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학37] 보편 사제직 (2) : 세례받는 모든 사람이 받는 사제직
보편 사제직에 대하여 장엄하게 선포한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신앙이 중대하게 위협받거나 신자들의 삶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전 세계 목자들이 모여 올바른 신앙을 선포하고 교회의 나아갈 바를 밝히는 ‘보편 공의회’를 개최해 왔습니다. 2천 년 교회 역사에서 21번째 보편 공의회인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인 <인류의 빛>을 선포합니다. 교회헌장은 교회가 무엇이고, 어떤 사명을 받았으며, 교회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지를 다루었습니다. 바로 이 문헌에서 대사제 그리스도께서 (히브 5,1-5 참조) 새 백성이 “한 나라를 이루어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들이 되게 하셨다.”(묵시 1,6; 5,9-10 참조)고 하면서 보편 사제직을 강조합니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보편사제직은 평신도들이 받는 사제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편 사제직은 교황님을 포함해서 세례받은 모든 이가 받는 사제직입니다. 성직자들(직무 사제직을 받은 분)은 교회 안에서 공적인 직무를 수행할 때 직무 사제직을 수행하는데,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살 때 당연히 보편 사제직도 수행합니다.
그렇다면 세례를 받았다는 것이 왜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할까요? 초대교회에서 세례성사는 침수, 곧 완전히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형태로 거행되었습니다. 물은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상징하는데, 물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죽음을, 물에서 나오는 것은 다시 살아남을 의미했습니다.(로마 6,1-11참조) 따라서 침수 형태로 거행되는 세례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한다는 것을 뜻했습니다.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신 대사제 그리스도께서, 그분을 믿고 세례를 받아 그분과 함께 죽고 다시 살아난 우리를 당신의 사제직에 참여시켜 주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편 사제직은 어떤 방식으로 수행하는 걸까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세례받은 사람들은 새로 남과 성령의 도유를 통하여 신령한 집과 거룩한 사제직으로 축성되었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인간의 모든 활동을 통하여 신령한 제사를 바치며 그들을 어두운 데에서 당신의 놀라운 빛 가운데로 불러 주신 분의 능력을 선포한다.(1베드 2,4-10 참조)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모든 제자는 끊임없이 기도하고 하느님을 함께 찬양하며,(사도 2,42-47 참조)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 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고(로마 12,1 참조) 세상 어디에서나 그리스도를 힘차게 증언하며,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생명에 대하여 자신들이 간직하고 있는 희망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1베드 3,15 참조)(교회헌장 10항)
이처럼 우리는 기도하고, 하느님을 찬양하고, 자신을 희생제물로 바치고, 그리스도를 증언하며, 우리가 품은 영원한 생명에 대해 설명하면서 보편 사제직을 수행합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우리 자신을 ‘산 제물’로 바칠 수 있을까요?
[2023년 11월 26일(가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서울주보 4면, 최현순 데레사(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