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 - 답전부(答田父)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5. 13.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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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 - 답전부(答田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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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5:16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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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한국고전
답전부(答田父)
요약 「답전부」는 고려 말 조선 초의 유명한 관리이자 문인 정도전이 쓴 설 문학 작품으로, ‘늙은 농부에게 답함’이라는 뜻이다. 정도전이 30대 말에 나주의 회진 땅으로 귀양을 갔을 때 창작한 작품으로, 자신의 정당함을 우회적인 방식으로 나타냈다. 「답전부」는 『삼봉집(三峰集)』 권4에 수록되어 있다.
작가소개와 작품해설
정도전
「답전부」는 조선 건국에 큰 영향을 미친 관인이자 문인 정도전이 쓴 설 작품이다. 제목을 한글로 풀이한다면, ‘전부(田父: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답함’이라 할 수 있다. 설(說)은 한문 산문 장르의 하나로서 사건, 일화 등을 제재로 하여 이러한 제재들에 나타나는 모순이나 오해, 혹은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비평하는 글쓰기다.
작품에 따라 극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는 것도 있으나, 대체로 심오한 유교적 교리를 분석하여 견해를 밝히는데 목적을 둔다. 「답전부」의 경우, 심오한 유교적 교리를 철학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유교를 숭상하는 선비가 품어야 할 태도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답전부」는 정도전이 조정에서 배척당하여 1375년부터 몇 년 동안 전라남도 나주의 회진(會津)으로 유배 갔던 시기에 쓴 작품이다.
「답전부」의 창작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가 회진으로 유배 갔던 시기를 고려하여 창작시기를 1375년으로 표기하였다. 정도전은 자신의 억울하고 참담한 심정을 농사꾼과 대화하는 형식을 이용하여 기술하였다. 늙은 농사꾼은 정도전에게 세 가지 방식의 죄를 범했는가 물은 후 정도전의 죄와 관련하여 한 가지 답을 해준다. 즉, 유배된 정도전의 죄는 중국의 고고한 선비들이나 숨어사는 선비들과 같이,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강직함을 지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답전부」는 권력 있는 신하에게 아첨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며 바른 말을 하는, 유교주의 정치가의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다.
이때 늙은 농부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사물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은자의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는데, 정도전은 은자의 말을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늙은 농부는 정도전의 또 다른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답전부」는 어려운 유교적 교리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거나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늙은 농부와 문답하는 방식을 차용하여 올바른 선비의 삶에 대해 우회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문학적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답전부」는 정도전의 문집인 『삼봉집』 권4 설조(說條)에 수록되어 있다. 『삼봉집』은 여러 번 간행되었는데, 초간본은 정도전이 직접 엮은 원고를 그의 아들 정진(鄭津)이 모아서, 성석린(成石璘)의 선별하고 권근(權近)이 비점(批點)을 하여 1397년 간행하였다. 『삼봉집』 중 현재 가장 널리 읽히는 간행본은 정조(正祖)의 명으로 1791년에 완성한 것으로, 규장각(奎章閣)에서 주관하였고 대구에서 목판으로 간행하였다. 14권 7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 서울대 규장각, 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 등에 소장되어 있다. 「답전부」가 수록된 권4에는 정도전이 회진에서 유배 당시 지은 글을 모은 『금남잡제(錦南雜題)』에서 뽑은 글이 다수 실려 있으므로, 정도전의 생각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등장인물
화자(話者) : 늙은 농부와 이야기한 사람, 곧 정도전 자신. 조정에서 일을 하던 중 시골로 귀양을 갔다. 어느 날 늙은 농부와 만났는데, 그는 조용히 숨어사는 은자(隱者)였다. 농부의 질문에 답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화자는 농부가 진정한 은일지사(隱逸之士)임을 깨닫고 한탄한다.
늙은 농부(田父) : 화자의 정체성에 대해 묻는 은자. 화자(정도전)에게 무슨 죄를 지어 이곳까지 귀양 왔는가 묻는다. 그리고 ‘옛날 유명한 선비들도 바른말과 간언을 서슴지 않다가 재앙을 당하였는데, 다행히 목숨을 보전하였으니 앞으로 신중하라’ 이야기한다. 화자가 세상에 나아가기를 청하였으나 자신은 평범한 농부일 뿐이라고 답한다.
작품 줄거리
화자는 벼슬을 하다 죄를 얻은 까닭에 궁벽한 시골에서 지내던 중 우연히 들판에서 일하던 늙은 농부를 만난다. 농부는 화자에게 지은 죄가 어떤 것인가 세 번 묻는다. 첫 번째는 권력가에게 아첨하여 재물과 벼슬을 얻고 호의호식하며 사치스럽게 살다 권세가 사라진 까닭에 죄를 짓고 낙향하였는가 묻는다. 화자는 아니라고 답한다.
농부는 두 번째로, 겉으로는 바른 척하고 속으로는 백성과 나라의 안위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자신만을 위하다가, 그 위선이 드러나 죄를 얻어 낙향하였는가 묻는다. 화자는 아니라고 답한다.
그러자 농부는 세 번째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게 군림하고 뜻있는 선비들을 배척하고 자신의 뜻을 위해 정치를 함부로 하다 악행이 쌓이고 재앙이 극에 달하여 죄를 얻게 된 것이 아닌가 묻는다. 화자는 이번에도 아니라고 답한다.
농부는 화자의 답을 듣고 이야기하기를, 그대의 죄는 힘이 미약함을 깨닫지 못하고 직언하기를 좋아하여 귀양 온 것이므로, 다행히 목숨을 보존하였으니 앞으로 신중하라 이야기한다. 화자는 농부가 평범한 노인이 아님을 깨닫고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청하였으나 노인은 거절한다. 이에 화자는 늙은 농부를 저익(沮溺: 장저(長沮)와 걸익(桀溺))과 같은 은자임을 깨닫고 한탄한다.
작품 속의 명문장
노인이 다시 말하였다.
“그러면 그대의 죄를 내가 알겠다. 그 힘이 부족함을 헤아리지 않고 큰소리치기를 좋아했으며, 그 시기가 마땅치 않음을 알지 못하고 바른 말하기를 좋아했군. 현재를 살면서 옛날을 그리워하고 지위가 아래에 있으면서 윗사람들에게 거슬렸으니, 이것은 어떤 죄를 얻은 연유이겠는가? 옛날 가의(賈誼)는 장쾌한 이야기를 좋아했고, 굴원(屈原)은 바른말을 좋아했고, 한유(韓愈)는 옛날의 도(道)를 좋아했으며, 관용봉(關龍逢)은 윗사람에게 간하기를 좋아했다. 이 네 사람들은 모두 도가 있는 선비들로, 혹은 내쳐지기도 하고 혹은 죽기도 했기 때문에 자신을 지킬 수 없었다. 지금 그대는 몸 하나로 여러 차례 꺼림을 범하였으나, 가까스로 먼 곳으로 귀양살이를 와 목숨을 보전하였다. 나는 비록 촌사람이나 이 나라 법이 관후함을 알겠노라. 그대는 지금부터 이를 계율로 삼으면 (어려움을)면할 수 있을 것이다.”
「답전부」의 마지막 부분에 늙은 농부가 정도전이 지은 죄가 무엇인지 알겠노라는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가의는 한유는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며, 굴원과 관용봉은 충성을 다해 간하였으나 오히려 화를 당한 선비이다. 농부는 이와 같은 인물들과 정도전이 같은 가치관을 지녔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도전은 늙은 농부를 빌어 자신의 정당함을 표출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답전부(答田父)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한국고전, 2013. 11., 조재현, 강명관, 위키미디어 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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