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1.
토요일, 점심을 먹고
이리 저리 후달리는 할미를 위해
손주들을 데리고 잠시라도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할아버지랑 산책 나갈 사람?!"
여섯 살 막내가 바로 "저요~" 하며 손을 드는데
올해 1학년이 된 첫째는 "난 절대로 안나갈거야~!" 하며 눈동자도 안준다.
작년과 올해가 어쩜 저렇게 다른지....
할 수 없이 쪼르르 매달리는 막내와 함께 근처 공원으로 향한다.
꽃을 유난히 좋아 하는 손주녀석은 걷다가 꽃만 보면 묻는다.
"와~~예쁘다~!" "저거 나팔꽃이야?"
"응~그래 나팔꽃이네~"
"우와~감이다~!" "우와~~사과네?"
"이건 사과가 아니고 석류네~" "나 저거 만져보고 싶어~"
길가 담장 밑으로 늘어진 가지에 예쁘게 익어가는 석류가 한창인데
한팔로 안아 들어주니 신기한듯 만지작 거린다.
공원에는 야외독서행사도하고 음악회 준비도 하며 어수선한데
활짝핀 꽃들에게만 관심주는 손주녀석은 자꾸만 손을 이끌어 꽃구경만 한다.
"와~~꽃잎이 너무 부드러워~"
조심스레 손으로 꽃잎도 만져보고 얼굴에도 부벼보며 한껏 즐거워 한다.
보랏빛 꽃향유를 만져보며 "할아버지~이 꽃은 보기보다 엄청 부드러워~!"
나도 따라서 만져보니 생김새와 달리 정말 부드럽다.
숲속 놀이터에서 한동안 뛰놀다 돌아오는 길에는
나팔꽃씨를 열심히 찾아 주머니에 넣는다.
"이거 심어서 나팔꽃 많이 봐야지~"
집으로 돌아온 후 주머니에서 나온 각종 꽃씨는
지 엄마에 의해 소리없이 조용히 처리됐다.ㅜ
데이트2.
다음 날, 일요일 오후.
친정에만 오면 두손놓고 까딱않는 딸넘,
밥해대랴 두 손주가 부르는대로 가서
장기며 바둑, 블럭놀이에 그리기까지 놀아주랴 정신없는 할미,
못된 할비는 늘 한시간 이상을 못놀아주고 안방으로 피신한다.
하여 오늘도 잠시라도 몰고 나가야 한다.
"할아버지랑 뒷동산 갈 사람~!"
왠일인지 큰녀석도 도서관에 가는 조건으로 다행히 따라나선다.
물병도 챙기고 간식도 챙겨 뒷동산으로 향하니
두 녀석이 쫄래쫄래 신나서 앞뒤로 뛰어다닌다.
아이들은 왜 어른들의 운동기구를 그리 좋아하는지
매달려 놀다가 말리는 할비의 정강이를 호되게 부딪혔다.
맑은 가을 날 오후,
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건너편 팔각정아래 바위에서 간식도 먹고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나무계단을 내려오며
막내가 숫자를 세기 시작하는데 형아가 따지듯 나무란다.
"그렇게 세는게 아냐~ 이 넓은 면도 한개로 세어야 맞는거란 말이야~!"
동생이 중간 중간 넓게 되어 있는 곳을 계단으로 세지 않자 알려 주는데
동생은 키득대며 말을 듣지 않는다.
결국 할비가 나서서 형아말이 맞다고 알려주지만
이미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난 형아, ㅎㅎ
양손에 두 녀석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친할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은 이 외할비와의 추억을 얼마나 갖고 자랄지
나 또한 이 녀석들과의 즐거운 기억을 얼마나 더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집으로 들어서니 반갑게 맞이하는 두 여인~
"덕분에 낮잠을 아주 잘 잤네요~"
첫댓글
자상한 할아버지 이지만,
속 내용에는 첫 째는 부인이십니다.
부인의 사랑 속에 있는 손자이지만,
그 역시, 딸 사랑이 깔려 있지요.
그래서 가족 간의 사랑이 흐르지요.
