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중간/기말고사 때만 볼 수 있는 친구가 몇 명 있었습니다. 축구부 친구와 테니스부 친구였었죠. 운동부 애들은 대체로 강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대체로 무서워했었는데, 그 중에서도 정말 무섭게 생겨서 어려워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바로 수원fc의 케클 첫 골을 넣은 김병오 선수였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까만 얼굴에 반삭을 하고 있었으니 무서웠을수밖에요.
담임쌤은 운동부도 공부를 해야 나중에 먹고 살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지신 분이었습니다만, 병오 선수는 쌤의 기대를 항상 무너뜨리는 친구였습니다. OMR카드 마킹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늘 제가 1번 문제를 풀기 전에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갔더랬죠.
아무튼 (무서워서) 따로 이야기해본적은 없지만 그래도 같은 반 친구니까 종종 축구부 경기나 연습을 구경할 때 지켜보곤 했었습니다. 묘하게 잘하더군요. 2002년 월드컵 때 차두리 선수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조금은 투박하지만 압도적인 피지컬과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결과를 만드는 선수였습니다. 승부욕도 엄청났구요. 1학년 때는 에이스 놀이를 하더니 2학년 올라가더니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꿰차더군요. 작년 충주때부터 오늘 경기까지 종종 경기를 보다보니 그 때 가지고 있던 장점을 잘 갈고 닦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축구부 친구가 오늘 이렇게 골도 넣고 잘하는 모습을 보니 제 일도 아닌데 괜히 기분이 좋네요.
그러고 보니 담임쌤이 맨날 입버릇처럼 "병오는 왠지 강백호 같단 말야..." 라고 하셨는데 어쩌면 정말 수원fc의 강백호가 되어서 돌풍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P.S. 병오야 나름 반장이었는데 말도 한번 못걸고 무서워해서 미안해! 멀리서 계속 응원할게!
그러고보면 아무리 학생축구에서 에이스놀이 해도 프로에서 성공하는 건 하늘에 별따기 같습니다... 저희 학교는 농구부가 있었고 우승은 못해도 나름 준우승은 하는 스펙의 팀에 주전 포인트가드가(1학년때부터 주전급으로 뜀) 우리 반이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까 대학가더니 소리소문없이 은퇴했다더군요... 그때 나름 화려했던 멤버 중 프로팀 식스맨으로라도 뛴 멤버는 단 두명... 그마저도 길게도 못 뛰고 거의 가비지타임용으로만 뛰다 은퇴
첫댓글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글을 수원FC로!
수원fc의 7번
ㅋㅋㅋㅋ
그러고보면 아무리 학생축구에서 에이스놀이 해도 프로에서 성공하는 건 하늘에 별따기 같습니다... 저희 학교는 농구부가 있었고 우승은 못해도 나름 준우승은 하는 스펙의 팀에 주전 포인트가드가(1학년때부터 주전급으로 뜀) 우리 반이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까 대학가더니 소리소문없이 은퇴했다더군요... 그때 나름 화려했던 멤버 중 프로팀 식스맨으로라도 뛴 멤버는 단 두명... 그마저도 길게도 못 뛰고 거의 가비지타임용으로만 뛰다 은퇴
재밌어요 ^^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네요. ^^ 수원FC 홈페이지에 올려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