의 말처럼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하는 것이 결혼이라면 한번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어 그런지 아직은 구래도 결혼은 모든 독신자들의 로망이랄 수가 있다.
여름 한철 하안거를 하며 참선수행을 했던 어느 스님께서 만행 즉 운수행각의 길을 떠나게 되어 어느 마을
앞에 있는 다리를 건너게 되었는데 벌건
대낮에 머리를 산발한 어느 여인네가 다리 위에서 쏘주를 병나발 불면서 대성통곡을 하고 있더란 것이다.
중생을 구제하고져 하는 원을 세운 스님의 입장에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입장이여 무신 사유 이냐며
다가 가기 바쁘게 고개를 치켜 든 여인네가 스님의 뺨을 왕복으로 갈기며 하는 말이
너 같는 놈들 때문이란 것이다.
스님의 입장에선 뜻도 의미도 영문도 모르는 화두를 하나 얻어 들은 것이다. 허나 사실은
내용을 알고 보면 그리 어려운 말은 아니다. 가고 싶은
시집을 못 간 노처녀 입장에선 공부를 한답시고 독신을 주장하는 스님이나 신부님 같은 남정네가 바로
자신들의 팔자를 망쳐 놓는 원흉이란 것이다.
상사화 군락지와 동백골에 이르니 강아지 대가리 두 배 정도나 커 보이는 카메라를 울러 맨 숱한 남녀들이
천지삐까리로 피워 오른 꽃무릇들 사이로 마치 발정 난 회색곰들 처럼 사방을 두리번 거린다.
사진 찍어 밧쨔 허연 대가빠리에 투욱 불거져 나온 뱃때지 뿐인 몸인지라 구냥 가던 발길에 박차만 내 질러
본다.
결혼이란 우리들이 산행을 할 적에 신고 다니는 등산화와 참으로 유사한 점이 많다.
등산화 끈을 잘 조여 매면 산행을 마칠 때 까지 아무런 불편없이 잘 신고 다닐 수가 있지만 어설푸게 잘못
묶은 등산화는 벗겨 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느 누가 값 비싼 등산화를 새로이 신고 나오면 모두들 좋은 신발이라며 부러워들 하지만 이는 겉보기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싸이즈가
잘 맞아서 발이 편한지 아니면 발꼬락이 조이고 뒷꿈치에 물집이 생겨 다리를 절룩일 지경에 이르렀는지는
그 등산화를 신고 있는 놈 외에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천국이나 극락 그리고 무간지옥은 말로만 들었지 실제론 갔다 와 본 놈이 한 놈도 없는 참으로 묘한 곳이다.
그래서 절집에서도 사람의 영혼을 천도하는 천도제나 49제는 얼씨구나 하면서 고가에 접수를 언능하지만
득남 기도 같은 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비싼 돈 들여
득남 기도를 올리고 열달 뒤에 멋땀시 아들이 생기지 않냐며 깽판을 놓기 시작하면 감당키 어렵지만 천도제의
경우에는 귀신이 천당을 갔는지 연옥엘 떨어 졌는지 알 놈이 누구냔 것이다. 여담으로
한마디만 더 올리면 어릴 적에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부터 들었던 말인데 극지방의 에스키모들은 먼데서
귀한 손님이 오면 자신의 부인을 그 손님에게 접대해 올린다는 것이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 였었는데 사실은 알고 보면 그 속에는 추운 극지방에 사는 에스키모들만이 겪는
고육지책이 들어 있다.
생식을 관장하는 남자의 적정 붕알 온도는 정확히 섭씨 33도 인데 불을 피우지 못해 날고기를 생식하는
에스키모들은 붕알이 자주 꽝꽝 얼어 붙는 통에 정상적인 정자의 활동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대를 잇기 위해
만부득, 아직 꺼증은 붕알에서 날좆 냄시가 솔솔 풍기는 외지 손님에게 잠시 부인을 맡긴 다는 것이다.
절에 득남불공을 올리러 갔던 부인네도 깊은 밤 촛불이 꺼지면서 풍경 소리만 외로이 덜구렁 덜그렁 거릴
적에 에스키모 예폔네 처럼 날좆 냄시를 찾아 자신의 몸을 불 태우는 부나방처럼 설마 ...
삼천포로 잠시 빠져 버린 이바구를 원점으로 다시 돌려 보면
이 세상에서 단시간에 아무런 밑천 없이 떼돈을 긁어 모으는 가장 손 쉬운 장사가 바로 귀신 장사이다.
좀 전에 말씀 드린 것 처럼 지옥이나 천당은 갔다 와 본 놈이 한 놈도 없을 뿐 더러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방법도 증명할 길도 도무지 없다. 허나
낚지 뽁끔 요리를 하는 집에 가서 낚지를 시키면 맛보기라고 해서 약간의 수제비를 대접에 살짝 담아 준다.
