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1
제 딸은 올해 일곱살입니다. 내년에 초등학교 가는데, 제 아내는 어떻게해서든 사립초등학교를 보내겠다고 합니다. 아내가 사립초등학교를 보내겠다고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교육을 적게 받아도 된다는 거지요. 그래서 제 주변에서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낸 분들한테 물어보니 거의 100%가 (그래봐야 여섯명입니다만) '보낼 수만 있다면 꼭 보내라'였습니다. 이유는 제 아내의 주장과 같습니다. 학교에서 알아서 해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애들 수준이 높다. 촌지나 학부모 치맛바람 이런게 없다. 이이가 프라이드가 생긴다. 중학교에서 전교 1~2등하는 애들은 사랍초등학교 출신이다. 애 하나 사립학교 졸업시키는데 1억정도 든다고 합니다. 어짜피 제대로 학원보내려면 월 100만원은 드는데 그 돈을 사립학교 학비로 쓰는게 더 효율적이라는 거지요. 대한민국의 모든 공교육을 지금의 사립학교처럼 만드는게 공교육 정상화일까? 경쟁이란 기본 구도를 그대로 놓아둔채 공교육 정상화가 가능할까? 경쟁없는 교육체계가 가능할까?
고민 2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제가 교회 교사라 교회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참으로 허망하고 메마른 말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이 말은 결과적으로 인생에 대한 모든 책임을 아이에게 돌리는 매우 폭력적인 충고더군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라는 충고 후엔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어집니다.
뭘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 잘 찾아봐 연예인되고 싶은데 요즘은 연예인도 학벌이 빠지면 안된되요 -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지 운동선수 되고 싶은데요 - 운동으로 성공하는 거 하늘의 별따기인건 알고 있지? 공부가 안되요 - 우선 학원 진도라도 꾸준히 따라가봐.
이런 얘기 듣는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정말 답이 뭐지 하는 의문에 빠집니다. 교육이 도대체 뭐지? 하고 싶은 걸 하는 세상은 어디있지?
고민3
제가 아는 분 중엔 아이들을 위해서 월세를 살더라도 강남에서 살겠다는 분이 계십니다. " 테레비에서 학교 폭력, 왕따 이런 기사 나올때 잘봐. 그게 다 지방이나 서울 변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야. 강남엔 그런거 없어. 유복하게 사랑받고 자란 애들이 왜 그런 짓을 하겠냐. 청소년문제의 90%는 먹고 사느라 애들 제대로 못돌봐서 생기는 문제라니까" 저는 이 분 말씀이 강남사람의 편견이라 생각했는데 대구초등학교 성폭력 사건에 관련된 한겨레21 기사를 보니 이 분 말씀이 일부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사위원회에서 사건이 발생한 학교와 동네 이름은 노출되지 않게 기자들에게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이유는 이런 문제가 생기면 가해자나 피해자가 이사를 가야하는데 그곳에서 아이를 기르는 사람들은 더 이상 이사갈 곳이 없는, 그곳에서 계속 살아야하는 분들이라는 겁니다. 피해학생들이 그토록 오래 침묵했던 이유가 부모와 이야기할 시간도 없고 그 형들말고는 함께 놀 사람이 없어서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사 제목도 '지옥의 묵시록'이었지요. 교육문제는 그 사회의 정치,경제 모순의 결과라는 생각에 사회 개혁없이 교육 개혁이라는게 가능하겠나하는 암담한 생각이 듭니다.
아직까지 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 답을 찾지 않으면 내가사랑하는 아이들이 아주 오랫동안 답없는 고민을 해야한다는 절박함에 회원에 가입합니다. 함께 고민하는 여러분들께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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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고민되는 선택이지요..... 사립학교 나온 아이들 중에서 전교 1,2등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공립 중학교 와서 잘 적응 못하는 아이들도 꽤 있습니다. 건전한 프라이드를 갖게 된 아이들도 있지만 헛바람만 잔뜩 든 경우도 있고요...... 학부모의 열성은 사립학교가 더 하겠지요?! 참고로 저는 공립중학교 교사이고, 우리 아들은 사립초등학교를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