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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박하 런던미술관 여행기 10
소외된 지역과 혁신적 예술을 껴안은 미술관 화이트채플
그동안 넘 길게 글을 올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안녕하냐고는 안 물을께요
변명을 드리자면 개인적으로 또 나라 전체의 충격적 사건으로 추스리고 무얼 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동안 동경미술관도 몇군데 다녀왔는데 아직 파리도 못갔으니 부지런히 달려야겠어요.
오늘 저랑 같이 여행하실 곳은 화이트채플갤러리예요, 이름만 봐선 무슨 기독교와 관련된 것도
같고 좀 낯설을 수도 있으실텐데요. 영국현대미술에 있어 가장 혁신적이고 기념비적인 전시들을 했던
대표적인 갤러리로 손꼽히는 곳이예요. 화이트채플이 갖는 의미들이 상당히 큰데요. 아주 중요한 점만
간단히 짚어보고 다음에는 겨울에도 푸르른 런던의 멋진 공원과 서펜타인을 쉬엄쉬엄 다녀볼께요.
그리고 코톨드갤러리 외에 다른 뮤지엄과 갤러리들을 조금씩 묶어서 보면 런던 미술관 여행기는 정리될 듯
싶어요. 자 그럼 박하와 함께 화이트채플로 같이 가보실까요~
1. 어두운 지역의 빛이 되는 예술 ( 런던의 그림자 이스트엔드를 비추다)
빅토리아 여왕시대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렸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과 그림자 있듯 산업혁명으로
발전한 웨스트민스터와 시티지역외에 일자리를 찾아 런던을 찾은 가난한 이민자와 노동자,
하층민들은 할렘같이 후미지고 황량한 이스트엔드에 몰려 살게 되요.
런던 동부지역은 17세기부터 위그노교도들과 유대인, 포르투갈, 스페인,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많았고,
1889년까지 동유럽 유대인과 러시아 정치망명자들의 아지트였어요.
그 당시 인구통계로 70프로 이상이 이민자들이었다고 해요.
80년대 경제불황에 이민자들이 유입되고 더욱 슬럼화가 되어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요.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보니
화이트채플은 다국적 작가들을 런던에서 가장 빠르게 소개하고 다문화
프로그램들을 그 어느 곳보다 활발히 진행할 수 있는 예술공간이 되었어요.
이 지역은 1888년부터 1891년사이 희대의 연쇄살인마 잭더리퍼가 활약(?)한 곳으로도 유명해요
자정넘어 사창가의 창녀들을 상대로 살인을 예고하고 자신의 이름을 남기며 엽기적이고 잔인한 살인행각을 벌였어요.
영국은 도시마다 공포체험투어가 있는데 잭더리퍼투어도 있다고 해요.
미스테리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내들 이런것까지 상품화 하다니 좀 너무한다 싶어요.
암튼 후미지고 지저분한 곳일수록 임대료가 싸고 생활하기 저렴한 곳이다보니 그런 곳으로 가난한 예술가들이
몰려들게 되지요. 뉴욕이나 한국이나 런던이나 어두운 곳을 비추는 시작은 늘 아티스트였던 것 같아요.
2. 혁신의 미술, 도전의 미술
당시 문화적으로나 계급적으로 소회된 이스트엔드에 미술과 공예운동의 일원이었던
찰스 해리슨타운젠드(Charles Harrison Townsend)의 건축으로 1901년 화이트채플의 문을 열게 되요.
개관 당시부터 기존 관념에 도전하는 혁신적 전시들을 많이 기획했어요.
스페인 내전을 비판하는 피카소의 '게르니카'도 1939년 이곳에서 처음으로 선보였고, 잭슨폴록의 영국 첫 개인전,
데이비드호크니, 길버트앤조지, 리처드 롱, 프리다칼로, 루시안프로이트, 리암길릭과
낸골딘의 첫번째 개인전이 모두 이곳에서 열렸어요. 대단하죠?
