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K3 서울유나이티드 vs 부여FC 경기에선 축구라는 스포츠, 아니 그냥 스포츠 경기에선 나와선 안될 장면이 나오고 말았어.
롱패스가 페널티 박스 근처에 떨어지면서 이를 막으려던 우리 골키퍼는 발을 뻗었고
헤딩을 하려던 부여 선수는 머리를 들이밀었어. 안봐도 알겠지만, 두 부위는 그대로 부딪혔어. 그것도 굉음에 가까운 소리와 함께.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구장 전체에 들렸고, 모든 관중이 일어날 정도였으니.
불행히도 우리는 뉴스에 나오던 그런 장면들을 보게 되었지. 부여 선수는 그냥 축 늘어졌어. 천천히 다가가던 양팀 선수들은 다급히 뛰기 시작했고, 곧 내가 듣고 싶지 않았던 고함이 터져나왔어. "앰뷸런스! 의무!"
참 무섭게도 벌써 내가 봐왔던 수많은 축구선수들의 죽음이 떠올랐지. 1분전까지만 해도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고 응원전이 펼쳐지던 곳이었는데, 이젠 적막과 함께 스탭들이 다급히 피치로 뛰어들고 있었어. 모든 관중들은 너나할거 없이 그라운드의 한 선수를 응시하고 있었고.
비극적이게도, 선수는 일어나지도 움직이지도 못했어. 다급을 넘어서 동료의 죽음을 막기위해 선수들은 처절하게 앰뷸런스를 외쳤고. 미리 대기 중이던 구급차가 빠르게 피치로 들어갔어.
이때까지만 해도 상황은 전혀 나아진게 없었어. 기도 확보와 혀가 말려들지 않게 하는 것이 그들의 최선이었고, 의식 없는 채로 그는 그라운드를 떠났어.
그렇게 경기는 속개되었고, 골키퍼의 퇴장으로 10명이서 싸운 우리는 87분의 동점골로 꿀같은 무승부를 챙겼지.
하지만 기쁨도 잠시, 여전히 그에 대한 찜찜하고 안타까운 의문이 남았어. 정말 다행히도 곧 그의 동료 선수가 그가 깨어낫다는 걸 전했어. 그는 병원에서 내가 왜 여기 있냐고 말했다고 하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고.
참 많은 생각이 들어.
죽일듯이 야유를 보내다가도, 한 사람을 위해 절실히 기도하기도 하고. 만약 이 선수가 이대로 생을 마감했더라면, 언론은 그를 K리그의 스타 선수나 해외리그의 국가대표의 죽음 만큼 비중있게 다뤄줄까 의문이 들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관중석 혹은 우리 구단 자체중계로 그의 데뷔전을 보던 그의 가족, 친구, 동료들은 그 순간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어쩌면 죽어가고 있고,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는 순간에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그는 이제 곧 훈련장에 복귀할테고, 팀 에이스의 역할을 다시 수행하겠지. 어쩌면 이전만큼 공격적이고 저돌적이지는 못한 플레이를 할지도 몰라.
하지만 확실한 건, 적어도 그는 이제 삶의 중요성을 알겠지.
그냥 드는 생각이야..
출처 : 에펨코리아 국내축구갤러리
http://m.fmkorea.com/337056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