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위협과 압박 앞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 하는 것은 나의 믿음을 돌아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강한 압박과 위협, 또는 위기에 봉착했을 때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요즘 말로는 “멘붕”), 안절부절못하고 당황하여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기도 하고, 자포자기(自暴自棄)하여 주저앉기도 합니다. 분노를 표출하거나 깊은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앗수르가 남왕국 유다를 침공하여 압박하면서 여호와 하나님을 조롱하고, 남왕국 유다와 히스기야 왕을 조롱하면서 강력한 군사력으로 위협할 때 히스기야는 옷을 찢고 굵은 베를 두르고 하나님의 성전에 들어가서 하나님께 간구합니다(1절). 후에 앗수르의 왕이 히스기야 왕에게 편지를 보내 또다시 조롱과 압박을 가해올 때도 히스기야는 하나님의 전에 올라가 하나님께 호소합니다(14절). 히스기야는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을 찾는 자였습니다. 하나님을 바라보는 자였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가져야 할 마땅한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스기야가 14절에 고백했듯이 “주는 천하만국에 홀로 하나님이시라. 주께서 천지를 만드”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히스기야는 사신들을 그 당시의 선지자인 이사야(Isaiah)에게 보내어 남왕국 유다가 처한 상황을 알립니다. “오늘은 환난과 징벌과 모욕의 날이라. 아이를 낳을 때가 되었으나 해산할 힘이 없도다”(3절)라는 히스기야의 말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말입니다. 임신한 여인이 아기를 낳으려면 기력(氣力)이 있어야 합니다. 의술이 발달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임신한 여인이 출산할 때가 되었는데 기력이 부족하면 아기나 산모가 모두 죽을 위험에 처해지는 위기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다 왕국이 앗수르와 싸워 이겨야 하는데, 유다 왕국의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히스기야는 앗수르 왕이 하나님을 조롱하고 비방하였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조롱을 들으신 하나님께서 반드시 앗수르와 앗수르 왕을 꾸짖으실 것이니 이 일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해 달라고 이사야 선지자에게 요청하였습니다(4절). 하나님은 감히 조롱을 받으실 분이 아니시라는 것을 확고하게 표현하면서 하나님을 우롱(愚弄)한 앗수르를 하나님께서 반드시 벌하실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이사야에게 기도를 부탁한 것입니다.
이러한 히스기야 왕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이사야는 하나님을 조롱한 앗수르 왕과 앗수르의 말로 인해 두려워하지 말라면서 하나님께서 한 영을 앗수르 왕에게 보내어 뜬 소문을 듣게 하여 본국으로 돌아가게 할 것이고, 본국에서 칼로 죽임을 당하게 할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줍니다(5절~7절). 하나님께서 앗수르 왕을 처리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라기스(Lachish)에 주둔하고 있던 앗수르 왕 산헤립(Sennacherib)은 립나(Libnah)로 가서 전쟁을 치르는 상황이 전개되었고, 예루살렘을 향해 압박을 가하던 랍사게와 앗수르 군대는 립나로 가서 앗수르 왕의 진영(陣營)과 합류하게 됩니다(8절). 그러던 중 앗수르의 산헤립 왕은 구스(Cush) 왕 디르하가(Tirhakah)가 앗수르와 싸우려고 출격했다는 소문을 듣습니다(9절). 구스는 에디오피아를 의미하는데, 그 당시 에디오피아를 애굽이 다스리고 있었기에 애굽의 왕인 디르하가가 앗수르와 맞서기 위해 출정(出征)했다고 기록한 것입니다. 남왕국 유다를 치려는 앗수르에게 있어서 애굽 왕이 유다 왕국과 합세하면 난관(難關)에 부딪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앗수르의 왕은 히스기야에게 편지를 보내 다시 한번 조롱과 압박을 가합니다(9절~13절). 앗수르 왕은 히스기야 왕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나님이 유다 왕국과 히스기야 왕을 구원해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에 속지 말라며 하나님을 직접 거짓말쟁이로 묘사합니다(10절). 그러면서 앗수르의 강력한 침공에 어느 족속의 신들이든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을 언급하며 유다 왕국의 하나님도 앗수르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고 조롱합니다(11절~13절). 앗수르의 왕은 유다 왕국의 하나님을 아예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이런 편지를 받은 히스기야 왕은 하나님의 전에 들어가 하나님 앞에 앗수르 왕이 보낸 편지를 펼쳐놓고 하나님께 호소합니다(14절). 히스기야는 하나님은 그룹(כְּרוּבִים, Cherubim)들 위에 계신 분이시며 천하만국에 홀로 하나님이신 창조주시라는 것을 고백합니다. 여기에 나오는 그룹들이란 천사들 중에 비교적 높은 직책을 가진 천사로 특히 하나님을 보좌하는 천사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지극히 높은 천사들보다 더 위에 계신 하나님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이 세상의 그 어떤 신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으신 하나님을 표현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러면서 히스기야는 앗수르 왕이 다른 족속들의 신들을 무력화(無力化)하여 그 민족들을 멸절시킨 것은 그 족속들의 신들은 사람이 만든 것이요, 나무와 돌 뿐이기 때문이고(18절),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과는 빗댈 수가 없는 것들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렇기에 살아계시며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 천하 만국을 다스리시고 그 손에서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인 유다 왕국을 구원하셔서 하나님이 홀로 하나님이심을 온 세상이 알게 해달라고 간구합니다(19절).
앗수르의 압박과 위협은 매우 위협적이고 강력했으나 히스기야는 앗수르의 그 강력한 힘과 압박보다 하나님은 훨씬 더 크고 강하신 전능자이심을 알았기에 그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께 나아가 하나님께 부르짖은 것입니다. 히스기야는 애굽을 의지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지혜나 정치적 수단 등의 자신이 가진 것들을 동원하여 앗수르를 막아보려고 하기보다는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의지하여 하나님께 나아간 것입니다. 그래서 남왕국 유다는 앗수르의 강력한 압박과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하나님은 그 무엇보다 크고 강하신 분이십니다. 천하만국 위에 뛰어나신 분이시며, 우주 만물을 주관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이십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자는 오직 하나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하나님의 말씀만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넘어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도 전능자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전능하신 하나님께 예배하며 하나님만 바라보는 복된 주일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