1956년 개최된 영국 현대미술가들의 그룹전 <이것이 내일이다(This is Tomorrow)>는, 이후 60년대
영국과 미국 미술계를 사로잡은 ‘팝 아트’의 선구적 전시였어요.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 에두아르도 파올로치(Eduardo Paolozzi), 빅터 파스모어(Victor Pasmore)
같은 미술가들 뿐만 아니라 테오 크로스비(Theo Crosby), 존 맥헤일(John McHale), 제임스 스털링(James Stirling)
같은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함께한 혼합 장르적 프로젝트로 요즘 유행하는 융합을 예견한 일대기적 사건이었어요.
해밀턴이 이 전시에서 선보인 콜라주 작품은 <오늘날의 가정을 이토록 색다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 팝아트를 언급할때
첫번째로 나오는 대표작이예요.
정부가 운영하는 문화시설이고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전시개최 뿐만 아니라 작가와
교육시설을 연계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지역과 연계한 참신한 교육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타지역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어요.
경제 문화적 불모지에 과감하고 혁신적인 시도들로 지역경제 회복의 구심점 역할까지 담당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되었어요.
화이트채플 위에 황금 나비들이 박혀있어요, 멀리서 보면 화이트채플 글자와 같은 계열이기도 하고 반짝거려서 더 아름답게 보였어요. 아마도 그 기간에 특별히 설치해 놓은 작품같아요. (설명을 따로 듣거나 확인하진 않았지만 그때 전시하고 있던 'Giuseppe Penone'라는 작가의 작품과 컨셒이 맞는 것이 그의 작품인것 같아요) 온통 대리석으로 장식된 화이트채플은 다른 주위 건물에 비해 고풍스럽고 간지나는 건물이예요.
건물은 고풍스러운데 현관입구는 모던하지요.
지하철 표시가 되어 있지만 아마 공사중이었던지 파업이었던지 해서 입구가 막혀있었어요.
저는 인근에서 걸어서 이동을 했기때문에 지하철을 타지는 않았어요. 다른 갤러리와 마찬가지로 입장료 무료예요.
이동네에 대한 편견을 떨칠수 없었던게 어떤 거지 언니가 막 불쌍한 표정지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 한테 자기 차비없다고 막 돈달라고 하는거 같아요.
착한 사람들 거절 바로 못하고 난감해 하고 그 언니는 끈질기게 따라붙고 그러는데 약간 무섭기도 하고 왜 저렇게 사나 싶기도 하고.
도를 아십니까 만큼 귀찮은 존재일 거 같아요.
전시장 한 코너에 길고 텅빈 나무 들이 보이죠
앞서 말한 'Giuseppe Penone's'의 Spazio di Luce(space of light)라는 작품이예요
실제 나무를 주물을 떠서 그 안쪽에 금색을 입힌 브론즈 작품인데요 실제 봐도 진짜 나무결이 살아있어 그냥 나무같아 보여요.
전시장 지키는 남자분이 구지비 안 궁금한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막 설명해주셨어요 것도 아주 친절하고 길게 ㅎㅎ
그래서 그런지 다른 전시 작품들에 비해 아주 인상깊게 남았어요. 공공미술관인데 직원이신지 봉사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정말 친절하셨어요^^
층마다 전시 공간이 꽤 많고 컸어요.
여긴 비디오 영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저마다 작품 앞 쇼파에 앉아 작품을 제각각 헤드폰을 끼고 감상할 수 있어요.
작품들 간의 거리가 충분하고 작품들도 자유분방하게 흩어져 있어 여기 저기 맘에 드는 영상을 메뚜기처러 왔다갔다 볼 수
있어요. 하루 종일 여기서 놀아도 재밌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만 많다면 저도 그러고 싶었고, 여기 사는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즐기는 것 같았어요. 과천현대에서도 이런 비슷한 형식으로 비디오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배치한 걸 봤는데
암튼 신선하고 좋았어요
이 공간은 화이트채플의 레지던시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던거 같아요. 여자분이었는데 전시 자료들도 전시장마다 크기 형식 들이
다 다르고 개성있었어요. 한 공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시들 각각이 달랐어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되어 있어요. 얼마전 서울서 장애인들 집회때 무리하게 진압한 생각에 울컥 하네요.
한국도 되있다고는 한데 이렇게 눈에 띄도록 잘 되어 있는지 잘 작동하는지는 의문이예요. 기본적으로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윗분들이 많으셔서 생기는 일들,, 아 그만할께요. 암튼 이런 시설이 맞는건데 첨보는거라 생경스러웠어요.
