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 남북화해로 이야기가 좀 달라졌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항공모함을 파견하면 아시아 지역 전체가 긴장에 휩싸이곤 했다. 이번 회에서는 ‘움직이는 해상기지’, ‘웬만한 국가의 공군력과 맞먹는’ 등의 수식어가 붙는 항공모함과 그 함재기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미해군의 현용 항공모함은 원자력 항공모함인 니미츠급 10척을 보유 중이고, 차세대 항모인 ‘제럴드 R. 포드’급의 첫 번째 함이 취역을 앞두고 있다.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네임쉽인 ‘CVN-68 니미츠’부터 ‘CVN-77 조지 W. 부시’까지 10척이 취역했다. 5번함인 ‘CVN-72 에이브러햄 링컨’함부터는 사상 최초로 만재 배수량이 10만톤을 넘는 초대형 군용함선이 됐으며, 탑승인원도 5500명쯤에 달한다.
☆ 미해군의 항공모함
과거 강력한 미국을 표방하던 레이건 행정부에서는 항공모함 16척 태세로 지금보다도 훨씬 규모가 컸지만 지금은 군비 축소로 항공모함을 10척으로 줄인 상태이다.
하지만 10척의 원자력 항공모함 가운데 1척은 핵연료 교환을 포함한 장기수선공사(RCOH)중이고, 또 1척은 소규모 정비수리공사 때문에 현재 활동 중인 항공모함은 8~9척 정도다. 조만간 ‘CVN-78 제럴드 R. 포드’함이 취역하면 11척태세, 상시활동 9~10척 상태가 유지된다.
미국은 항시 2~3척의 항공모함을 내보내 전 지구를 ‘순찰’시키고 있으며, 어느 곳에서 긴장 사태가 일어나면 즉각 미대통령은 ‘우리 항모는 지금 어디있지?’라고 묻게 된다.
항공모함 1척이 출항(실전대비 태세로 항해하기 때문에 보통 ‘전투항해’라고 부른다)하게 되면 6개월간 항해를 하고 다음 항공모함과 교대하게 된다. 만일 이라크 전쟁처럼 어느 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4~6척의 항공모함이 동원되고, 과거의 유고내전 같은 국제적인 긴장 지역일 경우에는 1~2척의 항공모함이 지속적으로 주변을 돌아다니며 감시하게 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군사력 균형을 위해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항에도 항공모함 1척을 상시 배치중이며, 현재는 ‘CVN-76 로널드 레이건’함이 주둔 중이다.
◇ 항공모함 함재기의 구성
항공모함 1척에는 여러가지 임무의 기체로 구성된 비행단 규모의 항모항공단(CVW)이 실리게 된다.
비행대 명칭으로 알 수 있듯이 각기 고도로 전문화된 기체들로 이루어져 있고, 주역은 역시 공중전 임무를 담당하는 전투비행대(F-4 또는 F-14 장비)와 폭격임무를 담당하는 공격비행대(A-6 또는 A-7 공격기 장비)였다.
이후 냉전종식에 따른 군비축소로 1990년대 중반부터 도입된 편제가 소위 ‘50전술기 항공단’이라고 불리우는 지금의 편제다.
50 전술기 항공단은 전체 항공단 규모가 86대 편성에서 74대 편성으로 축소됐는데, 공중전과 폭격임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용도 전술 항공기를 50대 장비함으로써 작전의 유연성을 높이고 정비보급체계를 효율화 한다는 취지다.
세부적으로는 과거의 전투비행대(VF)와 공격비행대(VA)가 폐지되고 전투공격비행대(VFA)로 통일돼 4개 비행대 50대의 전술기가 배치된다.
기체는 기본적으로 슈퍼 호넷 전투공격기이지만, 4개 비행대중 1개 비행대는 복좌형인 F/A-18F 슈퍼 호넷을 장비한다. 복좌형, 즉 2인승 슈퍼 호넷은 후방석 파일럿이 병기조작 등 조종 이외의 임무를 담당함으로써 조종사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어 야간비행 등 조종사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하는 작전에 선별적으로 투입된다.
나머지 3개 비행대는 단좌형 ‘F/A-18E 슈퍼 호넷’을 장비하며, 제공임무, 공격임무, 방공망 제압 임무에서 공중급유 임무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현재 미해군 소속 단좌형 호넷 전투공격기는 ‘F/A-18E 슈퍼 호넷’으로 통일되어 있지만 미해병대에서 파견되어 항모항공단 소속으로 작전하는 기체는 여전히 ‘레거시 호넷’이라 불리우는 재래형 ‘F/A-18C’를 장비한다.
항공모함 1척에 실리는 50대의 전술기가 어느 정도의 전력인가 하면, 군사강국으로 불리우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F-15K’ 전투기가 59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된다.
해군기인 슈퍼 호넷과 F-15K의 직접 비교는 적당하지 않지만 둘 다 기체 가격이 비슷한 하이 엔드 전투기다. 만일 항공모함이 2척 동원된다면 바로 100대 규모가 되어 버리므로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항모 1척이 웬만한 중소규모 국가의 공군력을 능가한다는 것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 셈이다. 기본적으로 복좌형 슈퍼 호넷 비행대는 14대 편성이고, 나머지 단좌형 호넷 비행대는 12대 편성이므로 합하면 50대의 전술기가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용문제 등으로 45대 내외가 탑재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스텔스 항공기인 ‘F-35’의 함재형인 ‘F-35C’가 배치될 경우 항모 1척에 10대 편성의 2개 비행대를 배치할 예정이므로 전술기 숫자는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50대의 전술기 이외의 고정익 함재기로는 ‘E-2C’ 또는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AWACS) 다섯 대를 장비하는 조기경보비행대(VAW), 복좌형 슈퍼 호넷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자전 공격기인 ‘EA-18G’, 그라울러 다섯 대를 장비하는 전자전 비행대(VAQ)가 있다. 그리고 과거의 대잠비행대를 폐지하는 대신 헬리콥터 전력이 크게 강화돼 MH-60계열의 헬기를 장비하는 헬기해상작전비행대(HSC)와 헬기해양공격비행대(HSM)가 구성돼 있다.
이들 헬리콥터는 대잠수함 임무 뿐 아니라 수색구난, 연락수송, 특수부대 수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이밖에 항모전단을 구성하는 미사일 함정(이지스함)들과 원자력 공격잠수함이 수백발의 토마호크미사일을 적재하고 있고, 조만간 스텔스기인 F-35C가 도입되므로 항모전단의 전체적인 지상타격력은 실로 엄청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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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식' 현직 공인회계사(우덕회계법인)는 군사 무기 및 밀리터리 프라모델 전문가로, '21세기의 주력병기', 'M1A1 에이
브람스 주력전차', '독일 공군의 에이스', 'D 데이', '타미야 프라모델 기본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저술하였으며, 과거 군사잡지 '밀리터리 월드' 등을 발간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승식씨는 현재 월간 '디펜스타임즈'등 군사잡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 프라모델 관련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