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11월 28일) 아들 관민이를 군에 보내려 논산을 다녀왔다.
입대일을 이틀 앞 둔 시점까지만 해도 우리 가족은 누구하나 우울함 없이, 평상시처럼 즐거웠다.
토요일에 난 대구에서 열린 탁구대회에 출전해서 3등을 했다. 정겨울은 옆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밤늦게 집에 도착하니 아들은 친구들 만나서 노느라고 아직 집에 안들어왔고..
우린 그냥 평상시처럼 잘 잤다.
일요일 입대전 마지막 예배를 교회에서 드리면서부터 마음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아들 손을 잡고 함께 예배를 드리는 동안 조금의 떨림이 느껴졌었고..목사님의 기도를 받기 위해 단상에 올라갔을 때 함께 눈을 감으니 코끝이 맹맹해지면서 머릿속도 뿌옇게 흐려왔다. 예배를 마치고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인사도 듣고 여비도 받으면서부터 아들도 입대가 실감이 되었는지 표시나게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교회형들이 밥사준다고 데리고 가고 우린 또 우리의 일들로 분주히 지내다가 밤 10시쯤 집에 들어갔다.
아들은 10시 30분쯤 집에 돌아왔는데..눈에 띄게 침울해 있었다.
잘 지냈니?라는 물음에 예 잘 지냈어요..라고 대답하는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 있었다..그 물기 묻은 대답이 나의 마음을 울리고 지나갔다. 샤워를 하고 나오는 아들을 우리 부부는 거실에서 마주하였다..괜찬아?라고 하며 얼굴을 쳐다보니 두 눈이 발갛게 부어 올랐다..난 도저히 그 눈을 마주치지 못하였다..이미 내 눈에도 눈룰이 맺혔기 때문이다.
우린 보통의 부모가 흔히 할 수 있는 위로를 건네기 시작했다. 인생에 있어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거나..21개월이 그리 길지는 않을거다..엄마가 아빠를 입대시켰는데..이젠 아들도 입대시키네라며 웃어보기도 하고..아들은 잠시 듣다가 피곤해서 그만 잘래요 하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밤새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고..나도 역시 잠을 못이루며 늦게까지 텔레비전의 축구를 보고 있었다..
대전을 거쳐 논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아들은 차에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잠을 잘 자는 것이 그 아이의 큰 장점 중의 하나다.
관민이가 군생활 잘 할거야..그럼 잘 하고 말고..좋은 사람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야지...
살다보면 종교가 정말 필요하구나라고 느낄 때가 종종있다..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힐 때 우린 종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제발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제대할 수 있기를..가능하면 좋은 사람들 만날 수 있기를..그리고 너도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길..우리가 할 수 있는 기도는 그런 것들이리라..
논산에 도착하니 12시. 식당을 하나 골라 들어갔다. 먹성 좋은 아이기 뭐 먹을래?라는 물음에 시무룩하게 아무거나..라고 말한다..고기라면 정신 없이 먹는 놈이 평소의 절반 정도 밖에 못먹고는 수저를 놓는다.
지금부터 23년전 88년 2월에 나도 역시 논산으로 입대했다. 그 때는 정겨울과 연애중이어서 나를 바래다 주었다..대전에서 기차를 내리고 택시를 타고 논산에 도착하여 밥을 같이 먹고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집을 내가 아내에게 선물했었다..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라는 시에 내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라는 구절처럼 우리 이제 27개월 동안 서로를 위해 자기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었다..우린 둘 다 그 약속을 잘 지켰다. 입소대대로 들어가는 길은 잘 조성된 공원같은 길이었다. 그 길을 함께 걸어가서 끝 부분엔 동행자만 돌아갈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난 연병장으로 아내는 왔던 길을 되돌아서..대구까지의 그 먼길을 어떻게 돌아갔을까? 그 생각은 못햇던 것 같다. 내 문제 만으로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에..그 첫날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20명 가량의 낯선이들과 한 침상에 나란히 누워 밤새 뒤척거렸다..올해가 다 가도 군대에 있어야 하고..내년이 다 가도 군대에 있어야 하고 그 다음해 5월이 되어야만 사회에 나갈 수 있다니..가슴이 답답하고..텅 빈 머리속에는 막막함만이 가득했다..그 날의 아득함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차를 몰고 입소대대 주차장으로 들어갔다.빼곡히 들어찬 주차장..차를 테트리스 쌓듯이 차곡차곡 채워 넣었다..다행히 날씨는 포근했다. 연병장스탠드에는 입소를 앞둔 장병과 그 동행자들로 가득찼다..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군인이 되려고 왔을까? 일주일에 두 번씩 이곳에서만 약 1500명의 군인이 들어온다니..참 기가 막힌다..그 아득함을 매주 3000명씩 꼬박꼬박 느끼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입소식을 위해 가족과 헤어져 연병장으로 가야한다..엄마를 안고, 이어서 나를 안고..가슴이 따뜻하다..눈에선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이제 저리로 보내면 6주후에나 겨우 얼굴 한 번 볼 수 있을텐데..벌써 주변엔 울음소리가 넘쳐 난다..아들은 우리들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주고는 터벅터벅 걸어서 연병장으로 나갔다.
