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들은 여름이 무섭다. 치마, 반소매 등 선택의 폭이 넓은 여성과 달리 격식 있는 정장 차림을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소매 셔츠를 즐겨 입는 남성들이 많지만 사실 ‘신사’라면 입지 말아야 할 금기의 옷이다. 그렇다고 여름 내내 넥타이를 매지 않거나 재킷 없이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예의와 스타일을 동시에 갖추고 공식 석상에서도 빛날 수 있는 신사의 ‘쿨 비즈 룩’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소재를 먼저 살펴보자. 그동안 통기성을 좋게 만든 얇은 모직인 ‘서머 울’이 전통적으로 많이 쓰였다. 최근에는 면 혹은 다소 광택이 있는 면인 ‘리넨’ 소재가 가장 일반적으로 쓰인다. 대나무 소재로 짠 친환경 소재도 점차 각광받는 추세다.
그중 리넨은 가볍고 시원한 장점이 있지만 쉽게 구김이 가기 때문에 그동안 소비자들은 잘 선택하지 않았던 소재다. 하지만 여름 재킷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약간씩 구김이 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주름이 싫다면 주름이 지지 않도록 가공한 천을 사용하면 된다. 다소 신축성이 있는 소재인 ‘시어서커(Sear Sucker)’가 대표적이다. 바람이 잘 통하고 피부에 척척 감기지도 않아 여름 정장 소재로 좋다. 재킷과 바지를 만들 때 두루 쓰이는 소재이기도 하다. 시어서커로 만든 재킷과 면바지를 함께 입으면 가벼우면서도 격식 있어 보인다. 단, 재킷을 입을 때는 헐렁한 사이즈를 고르면 안 된다. 자칫 나이 들어 보이기 십상이다. 또 어깨에 들어간 패드나 안감은 되도록 얇은 것을 써서 최대한 ‘가볍게’ 보이는 것이 낫다.
여름 정장을 입을 때는 소재와 함께 색상에도 신경 써야 한다. 시원해 보이기는 단연 파란색이다. 시원해 보이는 효과 외에도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거나 ‘믿을 만한 사람’처럼 보이게 해 주는 효과도 있어 인기 만점. 패션 전문가들 사이에는 ‘프레젠테이션엔 남색 정장’이라는 공식도 있을 정도다. 단색이 조금 단조로워 보인다면 흰색과 파란색이 스트라이프(줄무늬)로 된 옷을 입으면 ‘경쾌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까지 줄 수 있다. 안에는 흰색 와이셔츠, 밖에는 파란색 계열의 단색 재킷으로 처리해도 밋밋해 보이지 않는다. 파랑 외에 원색을 파스텔 계열로 처리한 색상도 여름 의상에 즐겨 쓰는 색이다. 파란색 계열의 리넨 소재 재킷에 분홍이나 밝은 녹색 옷을 받쳐 입으면 젊으면서도 품위 있는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타이를 고를 때는 색깔 있는 보석이나 큐빅이 박힌 화려한 타이보다는 심플한 디자인을 고르자. 은색 계열이 멋스럽고 시원해 보인다. 조금 더 과감한 연출을 원한다면 검정이나 갈색 시곗줄을 풀고 흰색 시곗줄도 한번 시도해 보자. 메탈 소재가 주는 차가운 느낌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