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롱과의 8강 경기를 3대1로 아쉽게 지더군요.
사실 득점 능력이나 재능의 측면에서는 최성원 선수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이는데
다른 부분들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경기였습니다
제가 경기를 분석한 결과를 말씀드리자면
1. 경기 운영에 대한 문제
- 첫 세트에서 득점을 앞서 나간 코드롱의 공들은 계속 쉽지 않게 배치되었다 : 의도적으로 디펜스를 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공이 쉽지 않게 배치되었다.
- 코드롱이 예비샷을 하고 있을 때 최성원 선수가 작은 몸짓으로 움직인 것에 대해 강하게 주의를 주고 어필하였다 : 이후 최성원 선수가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몸이 너무 경직된 원인이 되었다.
- 최성원 선수는 득점을 위주로 공을 구사하였다 : 난구가 배치되었을 때에도 포커페이스로 공을 대하고, 득점뿐만 아니라 철저하게 포지션플레이를 노리거나 디펜스를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역디펜스나 강공이 없었다 : 초반에 역디펜스를 하면 코드롱도 득점에 실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았다. 코드롱이나 국내 모 선수의 경우 상대의 의도적인 디펜스나 심리적인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 3세트를 어렵게 이겨 1대2 세트스코어가 되었을 때 상대의 기를 꺾는 공세가 없었다 : 역전의 기회를 잡았을 때 상대의 기를 꺾어 놓는 독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철저한 디펜스로 상대의 예봉을 완전히 꺾어버리거나 연속적인 다득점을 통해 심리적으로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
2. 컨디션 조절에 대한 문제
- 계속 난구들이 배치되면서 서서히 최성원 선수의 팔, 어깨, 몸은 굳어져 갔다
- 샷을 하기 전에 큐를 손에 든 상태에서 큐를 샷하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공의 배치나 초이스를 검토하지 않았다 : 어떤 공을 구사할 지 초이스를 검토할 때 반드시 큐를 앞뒤로 흔들면서 예비샷을 병행하여 팔과 어깨를 풀어주는 워밍업 동작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오늘 경기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 굳어버린 팔과 어깨에 대한 마사지를 전혀 하지 않았다 : 앉아 있을 때 팔의 근육과 어깨의 승모근을 마사지하여 풀어주어야 하는데 이런 준비가 없이 바로 일어나 타석에 임하였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겠지만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된 경기를 펼쳤던 것이 주 패인이라고 보입니다. 실력의 차이가 그다지 없었고 코드롱의 애버리지도 형편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패배의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심리적인 컨트롤의 미숙과 경기 운영의 미숙에 있었다고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최성원 선수가 코드롱을 이기고 우승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지고 나니
경기에 참가해서 진 본인보다도 제가 더 아쉬웠습니다.
경기 운영과 컨디션 조절에 대한 문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역시 아무리 잘 치는 선수라 하더라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때문입니다. 좋은 코치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정신적인 멘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에 몰입한 선수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적절하게 컨트롤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당구에서는 경기장에 코치를 두지 않지만 골프나 다른 개인 종목의 경우 코치가 항상 따라다니며 경기 운영과 심리조절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국내 선수들이 경기 운영 능력과 마인드 컨트롤 능력에서 부족하다는 점 이외에 또한 제가 느낀 부분은 자세와 스트로크에 대한 훈련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김경률 선수조차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산체스에게 승리하였지만 스트로크나 안정적인 샷에서 산체스, 블롬달, 야스퍼스보다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거울삼아 더욱 성장하고 좋은 성적을 내주기를 소망합니다.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조언이라 생각하고 기분나쁘게 여기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결국 승패를 가른 것은 애버리지나 득점 능력이 아니라 경기 운영이나 마인드컨트롤이었기 때문입니다.
최성원 선수 파이팅! 한국 선수 파이팅!
첫댓글 관전평 잘 읽었어요 역시 당구에서도 코치의 필요성이...게임의 운영능력의 제고라는 측면에서도 개인의 기량과 함께 그걸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코치의 어시스트가 필요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예리하신 지적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