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도시는 어떤 곳이 있을까?
수많은 도시가 잇지만 적지않은 사람들은 서산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크게 주목받는 서해안권에서도,
군산, 평택, 당진과 더불어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는 중심 축이다.
서해안고속도로만 넘어가면 바로 수도권이어서 서울 생활권과 가깝고,
평택-당진항의 배후도시인데다 태안반도의 각 관광지로 통하는 길목이기도 해,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한 동네의 유일한 대중교통 연결고리가 바로 서산터미널이다.
1980년 서산군+태안군시절부터 30여년을 한결같이 외지로 이어줬던 서산의 유일한 관문.
서산의 현재와 옛 이미지 모두 이 낡은 수첩 안에 물결처럼 그려져 있다.
2008년 6월 이후 두달 반만에 발을 내딛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서산터미널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은은한 붉은색을 띄는 외벽, 터미널 입구의 하차장과 택시승강장, 심지어 롯데리아같은 가게들 하나하나까지...
어쩜 하나같이 그대로일까. 너무도 신기하다.
'서산공용버스터미널'이란 파란 간판도 그대로다.
이 주변에 공장이 많이 들어서서 그런지 4개국어로 쓰인 표지판이 인상적이다.
지하철에서도 주요관광지 갈때나 안내방송 나오는 정돈데 지방 소도시터미널에서 이 정도 서비스라니 그저 놀랍다.
서산터미널이 동문동 현재자리로 옮겨온 시기는 1980년.
옮겨올 당시엔 거의 허허벌판이었던 땅이었지만 지금은 '구도심'이라는 이름으로 활기를 띄는 곳이다.
시청로터리-동부시장-터미널로 이어지는 지점이 서산의 중심가이자,
50~60년의 전통이 살아숨쉬는 서산의 역사이기도 하다.
서산터미널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여 동부시장, 시청쪽에 비하면 상당히 짧은 편이지만,
그래도 건물 곳곳에 옛 흔적이 남아있어 향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터미널 대합실은 이미 리모델링이 되어 굉장히 깔끔해지고 훤해졌지만,
천장의 구조나 정신없이 진열된 가게들을 보노라면 영락없이 70~80년대를 연상케 한다.
지금 '서산'하면 바다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1989년 태안이 분리되기 전 서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바다'였다.
천수만 매립과 태안반도(그 당시엔 서산반도)의 수많은 해안·수산자원이 서산을 먹여살리는 주 원동력이었고,
당시 중심상권이었던 동부시장은 '어시장'으로 엄청난 명성을 떨쳤다.
태안이 분리되고 대산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해안도시' 이미지는 거의 사라졌지만,
시대가 지나도 추억이 사라지는건 아니듯 지금도 재래시장의 주종은 단연코 싱싱한 해산물이다.
서산의 최대 재래시장 '동부시장'과 붙어있어서인지,
터미널 안에도 '어리굴젓'을 파는 가게가 눈에 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다른 터미널들과 별반 다를게 없는 가게들 뿐.
20년 전에는 여기서도 생선비린내로 진동을 했을 것 같은 느낌이 어렴풋이 든다.
한산해야할 토요일 아침이지만 수많은 사람들도 굉장히 북적인다.
학교를 가는 학생들과 휴가나온 공군들로 무리로 매표소 앞은 정신이 없다.
어딜가나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더 사진 찍는게 부끄럽게 느껴진다.
매표소 옆에는 조금 씁쓸한 소식이 붙어있었다.
2010년 6월부로 시내버스 승차권의 판매를 중지하고,
그 대신 터미널내의 슈퍼와 복권방에서 교통카드를 판다는 내용문이다.
한때 토큰과 승차권이 없으면 버스도 타지 못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교통카드 없이 버스타는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바뀐 시대의 문턱에서 겨우겨우 버티다 결국 쓸쓸히 문닫은 시내버스 매표소.
앞으로도 저 매표소는 내림막 속에서 영원히 묻혀져 있겠지.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채...
