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콩-60, 70년대 고급 과자 명성 우체국 판매로 명맥 유지
대형 제과회사 등장 후 사양길
이정제씨 부부 단둘이서 생산
부산 경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40대 이상이라면 진해콩을 기억한다. 먹을 것이 변변치 못했던 때 진해콩은 궁금한 어린 입을 달래주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그러나 그 진해콩이 아직도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올해 쉰 한살의 이정제 씨. 지난 1983년부터 20년 이상 진해콩을 만들어 오고 있다. 진해콩의 역사는 90년을 훌쩍 넘었다. 처음 생산이 시작된 것은 1915년이다. 이후 이 씨의 아버지가 1938년 자신의 처남과 일본인 기술자 등과 함께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진해콩은 1960, 1970년대 최고급 과자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대형 제과회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사양길에 접어 들었다. 지금은 우체국 특산물 판매를 통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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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이 씨는 종업원을 다 내보고 지금은 부인과 단 둘이서 제품을 생산한다. 소매가 한 봉지의 값이 1200원이니 채산성도 없다. 그래도 이 씨가 진해콩을 고집하는 이유는 자신이 유일한 기술자인 까닭이다. 배합비율 등은 이 씨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최근들어 진해콩은 다시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다. 웰빙식품 바람 덕분이다. 진해콩은 콩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반죽해 콩모양으로 만든 뒤 기름에 튀기지 않고 직접 불에 굽는다. 이 때문에 유해지방 걱정이 없다.
진해콩은 한때 원조논쟁에 휘말렸다. 일본인 기술자가 초기 생산에 관여한만큼 일본 과자라거나 마산이 진해콩의 원산지였다는 식이었다. 이에 이 씨는 "어찌됐든 과자의 이름이 진해콩이며 현재 나 말고 이것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진해지역 향토 사학자들이 조사한 바로도 일본 어디에서도 진해콩과 같은 과자는 찾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진해시는 중요 인사들이 시를 방문하면 특산품으로 진해콩을 선물하곤 한다. 하지만 개인기업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이 씨는 진해콩의 제조 기술이 후대에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렇지만 영세사업인 탓에 외부의 협조가 없다면 이 씨의 바람은 요원해 보인다.
경화당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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