여기서 전시했던 역대 포스터들이 한쪽에 걸려 있었어요. 칼앙드레 78년도 전시했네요. 미국의 미니멀리즘 조각가 칼앙드레
아나 멘디에타(Ana Mendieta) 쿠바출신 아내가 85년 추락사했고 그 유력한 용의자가 남편인 칼앙드레였는데 무죄석방되죠.
백인남성과 제3세계 유색여성 미술가의 죽음,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나 진실은 본인과 하나님만 아실테죠
사실 여부를 떠나서 전 칼앙드레 진짜 별로예요
와우 77년 리차드롱의 전시도 있었네요.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이네요 ㅎㅎ
리처드롱하면 안티프라민 케이스가 떠올라요, 동글 동글 대지미술 ㅎㅎ
영국 출신의 대지미술가(Land Artist)해미쉬풀턴의 전시가 79년 열렸었네요
6-70년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가난한 미술(아르테 포베라)' 운동의 기수였던 설치작업가 마리오 메르츠의 전시도 있었네요
사진이 흔들려서 몇년인지 모르겠어요
국제갤러리에서도 몇번 그녀의 작품을 만나셨을거예요
에바헤세의 조각전도 여기에서 했네요 사진을 옆으로 올렸어요 ㅠ
리움미술관 현대미술 코너에 큰 은행나뭇잎과 함께 있는 아저씨 둘 보셨지요
최초의 움직이는 조각, 길버트와 조지아저씨의 전시도 여기서 있었어요. 사진전이었던가 봐요
네델란드출신의 개념미술가 스탠리브라운의 전시는 77년도
여기 서점에서 처음 미술잡지를 구입했어요. 작지만 알차고 필요한 미술서적들이 많았어요
아카이브가 잘 되있기로 유명한 갤러리이기도 한데요, 아트리뷰는 영국이 현대미술의 중심이 되면서 같이 주가가 올라갔는데
격월로 발행이 되고 있어요. 이때 갔을때 너덜너덜 샘플 한권밖에 안남아서 아쉽게도 그걸 구입했어요, 얄짤없어요 그렇다고 깍아주지도 않아요. 그리고 월간 미술전시 가이드 책과 무가지 소식지들도 구할 수 있었어요. 역시나 현지에 가니 정보가 훨씬 많았어요.
화이트채플가는 길에 만난 무슨 마켓이었는데, 맛집여행 쇼핑 등에 관심있는 분들은 다 아는 유명한 곳이라는데
전 그닥 관심이 없어서 그냥 휙 지나쳤어요 ㅎㅎ
그냥 흔히 보는 길거리 아트예요 ㅎㅎ 그리 고급스럽게 보이진 않지만 원래 있는 아치를 이어서 밧줄로 전갈모양 비슷한 것이
재밌고 위트있어 보여요, 생물같기도 하고
당근으로 이번 여행은 마무리 할께요
다음 가실 곳은 비운의 영국 다이애나 왕비가 사랑했던 서펜타인 갤러리로 가볼께요
갤러리가 공원 한가운데 있는데요,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운지요
이번 연휴안에 부지런히 가볼께요^^
첫댓글 차를 놓친 사람처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글쿤요 이스트앤드... 입간판이 있는 바로옆 underground거기가 지하철인가요? 건물과 동화되어있네요
액자들은 지금은 유명해져버린 사람들의 전시 포스터인가봐요
나무 작품은 점점 가지가 많은걸로 진화중이네요 아님 반대로?
빨간자동차있는 사진은 거리?
반갑고 재밌게 읽고 갑니다^^
이궁 넘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요, 지하철 표지가 있지만 실제 저기에 역이 있지는 않았어요, 사진에 대한 설명을 아직 안썼어요, 곧 설명들어갈께요, 엑자는 그동안 화이트채플에서 했던 전시포스터에요, 정말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여기서 첫 전시들을 했더라구요. 자동차는 거리의 그림 맞아요^^
세번읽고 댓글은 아직 안달고 있습니다.
차마시며 네번읽고 써야겠습니다^^
꽃보다 박하를 열독하면서 요즘 테스코제품을 사기 시작했다는것을 깨닫네요.
유투브 영국남자도 챙겨보구요.
