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훈(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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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다는 KTX열차를 난생 처음 타봤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를 2시간대에 주파하는 엄청난 스피드와, 소음과 흔들림이 최적화된 객차안의 安溫은 名不虛傳 듣던대로였습니다.
열차안에 식당칸이 있는지 알아보려 여승무원을 찾다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검정색 바지차림에 잿빛 스웨터, 그 위에 민노총 전용 유니폼인것 같은 녹색 조끼를 아무렇게나 걸친 여승무원 하나가 '보무도 당당히' 걸어와 내앞에 섰습니다. 조끼엔 어지러운 시위구호가 씌여 있었지요. '땅위의 스튜어디스'라는 KTX 여승무원들은 넉넉한 미소 대신 과장된 무표정한 얼굴로 이렇게 승객들 앞에서 '근무 파업'을 수행중이었습니다. 아마조네스의 女戰士같은 위압적인 분위기의 여승무원을 보는 순간 말문이 닫혀버렸습니다. 물어보려했던 것도 잊고 "Hi--" 한 손을 들어 어줍잖은 미국식 인사를 한 후 눈길을 돌렸지요.
땅위의 스튜어디스에 이어 하늘위의 스튜어디스인, 세계 항공사중 가장 친절하다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승무원들이 민노총 시위복 차림새로 '근무 파업'을 하면 어떻게될까 부질없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물 한잔만 갔다줄래요?"
"물은 셀프입니다."
"와인 한잔만?"
"저는 술집 아가씨가 아닙니다. 가져다 드세요"
이런 상상 말입니다.
부산을 출발해 속초를 거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과 일본을 경유해 다시 속초로 돌아오는 크루스를 탔습니다.
11만톤짜리 럭셔리한 이탈리아 선적의 배였지요. 속초에서 3000여명의 승객이 관광차 下船했는데 여기서도 파업이 진행중이었습니다.
속초는 달포 전 사상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도시 일부가 유령화된 상태였습니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동해안 최대의 관광 어항인 이곳 경제는 궤멸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시장과 도지사, 심지어 총리까지 나서 국민들에게 속초경제 살리기 '억지춘향 관광'을 호소하고 있었지요.
헌데 원 세상에? 관광객을 실어나를 버스기사들이 파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국도 파업이 많지만 이런 '自害공갈단式' 파업은 없습니다.
문재인정부의 '오매 내새끼 玉童子'가 돼버린 노조, 특히 민노총의 玉童 아닌 惡童들이 이런 싸가지 짓거리들을 예사로 저지르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전좌석이 스무석 남짓밖에 안되는 미국서는 타보지못한 초호화 버스였습니다. 원하면 옆사람과의 사이를 차단하는 커튼이 버스천장에서 내려오게 설계돼 있었습니다.
고속버스 대합실에서 겪은 일입니다. 웬 걸인 하나가 플라스틱통을 내밀며 구걸을 하다 돈이 한푼도 걷히지않자 난폭자로 돌변했습니다. "돈 내놓기 싫으면 그만 둬. 이 빨갱이 새끼들아!"
모두 놀라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는 허리춤에서 흉기라도 꺼내 휘두를 기세였습니다. 3~40년전 이민 초기 뉴욕에서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이민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뒷주머니에 20달러 지폐 한장씩 꼭 넣고 다녀라. 밤거리에서 손 내미는 놈 있으면 무조건 쥐어줘라. 돈 없다고하면 칼 맞는다."
요즘 미국엔 '진짜 거지'는 별로 없습니다. homeless로 불리는 노숙자들 중 간혹 구걸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은 대개 난폭하지 않습니다.
기초생활비는 정부에서 나오고 식사는 자선단체나 교회등이 제공하는 무료급식소에서 해결됩니다. 집은 없지만 차에서 잠을 자는 '홈레스 自家用族'도 있습니다.
compassion이 아니라 fear때문에 걸인에게 적선을 해야하는 시대가 30년전 뉴욕처럼 마침내 한국에도 온걸까요?
돈을 안준다고 "이 빨갱이새끼들아!"하고 저주를 퍼부은 광주의 그 걸인은 그러면 문재인을 반대하는 '보수우파'일까요? 아니면 이 시대 최고의 권력이라는 민노총 산하 '거지 노조'의 노조원쯤 될까요?
