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루와 보름 법회에 참석하는 불자님들이 없는 우리 절은 언제나 한산했다. 그 한산함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날에는 쓸쓸함이 더한다. 언제까지 오지 않는 님을 기다리고만 있을 것인가.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일요법회였다. 일요일날은 어쩌다 한 두사람의 방문객이 도량 안에서 발견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매달 둘째주 일요일에 일요법회를 열었다. 달력을 주문할 때 ‘매달 둘째주 일요일 10시 정기법회’라고 자랑스럽게 썼다. 법회라기보다는 일상적으로 하는 경전 읽기와 사시마지를 올리는 시간이었다. 법당을 내 공부방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처음에는 혼자서 법회를 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최소한 불자님들에게 “스님이 법회를 열지 않아서 절에 갈 기회가 없었다라는 말은 안 듣겠지”라는 생각이 억지로 찾아낸 한가닥 위안이었다. 졸면서 경전을 읽고 있을 때 법당문이 스르륵 열리면 목소리를 더 크게 경전을 외웠다.
그 분이 법당에 오래 앉아 있을 것 같은 눈치가 보이면 경을 같이 읽자고 권했다. 이미 읽었던 경전이라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읽고나서 읽은 소감을 이야기했다. 주로 내가 많이 물었다. 사람들은 질문을 받으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고 나서는 말하게 되는데, 말을 몇 번하다 보면 처음에는 소극적인 사람도 어느덧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법회를 지속적으로 하자 당연한 일인듯 법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한두명씩 늘어났다. 한달에 한번 여는 법회에 만족하지 못하는 불자들이 생겼다. 이왕에 하는 법회니 매주 일요일마다 열기로 했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 뭔가 이루어지는 게 있었던 모양이다. 어떤 날은 3명, 어떤 날은 7명, 많은 날은 10명이 참석하기도 하였다. 이 산골 일요법회에 10명이 참석하다니 기적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법회에 참석한 불자 중에서 서울에서 오신 부부가 있었다. 이 분들은 주말을 이용해서 전국의 사찰 천 곳을 참배하기로 원을 세운 분들이다. 108사찰 순례는 들어 봤어도 천개의 사찰을 순례하는 것이 목표라는 사람은 처음 만났다. 그분들의 목표가 하도 가상해서 법회 후에 인근의 숨어있는 사찰을 안내하였다.
그러자 그 부부는 일요법회도 참석하고 사찰순례도 할 겸해서 매주 일요일이면 서울에서 내려왔다. 이 분들과 동행을 하다보니 사찰순례가 일요법회의 중요한 내용이 되었다. 오전에는 법회를 보고 점심공양 후 오후에는 인근 사찰을 탐방하는 것이 정례화 된 것이다.
처음에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주지가 사찰을 비우 것이 부담스러웠다. 순례가 계속되자 절에 머무는 것보다 사찰순례를 함으로써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순례를 가는 방식은 이렇다. 일요법회 참석하는 전원을 일요법회 카톡그룹에 가입시킨다. 점심공양 후 순례 갈 사찰이름과 주소를 카톡에 올린다. 메시지를 확인한 불자들은 각자 삼삼오오 차를 나누어 타고 네비게이션을 따라 목적지에 도착한다. 순례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방문한 사찰마당에서 작별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만남은 기쁘게, 헤어짐은 가볍게가 원칙이었건만 간혹 스님과의 대화가 길어져서 늦게 끝나는 날에는 칼국수를 먹고 헤어지는 경우가 생겼다. 그런데 점점 먹고 헤어지는 횟수가 늘어나더니 요즈음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먹고 싶은 것을 제안한다. 사찰순례와 더불어 맛집순례가 된 것이다.
못 가본 사찰을 찾아가는 일은 설레이는 일이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가까운 지역의 사찰을 찾아가지 않았기에 어느 곳에 어떤 사찰이 있고 어느 스님이 사는지 모르는 곳이 많았다. 일년에 한두번 성지순례나 방생을 가기는 하였지만 하루 동안 빌린 버스값이 아까워 가까운 지역은 피하고 멀리 있는 사찰로만 순례를 다녔던 것이다.
불교 문화재를 새롭게 공부하는 시간도 되었다. 각 사찰을 찾아가서 그곳 주지스님께 창건 유래와 건물의 배치, 유물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새삼 배우는 게 많았다. 참배를 가다가 중간에 만나게 되는 석불이나 폐사지를 예정 없이 들르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사찰순례는 사람순례였다. 찾아간 사찰의 주지스님과 차담을 나누며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찰을 운영하는 태도, 법회를 진행 하는 방법, 지역사회에 사찰의 역할 등 포교하는 방법을 같이 고민하고 정보를 교환하게 되었다. 불자님들은 주지스님과 같이 가니 덩달아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고 좋아하였다.
불자들만 가면 차 한잔 얻어 마시는 일이 드물다는 것이다. 우리가 찾아가면 대개 스님들은 “그 산속에서 일요법회가 가능합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우리 절의 일요법회가 시작되었는지 그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드렸다. 우리 절의 일요법회에 영감을 얻어 다른 사찰들도 언젠가는 일요법회를 열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해보면서.
순례가 끝나면 “스님, 다음 순례할 사찰은 어디예요?” 라고 불자들이 묻는다. 나는 “그날 봅시다” 혹은 “좋은 데 있으면 추천해주세요”라고 답한다. 어딜 갈지 누구를 만날지 모르는 사찰순례,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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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스님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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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