영국에 대한 관심!!^^
@디아인 아 열혈독자 디아인님^^영국남자 페북친구인데 넘 잘생겼어요 ㅎㅎ
정말 잘 읽었습니다. 알찬 내용에 감탄하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넘 맑고 이쁜 울유라님^^ 앞으로 런던여행 끝나면 또다른 미술관 여행이 이어질거예요. 국내 미술관여행도 지금처럼 잘 달리시구요
런던여행은 꽃보다 박하로..^^
윤우님 런던관광공사 광고같아요ㅎㅎ이제 프랑스 동경을 거쳐 또다른 유럽여행이 기다리고 있어요^^
화이팅이요! 박하님.^^*
여여님 감사^^ 전시보러 성곡과 시립왔다가 비오는 광화문요^^즐건 연휴되세요
사랑합니다... 박하님~♥ 오늘 바람 완전 강풍이던데, 안 날아가도록 조심해서 다니세요~~~!
저도 사랑합니다 파랑새님^^ 춥더라구요. 역린 보고 왔어요
어머나 서울 강북은 서울문화중심지고 강남은 소비중심의 신도시 개념인데 무슨 이스트엔드예요~~ //어머나 벌써 역린 보셨구나. 난 그거 안보려 다른 극장가서 은밀한 가족이라고 그리스영화보고 완전 중간에 나오고 싶은거 참느냐 고생했는데 ㅡㅡㅡ
이해가 편하라고 드린 말씀이었구요, 비교는 역시 무리가 있네요, 그부분은 삭제하도록 할께요. 어느 도시나 빈부격차가 있는 지역이 존재하니까요. 꼼꼼히 읽고 모니터해주셔서 감사해요. 역린 요즘 시대를 비춰 볼만한 좋은 영화입니다
꼼꼼히 읽어본 건 아니지만, 어제 몇편 읽어 보면서 몇가지 처음 듣는 의견을 접한 건 사실입니다. 댓글에도 달았지만 예술이 돈 많은데 생긴다는 식의 말이나 현대미술이 유럽보다 미국이 주도한다던가 그래서 강남이 더 문화적이라든가 하는 말은 충격입니다. 강남에 지금 현대미술관이라고 소개할 만한 곳이 있습니까? 가보고 싶습니다.
예술이 돈많은데 생긴다는게 아니라 경제와 상관관계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강남이 더 문화적이란 말씀은 드린적 없습니다. 충격을 드릴만한 내용이라기 보단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인데요 행간을 제대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강남에 호림미술관을 비롯해서 오페라갤러리,pkm, 아리리오, 에르메스 등 갤러리들이 많이 있고 우미갈에서 강남 쪽 벙개모임도 있으니 참여해보면 좋을 듯 합니다
예술 돈이 필요하죠,,, 그런데 예술의 시작은 순수 예술혼이고 그것을 정착시키는 것은 지성이라는 것을 환기 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강남이 더 문화적이란 말은 안하셨다지만 강남이 더 잘 살기 때문에 다양한 예술활동이 가능하다는 식의 말은 했습니다. 하지만 강남에서 예술품경매나 패션쇼나 나이트 클럽은 정착해도 아직 이렇다할 현대 미술관은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호림미술관은 고미술관 별관이고,,,다른 갤러리들은 수집하고 관람하는 순수미술관이 아니라 전시하고 매매하는 갤러리 같습니다.
@essprit 예술의 시작은 순수예술혼이라는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강남이 더 잘 살기 때문에 다양한 예술활동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이해하셨다면 유감이네요.그런뜻은 아닌데요.말하지 않은 것을 유추해 내는건 읽는 사람의 경험이나 가치관이 반영된거겠죠, 글이건 그림이건 이해하는 사람 맘이니까요. 현대미술만이 주류라고 생각하지 않구요. 순수미술관은 정부에서 지원하는거라 강남에 부지 구입부터가 불가능하겠지요. 그나마 상업갤러리에서 좋은 전시들이 간간히 열리고 있고 말씀하시는 순수미술관들이 전시나 직원채용이나 아카이브에 문제가 꽤 많지요.
"어두운 곳을 비추는 시작은 늘 아티스트였다"라는 말이 인상깊네요.
네 그말은 맞는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