리모델링된 대합실과는 달리 승차장은 여전히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밖으로 나가는 설레임에 들뜬 사람들과 출발을 기다리는 기사분들, 허튼짓 안하나 감시하는 경비원 등등...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로 무척이나 붐빈다.
주변동네(태안,당진,홍성)와 비교하면 가장 큰 도시지만,
도시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터미널은 오히려 가장 낡았다.
그만큼 세월의 손길을 오래 타고,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쌓였다는 뜻이기도 할테다.
최근에 옮긴 당진·홍성·태안에선 느낄 수 없는... 서산만이 가지고 있는 조그만 숨결이다.
고속버스부터 시내버스까지 안 들어오는 버스가 없다.
그래서 버스의 길목까지 막아놓을 정도로 뺴곡히 주차되어 있다.
충남고속, 금남고속 등의 향토 시외업체와 서령버스라는 서산의 터줏대감,
그리고 이동네와 전혀 상관없는 외지 버스업체까지 한 데 어우러져 있다.
짧은 구경을 끝내고 곧바로 버스가 올라탄다.
홀로 몸을 실은 채 거대한 버스는 어딘가로 유유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록 주변지역에 비해 가장 오래되고 낡은 얼굴이긴 하지만,
서산을 터전으로 잡고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
최근에 입주한 혈기왕성한 사람들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적어주는 낡은 수첩이 되어주는 곳.
이미 이전계획이 잡혀있어 머지않아 어떤 식으로든 옮겨질텐데,
옮겨진 후에도 잊혀지지 않도록 오랫동안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항상 느끼지만 맥시멈님의 지역을 보는 정서가 참 좋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특정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지역의 성장배경이나 역사, 관계적 위치까지 정확하고 자세히 파악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항상 잘 보고 갑니다.`
~
워낙 지리를 좋아하고 관심도 많아서 어쩌다 알게된게 많네요. 포스팅 올리기 전에 미리 그 지역에 대해서 검색도 살짝 해보고요. 따뜻한 댓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ㅎㅎ
경찰이 아니라 공군 아닌가요.
정신없이 타자를 때려넣다보니 경찰인지 공군인지도 제대로 못봤네요. 지적 고맙습니다.
해미에 공군20비행단이 있습니다.제가 복무했던 부대입니다.수도권에 사는 장병들은 서산터미널보단 홍성에서 열차를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해미에 공군부대가 있었군요. 해미쪽이면 서산보단 홍성이 오히려 더 편하겠죠...ㅎㅎ
본인이 해미 공군부대에 복무했었죠. 본인이 95년 5월에 입대했었는데, 처음에 자대배치를 받을 당시에는 충주 공군부대였었으나, 97년 초반에 해미 공군부대로 전속갔으며 이후 같은해 10월 말에 제대했죠. 해미 공군부대에 복무할 당시 특박이나 휴가를 나갈때 부대에서 홍성역까지 부대버스로 이동하다가(워낙 교통편이 불편하다 보니) 홍성역에서 부산역까지 기차를 타고 갔었죠. 그 당시 군 수송 TMO 열차를 이용(요금은 무료였음)했었는데, 홍성역에서 천안역까지는 일반열차로 이용하다가 천안역에서 TMO로 갈아탄 것이죠.
참고로 당시 TMO는 무궁화호 열차 1편성 중 한 객차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무궁화호 중 오래된 객차를 투입했죠. 천장에 물까지 샜던 기억이 나는군요. 요즘도 TMO열차가 있는지 궁금하군요. 그리고 97년 당시는 해미 공군기지 초창기였기 때문에 당시 충주 공군부대에서 해미로 전속을 많이 갔었죠.
