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로 대회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본인(필자)은 상티니 감독의 매니아라 칭해도 좋을만큼 그를 믿었고, 그의 작전과 전술에 상당한 신뢰를 보냈던 사람 중에 하나다. 그러나 이번 유로 2004에서 프랑스가 치룬 4번의 경기를 되돌아 보면, 상티니 감독의 전술과 포메이션은 상당히 부적절했고, 경직되어 있었다.
물론, 이렇게 프랑스가 탈락한 뒤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결국 결과론적 이야기 밖에 안되겠지만, 그래도 한번 쯤은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1] 토튼햄과의 계약을 왜 유로 2004 전에 체결했으며, 왜 그 사실을 발표했나?
6월 3일, 잉글랜드와의 유로 2004 첫경기를 10일 앞 둔 상황에서 상티니 감독은 2004~05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튼햄 핫스퍼의 감독으로 정식 계약했다는 발표를 했다.
국가대표팀 감독이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메이저 대회 이후의 거취를 미리 정해서 발표까지 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 대회에서 자국 팀의 경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 대회가 끝난 후에, 또는 설사 계약을 했다손 치더라도 입조심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티니 감독은 달랐다. 특히나 유로 2004 대회를 바로 직전에 앞둔 상황이라 더욱 뉴스거리가 되었다. 선수 개개인들은 인터뷰에서 상티니 감독을 이해한다고 밝혔고, 상티니 감독은 인터뷰에서 유로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자신의 계약이 유로 대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6월 6일 우크라이나 전부터 프랑스의 경기력은 그 이전의 경기들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띄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에게 겨우 후반 막판 지단이 1골을 넣어 1-0으로 이기며 공격 라인에서의 결정력이 다소 둔감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결국 이런 양상은 유로 본선 경기가 진행 될수록 심하게 나타났고, 그리스를 상대로는 느린 공격 템포, 파괴력 없는 공격력으로 0-1로 패하며 2회 연속 우승의 모든 꿈이 날아갔다.
상티니 감독의 토튼햄과의 계약 사실이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직접적으로 규명하기는 힘들겠지만, 선수들의 심리적인 결속력에서는 다소간의 영향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2] 엔트리 구성과 선발 출전 선수들이 여전히 노장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유로 2004의 엔트리 구성에서 프랑스 2번째로 평균 나이가 높고, 특히나 베스트 11 구성에서는 30대 노장들이 대거 포진함으로써 전체적인 파이팅 부족이 드러났다. 엔트리 23명 중에 50%가 넘는 12명이 30살 이상이라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이 2명, 10대 루니가 맹활약한 잉글랜드가 4명, 포르투갈이 7명 등 이었던 것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눈에 띄는 대목이다. (물론, 네덜란드도 11명으로 많은 편이다.) 제일 나이 어린 선수가 80년생인 24살의 페드레티일 정도로 프랑스는 신예들이 엔트리에 없었다.
이번 대회는 공격 템포는 더욱 빨라졌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는데, 프랑스 만큼은 그들의 경기에서 정 반대의 흐름을 탔다. 속공은 경기 내내 찾아 보기 힘들 정도였고, 수비 진영이 자세를 갖추고 나면 서서히 공격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포메이션이나 전술을 떠나 공격 템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공격 템포가 빠르다는 말은 상대가 수비 진영을 구축할 시간을 빼았는다는 말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공격 기법은 없을 것이다. 물론, 노장이라고 빠른 스피드와 공격 템포를 이끌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이번 프랑스의 4경기를 되돌아 보면, 그 특징은 느린 공격 템포였다. 유로 2000 당시 상대가 뒷걸음질 치게 무섭게 진격해오던 프랑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이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1차전 잉글랜드 전, 2차전 크로아티아 전, 3차전 스위스 전에서 30대 선수들이 모두 6명씩 기용되었다. 8강 그리스 전에서는 무려 7명의 30대 선수가 기용되며 최악의 경기력으로 무너졌다. 그렇기에 느린 경기 템포가 노장 중심의 선수구성과 별개라고는 보기 힘들 것이다.
물론 30대 선수들이 유럽 각 클럽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프랑스의 20대 젊은 선수들의 기량도 벤치만 지킬 정도로 실력 차이가 나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아니다.
사하, 고부, 붐송, 로탕 등의 선수들은 충분히 더 많은 시간 출전했어도 그들의 실력을 발휘 했을 것이다. 프랑스의 베스트 선수들이 지나치게 클럽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이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티니 감독에게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3] 왜 그는 4-4-2만을 고집했나? 4-2-3-1로의 변경이 차라리 나았을런지도 모른다.
우선, 1차전 잉글랜드 전을 표본으로 포메이션으로 살펴보자. 이후의 경기들도 포메이션은 이 형태를 띄었으므로..
상티니 감독은 2002월드컵 이후 프랑스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며 수 차례의 테스트를 거치며 이 포메이션을 완성했고, 지금까지 프랑스의 A매치 무패 행진의 원동력으로 이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포메이션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이번 대회에서 노출된 것이 앙리-트레제게의 조화, 지단-피레의 조화, 비에이라-마켈레레의 조화 였다.
특히나 지단이 왼쪽 측면으로 빠지는 포메이션이지만, 실제적으로 지단은 거의 프리롤 역할을 하며 중앙에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피레는 좌-우 모두에서 측면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왼쪽에서의 플레이가 더 좋다. 그래서 지단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 주고 오른쪽에서 활약하다보니 다소 포지션에 혼돈이 왔고, 게다가 피레 역시도 중앙 플레이가 가능한 상태라 측면이 상당히 약화되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왼쪽으로는 리자라쥐가 오버래핑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30대 노장에게게는 당연히 체력적 부담을, 팀에게는 수비진의 약화를 불러일으켰고, 앙리 역시도 측면 플레이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센터포워드 자리에는 트레제게가 버티고 있어 앙리에게는 아스날에서의 최전방이던 자신의 입지와 프랑스 대표팀에서 앞에 트레제게 버틴 자신의 입지는 분명 달랐고, 이 또한 혼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어떤 이들은 프랑스는 지단에게 너무 의존한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이왕 그런 비판을 들을 바에는 상티니 감독은 자신이 선호하는 4-4-2를 한번쯤은 버릴 만도 했다. 아예 지단에게 더 역할을 집중시켜 4-2-3-1을 사용했더라면 한다. 어정쩡하게 지단을 왼쪽으로 돌릴 바에는 이왕 지단에게 집중된 전력, 지단을 그냥 확실히 중앙 공격형 미들 자리를 맜겼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앙리에게는 아스날에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1톱으로 놓아두고, 지단에게는 중앙을 장악하게 하고, 전문 측면 미들 2명을 가동하는 것이 차라리 프랑스에게는 나았을런지도 모른다. 이왕 지단에게 의존 할꺼면 측면까지 맡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겨주기 보다는 중앙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었어야 한다.
스페인도 이 4-2-3-1을 사용했지만, 라울이 기대치에 못 미쳐 실패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라울과 지단의 그 역할은 분명 다를 것이다. 스트라이커 출신의 라울과 원래 중앙 공격형 미들인 지단은 라울의 단점을 충분히 극복해 더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스페인으로서도 라울보다는 발레론을 그 자리에 두었어야 한다.
첫댓글 이상하군... 지단도 원래는 포워드였는데... 보르도 시절에는 포워드로 활약했었죠... 지금의 라울과 비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