우리가 살아 가면서 천당과 지옥을 맛보기로 살짝 체험할 수 있는 여럿 방법이 있다.
가장 손 쉬운 체험이 바로 발에 맞는 등산화를 신고 산행을 하느냐 아니면 겉만 번지르하고 발고락이 꽉
조이는 등산화를 신고 도산 지옥을 경험 하느냐. 그리고
그 다음이 눈에 넣어도 아푸지도 않고 날로 회를 쳐 묵어도 비린내도 아니 날 것 같은 반려자를 만나
혼인 신고서에 도장을 찍으며 천국의 계단에 첫 발을 들여 놓는 것과 여차직 하여 철천지 웬쑤를 잘 못 만나
한지붕 밑에서 살게 되면서 체험하는 것이 바로 말로만 들어 보던 생지옥 맛보기 인데 기왕지사 말이 나온
김에 설설 끓는 가마솥에 사람을 집어 넣고 3천년이나 푸욱 고아 된다는 화탕 지옥의 한 장면을 오리지널
버젼으로 리얼하게 보여 드리겠습니다.
어느 날 산행을 마치고 돌아 와서 곤하게 자노라니 뺨이 끈적거리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 보니 벼게에
코피가 흥건히 묻어 있다. 중한 병이 아닌가 염려 되어 얼결에 벽 쪽으로 대가리를 쳐 박고 정신 없이 자고
있는 예폔네를 흔들어 깨웠다.
서방놈 얼굴이 떡뽁기 파 먹은 개주둥이 처럼 벌겋게 되어 있는데도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대뜸 하는 말이
넌 손꾸락이 업냐? 발꾸락이 없냐며 코피가 나면 소케(솜)로 콧구녕을 틀어 막으면 될 일이라며 휘리릭
돌아 눕더니만 여느 때 처럼 콧똥을 킹하고 뀌면서 하는 말이 흑 흑.
쪈을 낙낙하게 벌어 오는 재주가 없으면 밤일이라도 잘 해야 된다는 것이다. 니미랄.
구래도 그 날은 운이 좋은 편이였습니더. 신혼 초엔
아침에 밥 달라고 잠을 깨웠더니 한 놈이 일어 나서 밥통에 있는 밥을 푸고 냉장고 문 열고 마른 반찬 꺼내서
쳐 먹고 가면 될 일을 멋땀시 두 년놈이 일어 나서 호들갑을 떨어야 되느냐며 발 뒷꿈치로 내 옆구리를 걷어
차서 전 푸욱 꼬꾸라 졌는데 물경 삼십분이나 숨을 제대로 쉬지를 몬했지 멉니껴?
구급함에서 약솜을 뜯어 한쪽 콧구멍을 틀어 막곤 베렌다로 끼 집어 나와선 담배 한개피를 깊이 들여 마셨다간
코로 내 뿜으니 연기가 한쪽 콧구녕으로만 증기 기관차 화통처럼 길게 삐져 나온다.
침실에서 은은한 불빛이 스며 나오는 건너 편 아파트를 무삼히 올려다 보노라니 달구똥 같은 눈물이 내 발등을
후려 갈긴다.
동백골에서 막바로 구수재에 오니 너무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 용봉을 거쳐 모악산으로 오르니 정상(?)
바로 아래에 고대광실 같은 정자가 하나 있다.
예폔네 잠을 깨울까 해서 조심스레 싸온 뻰또를 펼치고 혼자서 깡소주에 밥을 먹자니 우째 그리 청승 맞은지...
더 더욱이 오늘은 산행에서 신발 다음으로 중요한 등산모도 챙기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갑도 간이 지갑을
갖고 나오는 통에 굴비 정식 값도 가불 처리를 하였다. 가 강 대장님 쬼 있다 인터넷 뱅킹으로 만원 쏘아
올릴테니 꼬옥 확인해 보셔요.
뒷풀이는 사또상 처럼 그득하게 차린 굴비 정식을 얻어 먹었는데 올만에 진미의 남도 음식을 포식 하였다.
뿐만 아니라 여섯명이 한 상에서 같이 먹게 되었는데 좌측에 앉은 안젤리나 죨리는 쏘주를 따라 주시고
우측에 앉은 김 태희씨를 연상 시키는 어느 분은 섬섬옥수로 보리 굴비를 부욱 북 찢어 선 아 하면서
주둥이만 벌리라고 하신다. 오늘 하루는
서방 정토 극락 세계에 왔음이 틀림 없어 보인다.
분당 탄천변에서 양념 간제미 돌삐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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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돌삐님..요즘들어 느림보에 뜸 하시더니 몸이 더 불어나신듯..
하기야 사람하는 酒님을 품고 사시면 어찌 행복하지않으리요..
시간이 되시면 산행에도 자주 나오시고 탄천도 열심히 걸으셔요..
탄천 잉어떼만 바라보시지말구요..ㅎ
강대장집과 지척이니 문자 주시면 달려나가리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