5.18 39주년 기념식이 열린 날 광주에 있었습니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이 식장에서 제1야당대표 황교안을 이른바 '악수 패싱'으로 '한 방 먹인' 날이었지요.
한국당과 대표인 황교안을 바퀴벌레만큼이나 싫어하는 광주사람들은 "우리 정숙이 잘했제. 잘해부렀어!"하며, 영부인의 악수 패싱을 의도적인 황교안 물먹이기로 해석했습니다.
헌데 이튿날 반전이 일어났지요. 한국당과 보수쪽에서 '악수 패싱'을 고의적인 제1야당대표 욕보이기라고 비판하자 청와대와 여당이 우연한 해프닝이었다고 반박하고 나선겁니다.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그날 식장에 입장하며 문재인대통령은 맨앞자리에 서있던 민주당 이해찬, 한국당 황교안,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순으로 악수를 했고 영부인 김정숙은 남편옆에 바짝붙어 따라가며 악수를 했습니다. TV들이 이 장면을 2~30초만 있는 그대로 비쳐줬어도 고의성 여부는 간단히 판가름났을겁니다.
광주사람들이 "우리 정숙이 잘해부렀어"하고 환호작약했듯이 누가봐도 이날 김정숙의 행동은 의도적이었습니다.
모든 TV들이 절묘하게 편집해 김정숙이 황교안을 빤히 쳐다보며 지나치는 모습을 지워버렸습니다.
김정숙의 돌출행동에 놀란 청와대가 국민여론을 의식해 방송에서 이 장면을 드러내게 압력을 행사했다는게 팩트입니다. 유튜브를 뒤져보면 김정숙이 황교안을 건너뛰고, 황은 악수하려 내밀던 손을 자신의 얼굴로 가져가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 장면이 생생히 잡힙니다.
자기 남편을 김정은의 대변인이니 독재자니 하며 '디스'한 황교안의 손을 김정숙은 잡고싶지 않았겠지요.
張三李四의 '여편네'라면 그렇습니다. 헌데 대통령 부인, 즉 영부인은 그래선 안되지요. 김정숙은 스스로를 영부인에서, 그의 온라인상의 별명인 '국밥집 여편네' 수준으로 격하시켰습니다.
요즘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엔 '영부인 어록'이라는 코너가 있다고 합니다. 숙명여고 철친이라는 '막돼먹은 혜원씨' 국회의원 손혜원과 전화로 수다떠는 말들을 모아 '語錄'을 만드는걸까요? 서민들 살림살이는 거덜내놓고 저희끼리는 참 요상한 짓거리들을 하고 있습니다.
류현진과 손흥민과 BTS 없으면 살 맛이 안난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내가 마지막에 가 본 5년 전에 비해 사람들의 소득수준은 나아진게 분명해보였습니다.
재개발이 거의 끝난 종로 을지로 청계천 일대엔 LA 다운타운만한 크기의 강북 빌딩타운이 새로 조성돼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습니다. 헌데 웬지 한국사회는 웃음과 활기를 잃고 일종의 레더지(lethargy)증세, 즉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있는것 같아 보였습니다.
류현진이 주는기쁨은 잠시, 그가 다시 등판하는 5~6일동안은 김정숙 어록이니 뭐니 하는 시덥잖은 권력쪽 凶事(?)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하니 사람들이 살맛을 잃을법도 하겠지요.
김정숙은 그 오지랖이며 그 천박스러움이 가히 역대급입니다. 남편인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 역시 절대적이라는 소문입니다.
이를 간파한 청와대내 간신들이 영부인 어록이라는 기상천외한 진상품을 만들어 헌정한 것일 일테지요. 제1야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얕보고 망신주는 것으로 나름의 정치행위를 시작한 영부인 김정숙---. 웬지 느낌이 불길합니다.
**내 모교인 경기고55회 졸업 60주년 기념행사가 5월12~16일 한국에서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때 보고 느끼고 겪은 所懷의 일단을 두서없이 적어 본 것입니다. -임 춘 훈 언론인, 전한국방송공사 미주지사 사장
첫댓글 현재의 한국사회는 웃음과 활기를 잃고 집단 무력증에 빠져있어 앞으로의 갈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