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고도 긴 이야기
♠️ 애정천제 (愛情天梯)
1940년 대 초.
중국 중경(重庆) 중산진(中山镇)의
산골 상락촌(常乐村).
이 산골에는 아이의 이빨 빠진 곳을
시집가는 신부가 손가락으로 만져주면
새로운 이가 빠르게 자라난다는 전통이 있었다.
당시, 6살 된 유국강(劉國江/려우궈쟝)이라는
아이도 이제 막 앞니가 빠졌다.
며칠 후, 아이는 나팔 불고 징을 치며 지나가는
꽃가마 행렬을 보게 되었다.
누군가가 시집을 가는 것이었다.
유국강은 밥을 먹다 말고
꽃가마를 향해 달렸다.
아이는 꽃가마를 세웠고,
곱게 단장한 새색시는 가마의 가리개를 열었다.
유국강은 꽃가마를 탄 새색시에게
자신의 앞니 빠진 곳을
만져달라고 했다.
16세의 새색시는 손을 내밀어
아이의 앞니 부분을 만졌다.
순간 아이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비록 이빨이 없는 부분이었지만,
한 입 물린 새색시는 깜짝 놀랐다.
가마의 속으로 보이는 갸름하고
예쁜 새색시의 모습은 6살 아이의 뇌리에 깊게 새겨졌다.
아이는 선녀 같은 새색시의 모습에
홀린 듯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순간은 두 사람의 앞날을 예언하는
신비한 시간이기도 하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이 빠진 6살의 아이 유국강은
건장하고 잘 생긴 10대
청년으로 자라,
이제는 아내를 맞아도 될
나이가 되었다.
마을에서도 중매를 서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유국강에게
어떤 여자를 아내로 맞고 싶은지 물으면, 그는 당당하게
“서 고고(徐姑姑/손 위
부인에 대한 경칭)와
같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유국강이 말한 “서 고고(徐姑姑)”는
자신의 이 빠진 곳을 만져준
새색시 서조청(徐朝清)을 가리킨다.
당시, 서조청은 유국강보다
10살이 많은
연상의 여인인 데다가,
이미 결혼하여 아이까지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유국강의 말을
농담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유국강의 눈에 10살 연상의
서조청은 그의 여신(女神)이자
세상 모든 것이었다.
설령 그녀가 이미 다른 남자의
아이 넷을 낳은 유부녀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생각을 자신의 부모나
서조청 본인에게 말하는 것은,
폐쇄적인 산골의 전통에서 보면
“엄청난 패륜 행위”였다.
빠진 이를 만져 준 그날 이후, 10년이 흘렀다.
유국강은 16세, 4명의 아이를 둔
서조청은 26세가 되었다.
본시 서조청은 13세에 정혼하고,
16세에 출가하였는데, 서조청이 26세 된 해 그녀의 남편은 뇌막염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직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것이었다.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까지 나서서
서조청 때문에 남편이
요절했다고 꾸짖었다.
몽매(蒙昧)함은 맹수보다
무서운 법이라,
서조청은 사람들의 왜곡된
눈초리가 너무 무서웠다.
그렇다고, 친정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시어머니도 모셔야 하고,
죽은 남편의 전처가
낳은 아이 하나와
자신이 낳은 아이 셋을 모두
혼자서 돌봐야 했다.
넷이나 되는 아이들을 돌보며
집안 살림을 맡아야 했던
그녀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냥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서조청은, 날마다 아이들 업고
산을 돌아다니며 버섯을 따고
먹을 것을 구해야 했다.
돈 서푼이 없어서 소금을
사지도 못했다.
바느질과 짚신 만드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야 했다.
짚신 한 켤레를 팔면
닷 푼(五分)을 받았지만,
이것으로는 식구들의 목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다.
어느 날, 서조청은 아이를 업고
강에서 물을 긷다가 미끄러져
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는 아이를 업은 채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익사 직전에 이르렀다.
아마도 하늘의 뜻이었을까.....
그 시각, 유국강은 마침 강가를 지나다가,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물로 뛰어들었다.
물에 빠진 사람은 서조청이 아닌가...
