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원준이 또 똥 쌌어요."
"뭐? 또?"
"저는 화장실 가서 누는데 원준이는 만날 기저귀에다 싸요. 그쵸?"
오늘 아침에 제 딸이 저에게 일러바친 말입니다.
제 딸내미는 이제 막 36개월을 넘어섰습니다.
이 어린것이 말을 배워가는 것을 보면 참 재밌습니다.
언젠가는 시장에서 한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듣고,
"아빠, 저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죠. 그쵸?"라고 말해 저를 깜짝 놀라게 하더군요.
이 어린것이 벌써 틀리다와 다르다를 갈라 쓰고 있으니 얼마나 기특해요.
앞에서 제 동생이 똥을 쌌다고 하고
자기는 똥을 눈다고 했는데요.
이것도 정확하게 갈라서 쓰고 있는 겁니다.
'싸다'는
"똥이나 오줌을 참지 못하고 함부로 누다."나,
똥이나 오줌을 누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개똥녀'의 개가 여기저기 똥을 싸고 다니는 거죠.
'누다'는
"배설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다."는 뜻으로
오줌을 누다, 똥을 누다처럼 씁니다.
그게 그거 같아 헷갈리신다고요?
쉽게 가르실 수 있습니다.
'누다'는 내가 내 의지에 따라 다스려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고,
'싸다'는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내보내는 것입니다.
제 아들은 아직 철이 들지 않아 똥을 싸는 것이고,
제 딸은 철이 들어 제 의지대로 똥을 누는 것입니다.
이제 '누다'와 '싸다'를 가르실 수 있죠?
겨우 네 살인 제 딸도 이런 말을 상황에 맞게 씁니다. 하물며 나이든 우리야...
-우리말123^*^
보태기)
'그쵸'는 없는 말입니다.
'그렇죠'가 맞습니다.
[으시시 >> 으스스, 부시시 >> 부스스 ]
지난주에 힘들었던 게 이번 주까지 오네요.
몸이 춥고 떨리는 게 오한이 났나 봅니다.
춥기도 하고, 머리는 열이 나면서 아프고, 온몸이 욱신거리고...
말 그대로 오슬오슬 떨리네요.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더군요.
그냥 부스스한 얼굴로 사무실에 전화나 한 통 하고 쉴까 하다가,
아직은 그럴 나이가 아닌 것 같아서
물먹은 솜처럼 축 처진 몸을 이끌고 출근은 했습니다.
아마 오늘 하루 잘 쉬면 좀 나아질 것 같네요.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가관이더군요.
짧은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지,
얼굴은 부어있지,
입가에 침 자국은 선명하지...
바로 그런 저의 모습을 보니 떠오르는 낱말이 있더군요.
바로, ‘부스스’입니다.
흔히 그런 경우 ‘부시시하다’고 하는데요.
그건 틀린 말입니다.
‘부스스’한 겁니다.
“차거나 싫은 것이 몸에 닿았을 때 크게 소름이 돋는 모양”도,
‘으시시’한 게 아니라,
‘으스스’한 거죠.
“굵은 물줄기 따위가 빠르게 흘러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도,
‘주루루’흐르는 게 아니라,
‘주르르’흐르죠
다만,
“물줄기나 빗물 등이 짧은 데를 빨리 흐르다가 그치는 소리”인
‘주룩’이나 ‘주룩주룩’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