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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을 극복하던 다산의 지혜
글쓴이 박석무 / 등록일 2025-05-12
지난해 12월 3일 밤, 광인(狂人) 같은 대통령에 의해 선포된 비상계엄령, 그 시간 이후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많은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안한 삶을 살아야 했던가요. 3천여 개의 영현백까지 준비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겹쳐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무도한 쿠데타에 몸서리치며 그래도 우리는 내란을 수습하면서 대통령을 파면시키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노력으로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부를 맞을 선거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가장 힘들던 난관을 극복할 지혜를 지녔던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민주주의 정신에 자랑스러운 마음을 느끼면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어려움을 극복해내던 인내심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산은 40세에 신유옥사를 만나 참으로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국문을 받는 극한의 불행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겨우 죽음이야 면했지만 800리가 더 되는 먼먼 고을, 경상도 장기라는 곳으로 귀양 오는 불행을 당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때 시작된 귀양살이는 무려 18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이었습니다. 유배 초기 그 참담한 고통을 이겨내느라 읊었던 시를 읽어봅니다. ‘아사고인행(我思古人行)’이라는 제목의 3편 중 한 수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옛날 분 한유를 생각하네(我思古人思韓愈)
불교 공격했던 죄로 남방으로 귀양 갔지(坐攻佛法謫南土)
한유 귀양지는 8천여 먼 거리(韓愈八千餘里謫)
옛날의 천 리 나에게는 백 리라네(彼千我百殊今古)
지금부터 떠돌이 신세 슬픔일랑 말하지 않고(自今勿言萍梗悲)
그 옛날 분 생각하며 사람 그릇 키워야지(我思古人恢器宇)
중국의 대문호 한유는 불법(佛法), 불교를 공격했다는 죄로 8천 리나 먼 변방으로 귀양살이를 떠났습니다. 다산은 한양에서 포항 곁의 장기라는 곳에서 귀양을 살았으니 그 거리는 겨우 800리 정도였습니다. 거리야 10분의 1에 해당하는 짧은 거리이니 그처럼 멀고 먼 지역에서 귀양 살던 한유보다야 얼마나 가까운 거리냐면서, 유배의 극심한 고통을 이겨내야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토로한 시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한유 같은 대문호도 그렇게 멀고 쓸쓸한 지역에서 귀양살이를 했는데, 거리도 훨씬 짧은 지역에서 귀양 사는 자신은 얼마나 더 편한 귀양살이냐면서, 그런 귀양살이 이겨내고 오히려 그릇이 큰 인간으로 성장하기나 바란다는 자신의 다짐이니, 고통 이겨내는 다산의 지혜는 그렇게 훌륭하기만 했습니다. 죄 없는 선량한 백성들을 ‘수거’해다가 ‘척결’해버리겠다는 내란 우두머리가 구속되었다가 그냥 풀려나 버리는 그런 엉뚱한 법 집행을 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마음졸이고 근심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했던가요. 5·18의 무자비한 학살을 경험했던 우리 국민들, 계엄에 대한 공포를 참을 수 없이 두려워했지만, 우리는 참고 견디는 지혜로 위기를 극복하였습니다. 역시 우리 국민은 위대했습니다.
참고 인내해야 하는 우리들의 의무가 있으나, 계엄세력들의 횡포는 그치지 않고 지나치기만 합니다. 계엄을 찬성하고 탄핵도 반대하는 세력들이 또다시 대통령이 되겠다고 후안무치한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모두 이기고 돌아왔다”는 파면자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세력들이 또 집권을 하겠다니, 그래도 우리는 참고 견디며 지켜보고만 있을까요. 우리는 다산처럼 더 큰 불행에 비교하며 고통을 이겨냈습니다. 불의에 대한 분노도 참으며 지내왔습니다. 이제 선거가 다가옵니다. 참았던 분노와 인내를 모두 쏟아 선거에서 이기는 결단을 내립시다. 반드시 이깁시다.
글쓴이 ;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
· (사)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
· 다산학자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의 마음을 찾아―다산학을 말하다①』, 현암사
『다산의 생각을 따라―다산학을 말하다②』, 현암사
『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 현암사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