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그네 타는 플라타너스
강미숙
콧물 누런 손수건을 이름표 아래 달고
일학년 교실 찾아 수런대던 입학식 날
참새 발자국 빽빽이 박혀 든 운동장
우리가 심은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학교 지붕 끝 동그란 벽시계 안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초침을 꼭 잡고
키보다 두 배나 높은 하늘을 볼살 떨며 돌던 아이들
꼬막손에 맺힌 땀은 꿀벌들의 몸짓입니다
여름 해 지고 어두워진 교정에서
눈 맞출 곳 못 찾아 늘어진 꽃대 하나
체육시간 쉬어야 할 빈혈 심한 아이입니다
별이라도 빛나면 다시 몰려들지 몰라
모가지 길게 빼는 잎사귀들
교실 창문 광내며 닦던 우리들은 작은 손바닥입니다
아침 이슬 조롱조롱 품 안에 파고들면
옴팡한 가슴속에 품어 주는 꽃잎들
우리들의 따뜻한 아랫목입니다
날이 밝아오고 땡볕 든 팔월 창백했던 아이가
활짝 웃으며 노란 그네를 맞잡았네요
꿀벌들도 모여서 분침위에 앉았습니다
째깍째깍 돌아가는 교정의 시계는
회전그네 타는 우리의 태양입니다
파랗게 손 내미는 플라타너스 보아요
이제 막 실눈 뜬 강아지
먼지 하나 앉지 않은 속눈썹에
유년기의 앨범이 들어있습니다
까치발 들어 올려 키 재어 보다가
이마에 떨어진 자벌레에 깜짝 놀라고
짤막한 길이로 우리 몸을 다 재면 죽는다는 소문
누가 냈을까요
졸업장 한 장 너끈하게 받던 날
뜬금없던 전설은 들통이 나고
이순신 장군 동상엔 갈색의 곤충집이 달려있었죠
막대 눈금 뒤로 하고 정문을 나설 때
점을 치고 있던 우리들의 미래
구름이 쉬어 가는 널찍한 바위에 묻어 둔 꿈
서로가 무엇이 되어 제각각 펼쳐봅니다
언제나 나의 선생님과 영원한 아이
플라타나스 높이 회전그네 타는
파란 눈빛은 교정의 하늘이 되었습니다
첫댓글 2010 년 8월 14일 월천초등학교 총 동문회 전야제 행사에서 제가 창작하여 낭독한 축시 입니다.
좋은 축시로 자리를 빛나게 하여 두레문학 이름을 널리 알려주시고 참으로 대견합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모두 선생님의 가르치심 덕분입니다.
앞으로 더욱 좋은 자리에서 두레문학을 빛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민화 시인님 감사합니다. ^^
정토사에서 뵈었던 밝고 귀여우신 모습 생각나네요.
언제 또 만나 대화 나눌 시간 있겠지요?
여름이 지나가는 길목
왜 이리도 더운건지...
건강 잘 챙기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