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정약용의 ‘술 마시는 법도’*
네 형이 왔기에 시험삼아 술을 마셔보게 했더니 한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더구나. 그래서 동생인 네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았는데, 너는 네 형보다 갑절이나 더 마신다고 했다. 어찌하여 글 읽는 것은 아비를 닮지 않고 주량만 나를 넘어선단 말인가. 이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네 외할아버지는 일곱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으셨지만 평생 술을 가까이 하지 않으셨다. 다만 연세가 드시자 작은 술잔을 하나 만들어 입술만 적실 뿐이다.
나는 아직까지 술을 많이 마셔 본 적이 없어 내 주량을 알지 못한다. 내가 벼슬을 하기 전에 중희당에서 세자 저하께서 소주를 옥필통에 가득 따라 내려주신 적이 있다. 나는 사양하지 못하고 마시면서 ‘오늘은 죽었구나.’하고 생각했는데 크게 취하지 않았다. 또 춘당대에서 임금님을 모시고 과거 시험의 시험관으로 참여했을 때 임금님께서 좋은 술을한 사발씩 하사하신 적이 있었ㄷ. 그때 여러 학사(學士)들은크게 취해서 남쪽을 향해 절을 하기도 하고 자라에 쓰러지기도 했지만, 나는 답지를 다 읽었고 과거에 합격한 자들의 등급까지도 차질 없이 매겼다. 다만 물러날 때 조금 취기가 있더구나. 그러나 너희들은 내가 술을 반 잔 넘게 마시는 걸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느냐.
참다운 술맛은 입술을 적시는데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가 물을 먹듯 술을 마시는 사람은 입술이나 혀를 적시지도 않고 바로 목구멍으로 넘기니 어찌 술맛을 제대로 느낀다고 하겠느냐. 술 마시는 즐거움이란 조금 취하는데 있다. 술을 마신 후에 얼굴을 붉히며 구토를 하며, 잠에 곯아 떨어지는 사람들이 무슨 즐거움을 느껴겠느냐.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병이 들어 끔찍하게 죽기 마련이다. 술독이 오장육부에 스며들어 하루아침에 썩어 쓰러지고 만다. 이것은 크게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나라가 망하고 가정이 잘못 되는 것은 모두 술을 마시는데서 말미암는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고’라는 술잔을 만들어서 술 마시는 것을 알맞게 조절했다. 뒷날 이 술잔을 쓰면서도 사람들이 절제할 줄 모르자 공자께서는 ‘고’를 쓰면서도 주량을 알맞게 조절하지 못한다면 어찌 ‘고’라고 하겠는가. 라고 말씀하셨다.
너는 많이 배우지 못하고 아는 것도 없는 데다 아비가 죄를 지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처지이다. 술 주정뱅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면 어찌하겠느냐. 그러니 몸가짐을 반듯이 하고, 술을 입에 가까이 하지 말라. 부디 멀리 있는 이 애처러운 애비의 말을 따르도록 해라.
원제; 기유아(奇遊兒)
첫댓글 술마시는법 이라기보다
술 경계론 이네요
술 예찬론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대문호가 쓴 글이라도
선뜻 동의가 어럽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