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래 첫동네 모운동 (경사났네)을 가다
(모운동 전경)
영월에서 동쪽으로 한시간여 차를 몰아 김삿갓 계곡 반대 방면으로 처다보면 하늘아래 첫동네 모운동이 저만치 시야에 나타난다
주문1리를지나 하동천변을거쳐 꼬블거리는 굽이길을 아슬 아슬하게 돌아 오르다 보면 한적한 시골길 앙상한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남긴 감들이 주렁 주렁 달려 있습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에 아버지 때 부터 까치밥은 남겨두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고픈 길손에게 먹거리 나눔을 하였던 우리네 선조들의 지혜를 생각하며 그 지혜가 까치밥 하나 정도 남겼을거라는 상상을 해 봅니다.
(찍바구 새)
(까치)
전형적인 농촌 산골 이지만 강원도 산골마을 치고는 비교적 따듯한 기후인 우리고장 영월 하동땅 이랍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아직까지 감을 따지 않아 나무에 달려 있는 감나무를 간혹 볼 수가 있습니다 금년에는 기후가 좋아 모든 곡식이 맛있게 수확이 된 풍년의 해입니다.
감나무 역시 풍년결실을 맺었는데 수확철 생산량 과다로 인해 생감을 따 판로도 없고 또 농촌 고령화로 감을 노인들이 따야하니 그냥 내버려 두었나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감나무에 달린 감을 따는 인건비가 비싸기에 수확을 포기 그대로 매달려 겨울나기를 하는 풍경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모운동 목장)
오르다 굽이길 돈사옆 모퉁이 허름한 농가에 들려 감을 왜 안 따셨느냐고 여쭈어보니 할아버지가 다쳐서 걸음이 불편하고 할머니는 당뇨병이라 객지에 나간 자식들이 와서 감을 따 주어야 하는데 올해는 어려운지 자식들이 아니 내려와 못따고 그냥 버렸다고 한숨을 쉬고 계시는 모습이 안스럽게 다가옵니다
또 오고가는 차비 또는 기름값이 비싸 그냥 감을 까치밥으로 주고 말자는 결론을 내린 경우와 실제 대다수 미수확한 감나무의 경우는 감나무 상인이 봄부터 나무의 감을 계약하고 수확을 포기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이야길 들려 줍니다.
미리 수확을 포기한다고 하는 사실을 알았다면 감식초라도 만들텐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몇개의 서리맞고 얼어버린 감을따 입에 넣으니 사르르 녹아 내리는 그맛 참으로 진하게 창자를 내려간다 차에 있던 담배 한보루를 노인에게 건내드리니 한사코 사양을하시기에 마루에 놓아 드리고 모운동으로 오릅니다 언제부터인가 농촌에도 자본주의에 의한 상업농이 판단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풍성한 결실을 수확하며 비용과 판매대금이란 경제적가치로 판단을 하게 된것입니다 돈이 농촌에도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었다는 쓸쓸한 생각을 해 봅니다.
굽이길을 오르자 우리가 지난 가을 숙소로 사용 하였던 페교 팬션이 된 하늘 팬션이 나타나고 그앞 뻐스 정거장을 뛰어가는 천진스러운 아이 모습에서 희망을 찾아봅니다 길옆 은행나무도 노란 잎새를 떨쳐내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길손을 마중 합니다 나무는 정말로 위대합니다. 그러기에 그 열매가 달고 값진것이 아닐런지? 봄에 새잎이 나서는 태양빛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하고 만들어진 탄소동화물질로 열매를 만들어 냅니다 힘들게 만든 결과물을 겨울이 오면 아낌없이 떨쳐 버립니다 그리고는 또 다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겨울나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네 인간은 죽기 전까지 손에 꼭 쥐고 놓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는데..... 나눔과 공유의 아름다움을 나무를 통해 배워 봅니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워질 때 사랑의 천사가 되는 사람들이 많아짐은 그래도 아직 우리사는 사회가 따듯한 사람이 더 많다는 생각을하니 기분이 좋아 집니다 많은 것을 나눔하지 않아도 작은 물질이나 환한 미소라도 나눔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멍가게 길옆을 버티고 있는 미루나무는 까치가 쉬어갈 자리까지 내어 주어 까치가 손님을 맞이 하느라 짖어대며 인사를 합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주고.....가을에는 풍성한 열매를 주고.....겨울에는 좋은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여백을 줍니다.
겨울에도 망경대 산하는 푸른 나무가 버티고 있답니다 사계절 푸른 나무를 상록수 주목,사철나무,소나무 등등......
상록수는 생존의 법칙이 일반 활엽수와는 다릅니다 나무와 사람들 각각 생존의 법칙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주어진 환경과 나의 조건이 다르기에 그 환경에 맞게 적응을하면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소나무나 주목은 은행나무처럼 노란 잎이 없음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비록 가을에는 화려하지 않아도 사철 푸른 상록수로 살아 갈 수 있으니까요......
이곳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을날 은행잎처럼 특별히 눈에 띄지 않게 아주 수더분하게 겨울나기를 하면서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부 인간들은 화려한 인생을 꿈꾸면서 살아가지만....... 이곳은 하늘아래 첫 동네라 한때 산업의 원동력인 석탄을 캐낼때에는 화려한 곳이였지만 석탄 합리화 이후 모두가 떠나고 갈곳없는 산업전사들이 늙어가면서 마지막 생을 마감하면서 동네를 지키고 있답니다
길옆 스레이트 모막살이 옆 장독대의 장독은 묵묵히 겨울나기를 하면서 장맛이 우러나고 고추장맛이 살아나는 것입니다 저 장독의 장맛처럼 하늘아래 첫동네에도 언제 부터인가 바람이 불고 마을가꾸기 열정이 살아나 이장 김씨와 부인이 부지런히 쫒아 다니고 노인들을 설득하여 새농촌 가꾸기를 하더니 마을 허름한 담벽락에 벽화가 그려지고 마을 꽃길가꾸기 등 1년여 함께 열정을 쏫아 내더니 올해 전국에서 제일 잘한 마을에게 주어지는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경사가 낫답니다 다큐로 테레비에서 나오고 말입니다
우리의 삶이 한 해 한해 지나면서 인생의 참맛이 생기듯이......빠른 성취보다는 천천히 우러 나오는 한국의 된장맛 같은 모운동 사람들의 참된 인생을 살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하면서 모운동 굽이길을 돌아 예밀리 만경사를 둘러 보고 오랜 친구네 집에들려 그 부인이 평소 맛나게 잘하는 칼국수 한그릇에 하루에 피로를 풀고 일상을 뒤로하고 귀로길에 접어 듭니다 낮에 만남 노 부부의 건강을 기원 하면서 ......
이천구년 일월 仙巖 라춘식
(모운동의 미래 청사진)
첫댓글 아주 좋은곳을 다녀오셨습니다. 저는 사진에도 나와있는 예밀리라는곳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나가시는길에 들리셔서 차라도 한잔 하시고 가십시요. 앞으로 자주 뵐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입니다 벽화가 정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