손자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을 오래 기억하고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어린이는
본 대로 받은 대로 가족간의 사랑을 이어 가겠지요.^^
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내의 손주사랑은 자식사랑보다 더 한 것 같더군요.^^
늘 우러러 보고 삽니다.^^
손주들과 즐거운 데이트를 하셨군요.
저희집이랑 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손님 ㅋㅋ
울손주는 9살 6살
울딸도 친정에 오면 손 까딱도 안 하고
편하고 싶어서 오지요.
이제 손주들이 많이 커서
업어주고 안아주는 부담은 없네요.
그래서 예전보다 힘이 덜 들고요.
둥실님 홧팅요.^^
그래도 조금크니 듣던대로 지들나름 바쁘더군요.
가끔씩 오는 것을 건너 뛰면 보고싶기도 합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차이가 그리 갑자기 바뀌나요? ㅎㅎ
마치 아기에서 어린이로 바뀐듯~^^
가을날 외손주들과 나들이 이보다
더 재미있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싶어요.
저도 이제 세살짜리 외손녀가 있은데요.
주말이면 애기 보러가는게 요사이 유일한
낙이긴해요. 애기도 제가 가면 엄청 좋아해요.
외손주 생각하면 괜시리 미소가 저절로 나오고 그러시죠.ㅎ
애들은 힐링 그자체인 것같아요.
외손녀라니 부럽습니다.^^
남자녀석들은 뻔하잖아요~
그래도 막내가 애교가 넘쳐서 그나마~ㅎ
팔벌리면 달려와 안기는 그 맛~
힐링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손자들과의 데이트.
넘 따뜻하게 와닿는 글입니다.
손자들도 할아버지와의 데이트를
자라서도 기억하겠지요
아름답게 아름답게 말입니다.
딸들 친정에 오면 그냥 쉬기만 하지요.ㅎ
제 딸들도 그렇습니다.
둥실 님의 마음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때론 무서운 할아버지입니다.
말을 잘안들으면 무조건 오냐오냐 못하고
따끔하게 혼내기도하는 못난 할비죠 ㅜ
그래도 좋은 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가는 것이
알을 깨고 나와 새 세상을 만나는
일이니, 그 차이가 크지 않겠어요? ㅎㅎ
둘째 외손주의 꽃사랑이 남달라 보입니다. 눈으로만 보통 볼 텐데 온 육감을 다해서 느껴보려하고 그 생명을 곁에서 키워보고 싶어하고... 사랑 많은 큰 인물로 자라겠습니다.
아내분 사랑이 은근히 깊습니다. ㅎ
그런가보다하는데 솔직히 그변화에 놀랍기도 합니다. 막내는 어찌나 참새처럼 재잘대는지
말이 느려 걱정하던 시절을 요즘도 얘기하곤 합니다.ㅎ 다들 전우애로 사는거 아닌가요? ㅎ
너무 예뻐요 .
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손자는 훗날
어떻게 커 갈까 궁금합니다 .
둥실님의 흐뭇해 하시는 미소도 보여집니다 .
엄마랑 할머니 준다고 후줄근한 낙엽을 줍기에
깨끗하고 예쁜 낙엽을 몇 장 주워 줬더니 엄청 좋아라 하고 갖다 주더군요.
뭐 잠시 후엔 휴지통으로 들어갈 거지만요 ㅎ
아내랑 일찍 북한산을 휘돌아 왔는데 오늘 하늘은 정말 맑고 푸릅니다.^^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가 옵니다^
약 지으러 오는 어린 꼬마들도 그리
예쁜데 손주들은 얼마나 귀여울까요~
이것저것 따온 꽃씨들을 엄마가 치워
버리셨다니~ 에고^^
" 이거 니가 작년에 따온 씨를 키운거야~ "
하면서 화분에 자란 꽃을 보여주면 아이가
얼마나 기뻐할지~~ 또 성취욕도 많이
느낄수 있을거 같고~ ㅎㅎ
제 생각일뿐입니다^
ㅎㅎ 아마도 친할머니 농막에 여러가지 꽃이 피니 그거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그네 타다 떨어졌다고 부은 입술을 사진 찍어 보내더군요.
남자니 괜찮다~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