그 후, 유국강은 힘들게 살아가는
서조청의 집을 자주 찾아가 물 긷기,
장작 패기 등의 거친 집안일들을 대신해 주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였다.
유국강은 신경 쓰지 않았으며,
누구의 말에도 따르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속 여신(女神)인
서조청의 어려운 삶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었다.
4년 동안, 유국강은 비기
오나 눈이 오나
서조청의 집안일을 도맡아 해냈다.
서조청은 자신이 젊은
유국강의 인생을 그르치게 될까!!?
두려워 일부러 문을 걸어 잠근 채,
그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유국강은 꼬박 하루 동안
문밖에 서있었다.
유국강은 문 밖에서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 집안에 있는 서조청에게 외쳤다.
저는 일평생 당신을 완전하게
지킬 것입니다.
집안에서 유국강의 외침을 들은
서조청은 바닥에 엎드려
얼굴을 묻고
울면서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1956년, 19세의 유국강은
자신의 감정을 더 이상 감추지 않고,
10살 연상인 29세의 서조청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가 마음을 털어놓기까지
무려 13년의 세월이 걸렸다.
유국강은, 자신의 이 빠진
잇몸을 만져주던
그 새색시 서조청에게
13년 동안 품었던
온 마음을 전했던 것이다.
19세의 청년 유국강,
그는 이 마을에서 당시로서는
대역부도(大逆不道) 한 일을
감행한 최초의 젊은이였다.
유국강은 자신의 여신을
데리고 아주 멀리,
그리고 아주 높은 곳으로
날아가고 싶어 했다.
이것은 서조청도 마찬가지였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수년 동안
온갖 모욕과 멸시를 받아온
서조청도 이곳의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1956년 8월 그저 평범한
어느 날 새벽,
19세의 청년 유국강과
29세의 과부 서조청은
4명의 아이를 데리고
자취를 감췄다.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들은 실종된 것이었다.
유국강은, 서조청과 그녀의 네 아이들을 데리고
해발 1500미터의 심산에 은거하였다.
그 후, 이 세상에는 그들을
비웃는 사람도,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도 없었다.
산속에는 버려진 초막집이 있었다.
유국강은 이곳을 청소한 후,
일단 여섯 사람의 거처로 삼았다.
유국강은 강에서 고기를 잡거나,
양봉을 하여 약간의 돈을 마련하였고,
서조청은 야채를 가꾸며, 세상과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듣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유국강과 서조청 사이에
네 명의 아이가 태어나서,
이제는 10명의 대가족이 되었다.
폭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그들의 초막집은 무너졌고,
그들은 산속 동굴로 피신하였다.
폭풍이 지나자, 유국강은 직접
벽돌집을 짓기로 결심하였다.
진흙으로 직접 벽돌과
기와를 구웠다.
필요한 목재는 산속에서 구했다.
도처에 해충과 독사가 들끓었다.
이들은 허리를 졸라매고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자,
드디어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1500미터의 높은 산을 어떻게 오르고
내려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산길의 한쪽은 절벽이어서
실수라도 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서조청의 나이도 점점 많아지고,
발걸음도 젊은 시절만큼
빠르지 않았다.
유국강은, “일평생 서조청을
완전하게 지켜주겠다.”는
처음의 약속을 실행하기 위하여
직접 계단을 만들기로
결심하였다.
기계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오직 한 사람의 손과 힘만으로
1500미터 산 아래까지 돌계단을
만들 결심을 한 것이다.
19세의 청년 유국강은 장년이 되고
노인이 되도록 계단을 만들었다.
꼬박 50년이 걸려 자신의 여신
서조청을 위한 계단을 완성하였다.
그동안 닳아 없어진 삽은
20 자루가 넘으며,
망치와 끌은 40개가 넘었다.
유국강은 오직 자신의 두 손으로,
산꼭대기까지 이르는 사랑의
계단을 완성하였다.
계단의 수는 무려 6208 계단,
정말 하늘에 닿을 수 있는
사랑의 계단이었다.
6208개의 계단은, 하나하나가
19세 소년 유국강이 29세의
아내 서조청에게 바치는
진정한 사랑의 표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