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경 (지은이)
1966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쓰고 그린 첫 그림책『아씨방 일곱 동무』는 출간 21주년을 맞았으며, 초등학교 3학년 국어활동 교과서에 실렸다. 그 외 『신기한 그림족자』,『콩숙이와 팥숙이』,『봉지공주와 봉투왕자』가 있고,『넉점 반』,『주먹이』,『꼬마 모차르트의 동물 음악대』,『에헤야데야 떡 타령』,『꽃들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등 다수의 그림책과 동화책에 글 또는 그림으로 참여했다. 일과 놀이가 어우러지는 생활을 사랑하며 즐거운 마음을 나누는 그림책 만들기를 언제나 꿈꾸고 있다.
■ 먀오족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엿보는 색다른 ‘콩쥐 팥쥐’
『아씨방 일곱 동무』작가 이영경의 중국 옛이야기『오러와 오도』가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중국 구이저우성 등지에 사는 소수민족인 먀오족 사이에 전해 오는 옛이야기로, 우리나라 ‘콩쥐 팥쥐’와 그 맥락이 비슷하다. 이영경 작가가 직접 먀오족 마을을 방문하고 취재해 그린 그림에는 먀오족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생생하게 잘 녹아 있다. 중요한 축제인 ‘도화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전통의상과 목가적인 마을 풍경, 순박한 사람들의 표정 등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콩쥐 팥쥐’ 이야기는 전 세계 전역에 고루 퍼져 있는 유명한 구전 동화이다. 주요 인물인 새엄마와 심술쟁이 동생이 등장하고 주인공의 역경과 시련도 비슷하지만 다양한 문화적 배경이 조금씩 다르게 등장한다. 조력자들도 동물부터 마술을 부리는 요정이나 선녀까지 이야기마다 다채롭게 등장하는데 이 그림책에서는 먀오족의 생활 주변에 있는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농작을 돕는 검은 물소가 조력자로 나타나고 오러의 멋진 배우자로는 먀오족 전통 악기인 생황을 부는 생황수가 나온다. 중국 소수민족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적 배경으로 읽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콩쥐 팥쥐’와 비교해 보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 재창작된 옛이야기 속에 살아 있는 지혜
옛이야기의 매력은 오래 구전된 이야기의 본질적인 힘, 세대를 거듭해 읽히는 이야기의 유연성이다. 또 거기에 교훈적이면서도 해학적인 유머와 카타르시스가 한몫한다. ‘콩쥐 팥쥐’ 이야기도 오랜 시간, 넓은 지역,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이야기로 선함은 언젠가 복을 가져오고, 악함은 벌을 받는 씁쓸한 결론을 맺는다. 현실에서는 선함이 큰 복으로 이어지거나 악함이 꼭 벌을 받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선한 마음과 남을 위한 배려와 양보가 언젠가 밝은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혜를 심어줄 수 있다. 더불어 인간관계의 소중함도 일깨워 준다.
■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동양화의 멋
화선지에 퍼지는 담채화는 동양화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부드러운 붓 선이 인물과 풍경의 라인을 잡아 줘 동적인 느낌까지 더해 준다. 이영경 작가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그림은 잔잔한 여운까지 잘 담고 있다. 이국적인 중국 묘족 마을의 풍경, 전통 복장과 흥미로운 집의 내부 구조, 축제의 세세한 묘사와 인물들의 살아 있는 표정과 동작 등 그림을 하나씩 자세히 읽고 음미해 나가면 옛이야기가 더욱 새롭고 풍성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