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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도 중요하지만 미래성장성, CEO와 종업원의 열정 그리고 비전을 보고 중기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 중기CEO의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가 있는지를 아는 은행직원은 기업은행 직원뿐이다.
◇고객중심경영, 미래경영, 상생경영, 창조경영 등 4대 경영철학을 대내외에 알리고 있다. 직원들에게는 ‘오직 고객(Only Customer)’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고객이라는 별’을 보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말을 하곤 한다.
▶Q 취임 후 중기인들을 자주 만난 것으로 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또 중기 지원을 위한 대책은.
지난 3월 경기도 광주지역을 시작으로 11차례 지방을 돌았다. ‘타운미팅’을 통해 600여 명을 만났다. 현장에서 느낀 공통된 애로사항은 고물가, 고환율 등 최근 원자재가 상승과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감소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토로한 점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선 환율 급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중기를 돕기 위해 9월 중 만기도래하는 기한부 수입신용장(Usance)의 결제기간을 30일 이내서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수입대금의 결제시간을 벌게 되는 중기는 약 2000여 개로, 해당 자금은 약 1억5000만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상여금 등 추석 특별자금으로 7000억원을 배정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원자재구입자금 대출조건 완화’나 ‘가업승계기업 지원’ 등 29건의 제도를 개선 또는 개선할 예정이다.
▶Q 중기 대출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행장님께서는 그래도 중기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최근 어려운 상황이지만 단군 이래로 이만큼 중기에 돈이 몰린 적이 없다. 그간의 중기대출을 보면 2004년 6조원, 2005년 10조원 가량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06년 44조원, 2007년 68조원에 이어 올해는 7월까지 34조원에 이른다. 2년 반 만에 140~150조원이 늘었다. 평년 같으면 25조원이 늘어야 할 게 이렇게 된 것이다. 결국 120조원 정도가 안 갈 곳에 대출된 셈이다.
시장실패 상황에서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은 정부와 금융권 그리고 중기 3자 모두가 리스크를 분담해야 할 때다.
기업은행이 자부하는 것은 가장 은행다운 은행이라는 점이다. 국내 은행들은 대차대조표를 봐서는 어느 은행인지 구분이 안 된다. 유일하게 구별되는 곳은 기업은행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기대출이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70%를 가계대출에 치중한다. 그것도 가장 안전한 APT담보대출이 대부분이다.
미국에서도 대출심사에서 3C를 가장 중요시 한다. 바로 능력, 담보, 캐릭터다. 이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그 사람의 캐릭터다. 재무제표는 과거 성적에 불과하다. 재무제표도 중요하지만 미래성장성, CEO와 종업원의 열정 그리고 비전을 보고 중기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 중기CEO의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가 있는지를 아는 은행직원은 기업은행 직원뿐이다.
또 상황이 어렵다고 무조건 대출을 끊지도 않는다. 해당 기업과 ‘체인지업’ 프로그램을 통해 구조조정을 같이 하는 컨설팅을 병행하기도 한다. 이것이 진정한 은행의 모습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희망대출’을 위해 1조원을 목표로 ‘중소기업희망통장’ 상품을 출시한 바 있는데 벌써 2조6600억원(9월 12일 현재)의 자금이 몰리는 성과를 기록했다. 대출금리도 시중은행 금리에 비해 2.7%p(약 7%대) 낮췄다.
이밖에도 ‘소상공인네트워크론’ 3000억원, ‘미래성장기업대출’에 7000억원을 저리로 공급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설립 목적인 중기 육성이라는 기본을 지키기 위해 요람(창업)에서 요람(가업승계)까지 지원하는 맞춤은행이 되고자 한다.
▶Q 민영화 일정이 2011년 후로 연기됐다. 중장기 전략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닌가.
기업은행 민영화는 특히 산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한국개발펀드(KDF)가 어떤 모습으로 중기 지원 체계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민영화 일정이 조정됐지만 중기 금융 전문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기업은행의 중장기 목표에는 변화가 없다.