해미에 공군기지를 새로 만들면서 충주에서 전속을 많이 보냈었군요. 휴가나올때마다 집까지 가시는데 꽤나 고생하셨겠습니다. 물이 샐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열차로 거의 반나절은 이동하셨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네요. 요새도 TMO열차가 여전히 다니고 있습니다. ^^
저희 카페에 공군출신이 꽤많군요^^그리고 해미에 계셨던 분들까지도 참고로 저도 해미에서 복무했었습니다.ㅋ
해미에서 복무하신 분이 굉장히 많네요. 반갑습니다. ^^
서산을 기준으로 부근에 해미공군부대가 있습니다만, 대산공군부대도 있습니다. 이 두곳에서 외박이나 휴가를 많이 나오지요. 아무래도 해미쪽도 많지만 대산에서 나오는 장병들이 더 많은듯 합니다. 경북고속 차량으로 추정건데 오전 08:40~09:40분 사이에 오셨던듯 하네요~ 서산터미널은 개선할 점이 많지요. 특히 거론되고 있는 매표원들의 불친절은 외지인들로 하여금 안좋은 인상을 많이 남기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매번 즐겁게 잘 보고 갑니다.^^
서산의 위치때문에 그런진 모르겠는데 공군쪽 비중이 상당히 크군요. ㅎㅎ
터미널 매표원 불친절문제가 서산에도 있는줄은 몰랐습니다. -.-;;
사람이 많은 곳이 대체로 불친절한데가 많은데 서산도 예외는 아닌가보네요.
서산은 터미널을 이전하거나 신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듭니다... 좋종 서산터미널을 가려면 시내로 들어갈려면 태안이나 당진처럼 되있지 않아서 많이 지체가됩니다...
근처 도로가 좁아서 많이 혼잡하긴 하더군요; 그래도 크게 막히거나 하는건 없어서 나쁘진 않던데요 ㅎㅎ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주정차한 차량 때문에 혼잡하긴 하죠... 태안이나 당진 같은 경우에는 국도에서 나오면 고속도로 나들목 진입하듯이 편하더군요 ㅋㅋㅋ
태안은 고속도로와 거리가 꽤 되는 편이죠. 서산TR->서산IC 14분 당진TR->당진IC 약 10분 에 비하여 태안출발 고속차량들은 서산IC까지 나와서 고속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략 IC 진입까지 35분 가량 소요됩니다.
제말은... 태안이나 당진은 서산처럼 터미널에 진입하려면 일반국도에서 진출입이 편하다는 뜻에서 말씀드린겁니다..
궁금한게, 서산행 시외노선을 대산까지 연장할 법도 한데 연장을 안하더군요. 그쪽 회사들과 서울지역간의 통근버스가 발달해서 그런가요?
본인의 기억으로 전에는 대산(독곳리,삼길포)까지 꽤 들어갔었습니다. 군산~서산~대산~삼길포완행차량이 삼길포 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지요. 대산공단쪽(화학공단이라고 해야할듯) 서산시내셔틀은 운행합니다만 서울에서의 셔틀은 운행하지 않으며 평일/토요일/일요일,공휴일로 나누어 각각의 사원아파트에서 서산터미널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또한 좌석/시내버스가 약 10~3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기에 수요확보에 어려움이 있을겁니다. 게다가 LG화학이나 롯데화학에서는 주말에 2회의 서울셔틀이 운행되고 있습니다.
대산산업단지 가동 초기에는 상당수의 시외노선이 연장운행했었으나 수요부족으로 인해 거의 대부분 단축된걸로 알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수도권지역으로의 셔틀버스가 활성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터미널 내에서도 대산가는 시내버스를 수시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했죠.
대산까지 시외버스가 운행이 됩니다... 제가 알기로는 하루에 1~2회인가 운행을 한다고 들었어요~~ 이왕이면 대전-당진 고속도로도 태안이나 대산까지 확장개통하면 참 좋을텐데요...
대전~당진 고속도로의 대산연장이 서산시장 후보자들의 공약사항중 하나였죠. 과연 이번에 그 공약이 실행되는지는 아직 지켜봐야할것 같습니다. 현재 대산까지 들어오는 시외버스는 충남고속에서 삼길포,독곳리 기점으로 몇회 있는것 같습니다만 공차라고 봐야지요.
진짜 변함이 없네요..그만큼 오랫동안 지켜온것이 더아름답네요....2007년 여름에 서산을 방문했을때가 엊그제같은데...ㅋ
내부를 리모델링한 것만 빼면 전혀 변한게 없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