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운이 좋은 사나이가 하나 있습니다.
정말로 기가 막히게 운 좋은 사나이이지요.
제가 일하고 있는 부서에서는 크레인 작업이 많기 때문에 하역 인부들을 많이 데리고 있습니다. (약 100여명)
대개가 방글라데시 출신 근로자들인데, 그 중에 한국의 안산 공단에서 5년간 일을 했던 경험이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유창하지는 못하지만 한국말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친구이지요.
나이는 30대 중반. (이 사람들 30대 중반이라면 겉으로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 50대 초반 정도로 보입니다.)
원래 현장에 올 때는 가장 낮은 자리인 Helper (한국의 노동부 정의로는 '조공'이라 하지요), 즉 일용 잡부로 이곳에 왔지요.
그러나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에 열심히 가르쳐서 하역인부 (rigger)로 승급시키고 발주처 인증 프로그램에 참가시켜 인증서도 받게 해 주었습니다.
모든 일은 Rigger를 중심으로 돌아가기에 한국어를 이해하는 이 친구가 Rigger가 되어 팀을 이끌게 되면 지시를 전달하기가 수월한 때문이었지요.
여기서 이 친구의 운이 트이기 시작합니다.
일단 Rigger로 등록을 하면 조공(Helper) 보다 40% 가량 임금이 오릅니다.
40%라고 해 봐야 도토리 키재기 이지만 이들에게는 엄청난 격차가 되지요.
어느날 갑자기 월급이 40%나 오른다고 생각하면 아마 로또 당첨된 기분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조치해 놓고 나니 이 친구의 숨은 실력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침 조회 때 이 친구를 통역으로 세워서 한국어로 이야기를 전달하게 되니 마치 자신이 직접 지시를 하는 줄로 착각을 한 듯 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마치 소설 '완장'을 보는 듯 했습니다.
마치 자신이 관리자가 된 듯 다른 동료들에게 지시를 하고, 제재도 가하고 (물론 방글라 말로 그러니 우리는 알 수 없었지요. 다른 방글라 출신 근로자들의 불평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할 때는 자신은 빠져서 시원한 그늘에 서서 다른 사람들의 일을 지적이나 하고...
물론 관리자가 항상 작업 현장에 붙어있을 수 없으니, 관리자가 없을 때의 행동이 이러했었다는 것이지요.
안되겠다 싶어서 이 친구의 아침조회 통역을 중단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의 행동을 주의깊게 관찰하기 시작했지요.
다른 사람들의 불평을 막기 위해서는 이 친구를 밀착해서 관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날 잠깐 관리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큰 사고를 치고말았습니다.
5Ton 정도 나가는 커다란 전력 케이블 드럼이 여러개 들어있는 컨테이너에서 케이블 드럼을 꺼내는 작업을 할 때, 하나 하나 당겨서 꺼내기 불편하니까 크레인에게 신호를 하여 컨테이너를 기울여서 들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면 원형의 케이블 드럼은 컨테이너에서 우루루 굴러 나오게 되어 작업은 편하지만 몇 톤이나 나가는 굴러다니는 드럼은 그야말로 통제가 안되는 흉기로 변하게 되고, 자칫 사람이 부딪히거나 깔리게 되면 사망까지 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런 일을 그것도 작업자 하나가 컨테이너에 들어가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눈 하나 깜짝 않고 저질러버린 것입니다.
운이 좋아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이 경우는 그야말로 천우신조라고 해야 할 만큼 운이 좋았던 경우라 할 수 있지요.
정말 운 좋은 녀석입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사람이 다쳤다면 이 친구 이곳에서 감옥살이 몇 년 하다가 방글라로 추방될 사건이었습니다.
결국 이 사고로 인하여 우리 관리자들은 이곳 저곳 불려다니며 야단을 맞고, 해명하고,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여 보고서를 쓰는 등 약 1주일 동안 곤욕을 치루어야 했습니다.
그 대 옆에 있던 다른 Rigger들과 이 친구의 신호에 따라 컨테이너를 들었던 크레인 기사까지도 모두 싸잡아서 1주일간 무급 숙소대기 징계를 받았지요.
