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목적일지 모르지만 요즘의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광고 디바이스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밤송이를 가지고 다닌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이다.
안타깝지만 이미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스마트폰 중독상태라는것을 인정해야한다. 스마트폰을 통한 효율적인 욕망의 배출은 또다시 새로운 욕망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요즘 문제가 되는 M쇼핑 사이트를 키워낸 것도 어찌 보면 무언가 자꾸 장바구니를 채워 넣으려는 스마트폰 시대가 불러온 욕망이 아닐까. 이젠 버젓이 침대 위까지 올라와 애인처럼 옆에 누워 잠을 자는 스마트폰의 지위를 격하시킬 필요가 있다.
그 일환으로 나는 모든 배달 앱을 삭제하고 SNS는 삭제후 모두 컴퓨터로만 이용했다. 도움이 되는 이북과 글쓰기 앱을 가장 앞화면에 넣고 다른 것들은 뒷 페이지로 치워버렸다. 유튜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검색 기록이 남지 않게 했다. 그 결과 스크린타임이 4시간대에서 1시간대로 줄었다. (빙고!)
나에게 새로 3시간이 생긴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시간을 집안일에 쓰니 사방이 반짝거린다. 악기의 줄을 갈 거나 묵은 옷이나 종이들을 버리기도 했다. 버려도 티가 나지 않아 진이 빠지기도 하지만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가벼워지겠지.
그리고 얼마전 돌아가신 김민기 선생님의 뉴스를 보다 선생님이 몸담았던 한살림에도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느린 배송을 앞세운, 어찌 보면 요즘 이커머스 업체들이 일으키는 배송 노동 문제들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특히 요즘처럼 더울땐 더 그렇다. 더운날씨로 일하다 쓰러지는 사람들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얼마 전 을지로에서 이동 노동자들에게 생수를 나누어 주는 행사에 참가했을 때 트렁크를 단 많은 오토바이들이 얼음물 앞을 멈출새도 없이 빠르게 지나쳐 가던 것을 기억한다. 광고 그대로 총알처럼. 이렇게나 더운데, 음식이나 잡다한 물건들을 코앞에 가져다주는 것이 쓰러지면서까지 해야 할 일일까.
어지러운 뉴스들에 이제 뉴스앱도 지워야하나 고민된다. 올림픽 뉴스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만 그 사이사이 비극들은 무서운 꿈을 꾸게 하니까 말이다. 며칠 후 부를 열대야의 뒷모습을 연습하다 긴 글을 쓰게 되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림-matchstick man, Lowry (1887~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