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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교실의 아이들은 신이 났다. 일주일 동안 책가방 없이 학교에 등교하는 체험중심, 학생중심 활동들로 짜여진 꿈끼 주간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1학기에 1주, 2학기에 1주 운영되는 `다전 차차차! 책가방 없는 꿈끼 주간`은 다전초등학교가 함께 하는 활동이다. 다행하게 학교에서는 학급 단위의 계획과 운영을 할 수 있게 해 주셨고 선생님들께서는 머리를 맞대고 학급, 혹은 학년 단위로 평소에 아이들이 책가방을 가지고는 할 수 없었던 활동들을 계획, 운영했다. 참으로 좋았던 것은 근사한 계획서, 형식적인 절차가 없다는 것이다. 활동도 아이들과 미리 의논하였고 일부는 학생들이 협의에 의해 결정하기도 하였다. 소박한 교사는 이것저것 다 두고도,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한 학기에 일주일 책가방 없이 학교에 갔었다. 살랑살랑 가벼운 마음으로 어깨 무거울 거 없이, 놀러 가듯이 학교에 간 적이 있었다.`라는 추억 하나는 확실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 좋았다.
이제 드디어 신문지 눈싸움을 할 차례, 신문지로 눈싸움을 한다. 보드라운 신문지들이 천정에서 분수처럼 내려온다. 살짝 난장판이 된다. 아이들이 꺼억꺼억 소리를 내면 신나게 웃는다. 잠시 진정을 하고 신문지 뭉치기를 한다. 뭉친 신문지를 두 사람씩 공중에 던져 흩어지지 않고 공 모양으로 떨어지면 이기는 놀이를 한다. 놀이지만 사실은 신문지들을 치우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모르고 열심히 재미나게 한다. 재활용 포대를 하나 가져와서 다양한 놀이를 통해 신문지를 모두 치운다. 이제 교실에 아주 구석진 곳에 한 두 개의 신문지 조각들이 있다. 이제 신문지 조각들은 물고기로 변신,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듯 찾는다. `월척이요` 소리가 들리면 청소 완료이다. 잘 놀았다. 다전초등학교 교정에는 차나무가 있다. 아이들과 1학기 꿈끼 주간에는 차 꽃도 따고 덕고 녹차도 마셨다. 여정다례교육원과 교육협정을 맺어 다례와 인성교육도 받았다.
한복 입은 강사님들의 포스에 아이들이 아주 온순해지는 것을 보고 소박한 교사도 한복을 입고 다니면 아이들이 좋아할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했었다. 2학기에는 교정의 차나무에 차꽃을 보았다. 소박한 교사는 40년을 넘게 살면서 차꽃을 다전초에서 처음 보았다. 아이들이 자세히 보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차꽃 사진 학급 콘테스트를 열었다. 차밭에 풀도 뽑아주고 시든 잎도 따주면서 예쁜 차 꽃 사진도 찍었다. 우리 반 H가 1등을 했다. 거두어 놓았던 핸드폰을 나누어 주고 교정을 마음껏 거닐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 소란을 떨며 까르르 해도 어느 반이나 활동 중이니 방해가 되지 않는다. 사진기 하나로 아이들이 이렇게 적극적일 수 있는지 몰랐다. 소박한 교사는 사진기와 영상을 학습에 적극 활용해 보기로 아이들 몰래 결심해 보았다. `체육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래 실컷 하자.` 하루 종일 스포츠 데이다.
옆 반이랑 피구리그전도 하고 댄스와 무용 활동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몸 쓰는 활동을 모두 하였다. 그래도 아이들은 여력이 있는 것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동물원 현장체험학습으로 한 주를 마무리 했다. 아이들은 꿈같은 한 주를 보냈다고 일기에 써 왔다. 그 주에는 알림장도 없었고 일기 숙제도 없었다. 아이들의 숨통을 터주고 싶어 선생님들이 의논하여 구성한 교육과정인데 아이들은 책가방 없이 학교에 왔다가 집에서 학원 가방을 가지고 학원에 가야한다. 하지만 소박한 교사는 건강한 자신의 일상을 열심히 사는 아이들을 응원한다. 일 년 내내 즐거운 아이들이지만 한 주는 더 즐거워 보였다. 이제 공부는 어찌하나 했는데 아이들이 훨씬 활기 차 졌다. 그 과정에서 공부 말고 잘하는 것이 돋보인 친구들이 인기가 높아 졌다. 학습 과정에서는 소심하게 있던 녀석들이 자신의 재주를 내어 보이는 수용적인 시간이 소박한 교실에도 필요했던 모양이다. 유익했다. 함께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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