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섭아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괜히 눈물이나.
오늘 운천에 갔다왔거든.
엄마가 미국에 가셔서 아버지가 쓸쓸해 할것 같아.
울 아버지 너무 많이 늙으셔서
마음이 아프다.
커다랗던 키는 구부정해지고,
지금도 아침이면 트럭을 끌고 산에 가신단다.
나무도 심고 그걸 가꾸고....
그만 두시라고해도 듣질 않으셔.
울 아버지 유일한 취미이니 힘든걸 다 알면서도
우린 더 이상 말릴수도 없고.
나이에 비해선 꽤 힘든 노동일텐데.
평생을 병원일 하시면서 조림을 하셨으니
이젠 쉬실만도 하신데 지겹지도 않으신가봐.
얼굴의 주름이 너무 많아 만져보면 주글주글.
우리 아버지!
항상 건강하시고 내 곁에 영원히 같이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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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들어 부쩍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 자주 몸이 편찮으시다.
: 하긴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가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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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못내 여생을 편안히 살아 가셨으면
: 하는 마음이 줄곳 바램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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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동갑내기이시다.
: 내년이면 古稀이시니까 1933년 계유(癸酉)생 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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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에게 늘상 모자라게하는 자식으로서
: 또한 우리 또래의 여러 부모님들을 생각하며
: 오늘은 이들이 겪었던 과거에 대하여 이 계유생들을 빌어
: 고난의 역사를 한번 돌아 보며 생각에 잠길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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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가장 기구한 세대를 뽑으라면
: 금, 은, 동 어디엔가 에는 꼭 끼이게 되어있는 세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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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유생이 태어나던 해는 일본의 군국주의가
: 만주를 집어 삼키고 중국 침략의 첫발로서
: 산해관(山海關)을 넘어가던 바로 그 해였으며
: 유럽에서는 히틀러가 독재정권을 수립,
: 이에 못견뎌 아인슈타인이 망명을 떠났던 해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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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다미아가 부른 염세(厭世)의 샹송 '구루미 선데이'가
: 세계적으로 유행하여 희망을 참지 못한 젊은이들이
: 이 노래를 들으며 줄줄이 자살하던 그 시기에
: 우리의 할머니들 뱃속으로부터 아무런 의미없이
: 그냥 내 던져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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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유생이 여덟살이 되어 소학교에 들어가던 해
: 조선말이 교과서에서 말소가 되었고
: 조선말을 쓰다가 들키면 잡혀 가 종아리를 맞고
: 손바닥에 회초리 질을 당해야만 했다.
: 이름마저 왜이름으로 강제 개명을 당하고....
:
: 그리하여 학교에 가면 일본말을 쓰고
: 일본어 이름으로 불리는데 왜 집에 돌아오면
: 조선말을 쓰고 조선 이름으로 불리는가에 대하여
: 영문도 모르고 일러주는 사람도 없이
: 두개의 자신을 주야로 왔다 갔다 하던
: 이들이 바로 그 계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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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소학교에 들어가던 그 해에 세계 2차 대전이
: 저질러지고 패색과 더불어 밥 먹던 숟가락 까정도
: 빼앗아 갔던 저인망 수탈로 기름 짜듯 착취당해,
: 맨발로 높은 산에 원적(소풍)가는 것쯤은
: 조금도 이상한 일이 이들에게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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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렇게 뜨는 부황(浮潢)든 아이가 한반에
: 과반을 넘기 시작했고 그 부황난 어린 것들에게
: 실컷 쌀밥 먹여 주고 단추도 일곱개나 단 군복도
: 입혀 준다면서 자살특공대와 정신대에 꼬셔 끌려갔던 그 많은 계유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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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병이 번져 머리가 빠지고 옴이 번져 온몸에 무른 살에
: 고름이 흐르면서도 B-29가 하늘을 가르면 그까짓 목숨
: 무슨 미련이나 있어 책상 밑이건, 시궁창이건 닥치는 대로
: 머리를 쳐 박고 기약없이 캄캄한 미래를
: 응시하며 숨을 죽였던 계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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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하여 해방이 되자 겨우 우리말 철자법만 배우고서
: 중학교에 들어가 놓으니 지식의 흡수매체를 상실,
: 정신적 방황이 불가피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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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계유생들이 가장 힘쓸 나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난
: 한국전쟁은 계유생의 반을 학도병으로,
: 나머지 반을 의용군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게 하였고
: 그로서 3분의 1이 유명을 달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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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전쟁의 잿더미에서 오늘만큼 살게 된
: 그들의 30 ~ 40대 시절은 바로
: 계유생이 가장 활동력이 왕성했던
: 인생시기와 고스란히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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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그들의 그 압축된 時空에서
: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 제대로 못 누리고 겹겹의 고초와 갈등을 소화하는데
: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지쳐 버린
: 25시적 인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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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계유생들이 바로 우리의 부모님들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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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오래 건강히 여생을 사셔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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