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펄 벅여사가 그린 중국 문화대혁명
양 마담과 세 딸,
펄 벅 지음, 이은정 옮김, 길산
‘대지’의 작가 펄 벅(1892~1973) 여사가 만년에 문화대혁명을 소재로 한 소설을 썼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흉포한 시대를 헤쳐
가는 일가족의 수난사를 그린 이 소설은 그러나 여전히 부드럽고 섬세한 문체로 중국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담고 있다.
주인공 양 마담은 상하이에서 제일 가는 대반점 주인으로, 20세기 후반 중국에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부르주아적 삶’을 살아간다. 세 딸은 조국과 자유 사이에서 번뇌한다. 큰딸 그레이스와 둘째 머시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사상적으로 대립하고, 막내 조이는 망명 화가와의 사랑을 택한다. 양 마담과 그녀의 대반점은 영화로운 시기를 흘려보내다 ‘혁명’의 와중에 쓸쓸하게 쓰러진다.
작가는 인간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저버린 시대의 야만을 그리면서도 결말에선 희망을 암시한다. 펄 벅이 그린 중국의 ‘문혁’은 사실감이 묻어나는 역사의 현장이라기보다, 관념적 대사와 서구식 교양을 갖춘 전형적 인물들이 만들어낸 립턴 홍차맛 페이퍼백이다. 분명한 건 그게 꽤 맛있다는 거다.
(유석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