이 친구는 해고 결정을 내리고 절차를 밟고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현장 노무과에 해고 조치 요청을 하면 그만인데, 하필 그 때 전임 소장님의 본부장 승진으로 공석이 되어버린 소장직에 다른 분이 임명되어 새로 부임하시느라 노무과에서도 소장님이 오시면 정식 인사 위원회를 열어 해고하겠다고 통보를 하더군요.
신임 소장님이 부임하시는데 소장님이 안계신것 처럼 임의 해고를 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이지요.
사건의 내용으로 보면 해고를 하고도 남을 일이었지만 정식 절차를 밟기로 한 것입니다.
이 친구 참으로 명도 길다 생각했습니다.
워낙 위험한 친구라 주일간의 숙소대기 징계가 풀리고는 현장에 내보내지 않고 창고 내 업무로 돌려서 일을 시켰습니다.
그것도 팀 리더는 절대로 맡기지 않고 (무슨 사고를 저지를지 모르니까요) Helper의 일을 맡겼지요.
그러나 이미 rigger로 등록이 되어 있어서 급여는 40% 인상된 채로 나오게 됩니다.
편하게 실내에서 대충 일하면서 땡볕에서 중량물 인양을 지휘하는 사람들과 같은 월급을 받게 된 것이지요, 결과적으로는...
운이 트인 놈 맞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이 꼴보기 싫은 시한폭탄 같은 녀석의 인사 위원회가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에 새로 부임하신 신임 사장님께서 현장을 방문하신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현장은 VIP 영접 준비로 발칵 뒤집히게 되었지요.
만여명 있는 근로자 중 한 사람의 인사위원회 쯤은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게 된 것이지요.
결국, 그 큰 사고를 치고도 해고당하지 않은 유일한 전설로 남게 되엇습니다, 이 운좋은 친구는...
현장으로 내보내지는 못하고 계속 실내 작업만 시키던 중, 오늘...
주 사무실의 우리 부서장님께서 혹시 한국어를 알아듣는 근로자가 있으면 한사람 알려달라고 하시더군요.
서류 복사 등 허드렛일을 시키니 필리핀인 엔지니어들이 기분이 나쁘다면서 제대로 하지 않아 근로자 중 한사람을 House Boy로 스며 허드렛일을 시키시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어를 하는 그로자????
그 녀석 한사람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 억세게 운좋은 녀석, 내일부터 현장과는 안녕입니다.
메인 사무실의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책상 하나 받아서 놓고 사무직으로 돌아서게 되었습니다.
이력서에는 '사무보조' 경력이 하나 더 붙게 되었지요.
아마도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른 곳으로 이 이력을 가지고 간다면 지금 (이미 40% 올라있는) 임금의 2배 ~ 2.5배를 받으며 편하게 근무할 수도 잇을 것입니다.
Worker에서 사무직으로 옮기게 된 경위는 당연히 대충 소설을 쓰면 될 것이고요.
아마도 사고쳐서 그리 되었다고 알아서 고백할 사람은 없겠지요.
운 좋은 사람은 넘어져도 어떻다 하더니, 이 억세게 운좋은 친구, 그리 되었습니다.
저와 또 한사람의 관리자가 눈에 불을 켜고 쫓아내려 애썼는데, 결국은 그럴 때마다 점점 더 좋은 조건으로만 넘어가네요.
그냥 하늘에 대고 한 번 웃고 말았습니다.
첫댓글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하나...억세게 운이 좋은 사나이로군요.
REALY ? I ca'nt believe . He is super luckyman
사장님께서 현장을 방문하셨군요. 전 우리 사장님을 존경합니다. I♡KJK사장님, 진짜루 멋지십니다. 그 친구에게 사장님은 천사의 깃털로 축복을 받은것이나 다름없겠습니다...ㅎㅎ 그 친구 우리 사장님 존함이나 기억하려나...
운이라고 여기면 그만이지만, 들여다 보면 뭔가 있는 경우도 있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