국민의례와 어설픈 경례와 통제되지 않는 날것 같은 민간인이 6주후에 군인이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연대장의 인사말을 끝으로 장병들은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 동행자들에게 마지막 얼굴을 보여 주고는 우리들 눈에 보이지 않는 뒤운동장으로 사라졌다..발돋움을 하면서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려는 부모들을 뒤로 하고 우린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나왔다. 군대교회의 여집사님들이 마련해 놓으신 커피를 한 잔 받아 마시고 우린 두 손을 꼭 잡고 서로를 위로했다..당신이 옆에 같이 있어서 정말 좋다..나도 그래..
돌아오는 길은 여전히 포근했다. 금강 휴게소에 들러 흐르는 강물을 10분쯤 바라 보고 연인들이 타는 그네가 있길래 같이 타서 흔들어 보기도 하고..천천히 돌아 왔다..집에 도착 하니 5시 정도...지금 아들은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아들 방에 들러 앨범도 살펴 보고 책상도 쓸어 보고...침대에도 앉아 보았다..아들의 자리가 비었다라는 실감은 나지 않지만..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이 머릿속을 돌고 있다..이제 하루가 지났으니 20개월 29일이 남아 있는 건가?
올 겨울이 덜 추웠으면 좋겠다.
아이구~~그 심정 알고도 남지요(2)...ㅠㅠ
모습도 비슷한데 답도 비슷해요..ㅎㅎㅎ
아이구~~그 심정 알고도 남지요(3)...ㅠㅠ .
ㅎㅎㅎ2탄 답달고 있는데... 3탄까지 이어졌네요..
군대생활 잘 마치고 대한의 씩씩한 남아가 되어 돌아 올겁니다.^^
네..그럴거예요..아들을 이제 국군 아저씨라고 불러야 할 때가 되었어요..ㅎㅎ
그리 큰 아들이 있었어요?
아이구~~ 그 심정 알고도 남지요. (4)..ㅠㅠ
시간은 빨리 흘러 제 아들도 이달에 제대합니다.
조은나무님의 기도처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건강하게 제대하기를 기원드려요...제 아들의 시간도 빨리 흐르기를 기도 하구요..감사드립니다..
아이들 클 때면 국민개병제가 사라질줄 알았는데
남 이야기가 아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각잡힌 조교들 모습보면서 쟤들도 몇 개월전에는 흐느적거리던 민간인이었을텐데..저렇게 바꾸어 놓으려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하며 답답하기도 하다가..빨리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원했습니다..
딸만 있는 저는 평생 한번도 겪지 않아도 될일이지만 ㅎ ㅎ ㅎ ㅎ(이 대목에서 웃어도 되나요? ..안 되나요?....) 그 심정을 알 것 같아요 '알고도 남'을 건 없겠지만요.... 긴울림님이 아드님 군에 보내실 떄와는 또 좀 다른 느낌이네요.... 건강하게 잘 다녀오길 같이 빌게요^^
ㅎㅎ 그게 부모의 마음 같아요..내가 군대 갈때는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어요..담담하다..그런 기분..비록 첫날밤 그아득함 때문에 잠이 안오긴 했지만..하지만 자식은 다르더군요..그게 부모의 마음인 것 같아요..그리고 웃어도 되지요..당연히..
아~~!1 왜 ???~~! 내가 눈물이 나냐고요^^:::: !! 조은나무님, 정겨울님 !! 두 분의 모습보면 아들 걱정 접어두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우리 아들놈도 곧 가야 하는데^^*!!~
ㅎㅎ 미리 걱정을 드렸나요? 아들의 뒷모습 보면서 눈물 흘릴 수 있는것도 또한 기쁨 아니겠습니까?
조은나무님과 정겨울님의 오래된 러브스토리도 애잔하네요..그렇게 믿고 사랑했기에 지금처럼 좋은 가정 만들고 계시겠지요. 관민이 건강하게 화이팅입니다!
연애를 꽤 오래 했는데..군대가지 않았더라면 아마 헤어졌을 겁니다..너무 집착해서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상처내고 그랬는데..군대 기간 동안 헤어져 있으니 정말 보고 싶고..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그래서..저희는 군대 좋하하는 편이에요.ㅎㅎ..그래도 아들이 가는 모습을 보니 그렇더라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