기업은행은 KDF가 설립되더라도 전대(On-lending) 금융 집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계속 담당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선 오는 10월 중에 시범적으로 산업은행이 내놓은 2000억원을 전대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아시아지역에서 중기금융 선도은행(Asian Super Regional Bank)으로 성장·발전할 것이다. 다만 기업은행은 중기대출 및 예수금 조달시장에서 시중은행과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공정경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경영자율성 제고를 위해 남아있는 규제를 사전에 완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자본금 규정 등 일부 규제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기업은행법이 개정됐다. 앞으로 업무계획과 예·결산 등에 대해서도 사전승인제를 보고제로 개선하는 등 경영자율성을 제고해주길 정부 측에 기대하고 있다.
▶Q 지주사 전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기업은행은 중기의 성장 단계별 금융니즈 충족을 위해 종합금융서비스체제 구축과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법과 중소기업은행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향후 정부의 규제완화 등과 연계해 추진 계획을 마련할 생각이다.
▶Q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지주사 간 대등합병론은 물론 M&A에 대해 언급했다.
개인적 의견에 대한 평가는 적절치 않다. 다만 평소 소신은 국내 금융회사 간 합병 등은 시장원리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국내 금융 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부합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인지 고심해봐야 한다.
한편 중기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기금융 위축과 고객 혼란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합병논의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지난 7월 IBK투자증권이 신설됐다. 또 단종보험사 설립을 추진 중으로 알고 있는데.
IBK투자증권 설립은 종합금융그룹화를 위한 첫 걸음이다. 중기를 대상으로 특화된 투자은행업무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중기 업종전환, M&A,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가업승계 등 중기에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보험사 또한 퇴직연금 중심의 보험사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기 CEO 및 종업원의 재산증식과 주택마련을 위한 자산관리, 중기 특화보험 상품 및 종업원의 노후보장을 위한 퇴직연금, 중기 종사자 대상 소액신용대출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Q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인 ‘사라 장’이 기업은행 CF에 등장했다. 이보다 앞서 IBK월드점을 오픈했는데.
기업은행이 민영화 이후에도 중기금융 전문은행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선 조달역량 강화가 필수 과제다. 이를 위해 개인고객의 예·적금 등 여유자금을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
올 1월 애니메이션 광고를 선보인 데 이어 박경림 출연광고를 통해 이미지변신을 시도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사라 장을 모델로 등장시킨 것은 기업은행의 글로벌뱅크 도약 의지와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PB)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각인시키고자 한 것이다.
한편 지난 8월 28일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에 IBK월드 1호점이 개점했다. 개인고객들을 위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와 구조를 갖췄다.
최근 영업점 창구에서 이뤄지는 은행업무 비중은 전체 입출금 업무의 약 13%에 불과하다. 2001년 50%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이런 점에서 획일화된 은행의 영업점 구조를 탈피할 필요성이 있다.
IBK월드점은 텔러타워와 텔러ATM 같은 신개념 은행기기를 도입함으로써 약 60여 평 공간에 6~8명의 인원이 배치됐다. 이는 기존 정규 점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순이자마진(NIM)이 하락추세를 보이는 등 향후 은행권은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현재 시중은행의 점포당 비용은 매달 몇억원에 달한다. 보증금만 100억원인 곳도 있다. 보통 개인점포는 3년, 기업지점은 2년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IBK월드점은 3년이 안 걸릴 것으로 본다.
오는 9월 말에는 문정동에 또 하나의 IBK월드점이 입점할 예정이다. IBK월드점은 지역 상황에 따라 실버IBK월드점 등 다양한 형태로 차별화, 다각화돼 선보일 것이다.
▶Q 이런 노력이 결국 소매금융으로 가는 신호탄인가.
현재 80%인 중기 대출 비중이 민영화되면 60~70%로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규모면에서 본다면 기존 중기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소매금융을 늘리는 방향이 될 것이다.
▶Q 최근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진출도 확대하는 것 같다.
해외진출 전략의 기본방향은 중기금융 부문의 역량을 바탕으로 우선, 국내 중기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쪽으로 추진될 것이다. 해외 영업경험과 역량을 축적한 후 현지 기업과 개인으로 타깃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진출방식은 중기 진출 집중 지역에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우선 설립하고 필요하면 합작설립이나 지분투자, M&A 등도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기업은행은 중국 톈진 등 해외에 10개 지점과 1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올 11월에는 중국 톈진에 중국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Q 지난 7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개편의 의의와 그간의 성과는.
이번 조직개편은 조직·인력 운용 효율화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우선 본부 조직이 개편됐다. 유사업무 수행 부서 등을 통폐합해 본부 인원 중 209명을 지점에 재배치했다.
특히 ‘유통과 제조의 분리’ 원칙에 입각해 통합 마케팅·상품개발 기능을 담당할 마케팅본부를 신설한 것이 특징이다. 이 본부는 고객 분석과 퓨전·복합 상품 개발 등 전문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타 은행이 앞서 이 같은 조직개편을 한 것에 비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분명한 것은 조직은 계속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도 어쩔 수 없다. 내년 상반기에는 영업점 조직도 개편할 예정이다.
▶Q 지난 9월 4일부터 7일까지 뉴욕에서 IR을 한 것으로 안다.
지난해부터 IR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마침 뉴욕 도이치뱅크가 주최한 컨퍼런스가 있어 다녀왔다.
많은 투자자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NIM관리를 잘한 것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다만 중기대출문제와 은행 건전성을 물어왔다. 전반적으로 중기대출부문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건전성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경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중기대출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올 10월 뉴욕에서 개최되는 IMF총회 때에도 IR을 진행할 계획이다.
▶Q 취임 9개월여 만에 어느덧 CEO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간의 소회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아직 이르다. 다만 공무원 생활을 통해 얻은 금융에 대한 거시적 관점과 경험이 CEO로서 은행을 경영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취임 후 지속적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고객을 찾아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중기 고객들이 기업은행에 갖고 있는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롭고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하려는 노력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취임 후 ‘금융의 미래를 창조하는 IBK’를 모토로 4대 경영철학을 대내외에 알린 바 있다. 바로 고객중심경영, 미래경영, 상생경영, 창조경영이 그것이다. 평소 직원들에게도 ‘오직 고객(Only Customer)’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고객이라는 별’을 보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말을 하곤 한다.
▶Q 최근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전직 워싱턴포스트 기자인 돈 오버더퍼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교수가 쓴 《두 개의 한국》과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지은 《한국,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찰스 P. 킨들버거와 로버트 Z. 알리버가 공저한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다.
특히 킨들버거의 책은 현 금융상황을 잘 설명하는 책이다. 끊임없이 피어나는 다년생화, 그게 금융위기라는 지적은 깊이 새겨들을 말이다.
▶Q 삶의 좌표로 삼는 좌우명은.
‘항상 모든 일을 할 때 똑같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고 어제와 다르게 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다.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으로 바꾸고 노력하면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임직원 모두가 작은 것부터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조직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노력을 한다면 기업은행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담=임춘성 취재부장
정리=김남현 기자 (nhkim@ermedia.net)
|Profile| 1955년 충남 예산 출생. 1978년 한국외대 영어과 졸업 및 1987년 미 미네소타대학 행정학 석사, 1977년 행정고시 제21회 합격 후 1978년 재무부 국세심판소, 국고국, 경제협력국, 이재국 사무관을 거쳐 1994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파견 근무했다. 2000년 재경부 은행제도과장, 2002년 금감위 공보관, 2003년 금감위 감독정책 2국장을 역임했고, 2005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2007년 금감위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거쳤다. 2007년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했다 |
첫댓글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