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베풀어준 문화도시 ‘창녕’
공단문학회, 비화가야문화 속으로
▲람사협약 보존습지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 늪인 우포늪.
여름의 초입, 울산공단문학회 회원들과 함께 자연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창녕을 향해 서둘러 떠났다. 창녕은 자연 속에서 빛나는 문화를 느끼게 하는 고장이고, 육가야중 비화가야(非火伽倻)에 속한다. 이곳은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간간이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에도 역사의 향기가 피어오르는 고장이다.
▲창녕박물관 전경
시내를 가로질러 창녕박물관에 도착했다. 여기서 창녕군 소속 관광해설사와 만나 하루 가이드를 부탁했다. 해설사는 우리들의 방문을 무척 환영하는 눈치다. 그는 회원들의 경청에 신바람을 일으켜 이것저것 많은 설명을 했고, 회원들은 설명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메모하고 질문도 했다.
▲국보 제33호 신라진흥왕척경비
박물관을 나와 건너편에 있는 교동고분으로 옮겼다. 이 고분군은 1918년에서 1919년 사이 일본인에 의해 그 일부가 발굴 조사됐다. 유물은 대부분 일본으로 옮겨가고 현재 일부만 국내에 남아있다. 해설사는 창녕 토박이로 이 부분에 대해 애통함을 금치 못한다며 한탄조로 얘기했다. 이처럼 우리 유적지를 다니다보면 유사한 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의 한 단면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애석할 따름이다.
이곳에서 나와 국보 제33호 신라진흥왕척경비로 갔다. 이 비는 자연암석을 이용해 대석이나 개석을 사용하지 않은 삼국시대 비석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형식이다. 비문에진 비사벌국을 점령한 사실과 함께 국왕을 따라온 42명의 신하 이름과 계급이 새겨져 있다. 또 ‘비자벌’이라는 글귀가는 ‘빛벌’이라는 순수 우리말을 한자화한 것일 거라 말한다.
▲국보제34호 술정리 3층석탑
척경비 아래에는 퇴촌 삼층석탑이 소박한 아름다움을 전하고 그 옆에는 객사가 덩그러니 서 있다. 이 객사의 창건연대와 본래의 모습은 알 수 없고 주사로만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예전 창녕현을 방문하는 관원과 손님들의 접대장소로 사용하던 관아 부속건물이다.
우리는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석빙고에 들렀다. 평소 석빙고 실내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해설사의 안내로 꼭꼭 잠겨 있는 문을 열고 석빙고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실내를 등불이 희미하게 밝혀주었고 첫발을 내디디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설렜다. 실내는 예상대로 시원하다. 외부 온도가 30도를 육박하지만, 15도 정도의 온도다. 우리는 선조들의 지혜를 얘기하며 석빙고가 냉장고 또는 냉동고 역할을 했던 원리를 더듬었다.
▲삼층석탑과 걸맞은 초가가 멋스러운 하병수 가옥
이곳에서 나와 국보 제34호인 술정리 삼층석탑으로 가서 탑의 위엄을 관찰했다. 이 탑은 불국사 삼층석탑과 비견될 만큼 직선을 가지고 곡선미를 느끼게 하는 진정 명품 탑이다. 토속미가 흐르지만 당당한 기품과 힘이 엿보인다.
술정리에서 삼층석탑과 걸맞은 초가가 멋스러운 하병수 가옥을 찾았다. 엄밀히 말하면 초가가 아닌 억새를 엮어 만든 지붕이 포근함을 전한다. “초가삼간 집을 짓고” 살고 싶은 그런 집이다. 집을 지을 때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뛰어난 건축방식에 매료된다.
▲창녕석빙고
술정리를 벗어나 사육신 중 한 사람인 성삼문을 비롯해 충절과 효행을 실천한 스물 한분의 위패를 모신 곳인 물계서원 앞에 다다랐다. 이곳 역시 문이 잠겨 있지만, 해설사의 안내로 들어서는데 마치 비밀의 문을 여는 기분이다. 서원에서 자라고 있는 온갖 과실수 열매는 돌보지 않아도 영글어 비밀화원이 따로 없을 만큼 신비감이 돈다.
우리는 다시 물계서원과 지척에 있는 성씨고택에 들러 부잣집의 면면을 살필 수 있었다. 고택은 공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넓고 고풍스러워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창 보수공사가 진행 중인데, 그 규모 또한 여념 집과 다른 것에 놀랍기만 하다.
▲사육신 중 한 사람인 성삼문을 비롯해 충절과 효행을 실천한 스물 한분의 위패를 모신 곳인 물계서원.
마지막 코스는 문학기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우포늪이다. 이 늪은 람사협약 보존습지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 늪이다. 대합면 주매리,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 세진리에 걸쳐 있는 70만평 규모이고 우기에는 100만평까지 넓어진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광활한 늪지는 비록 겨울 철새가 떠나버리고 없지만, 1,000여 가지의 수생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신비스럽기도 하고 정감어리기도 하다.
부들, 창포, 갈대, 줄, 올방개, 붕어마름, 벗풀, 가시연꽃 등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 우포늪에서 우리는 자연에 대해, 문학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털어 놓고 또 시 한 수씩 읊조렸다. 비로소 이곳에서 삶의 묵은 먼지를 툭툭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울산을 향했다.
고은희 기자
◈여행정보
◎인터넷 웹사이트 : 창녕군청 홈페이지 http://www.cng.go.kr
◎문의전화 : 창녕군 관광안내 전화 080-530-9090 관광진흥 055-530-2521
◎자가운전 정보 : 울산고속도로 언양 →양산분기점→ 대동분기점→ 대저분기점→ 칠원분기점 →영산IC→영산사거리→ 계성교차로→ 공설운동장삼거리→ 퇴천삼거리→ 창녕군(2시간
~2시간 반 정도 소요)
◎식당정보
▲청호식당 : 멧돼지 모듬, 돼지 갈비 등 055-533-2041
▲하얀집 : 삼계탕, 오리탕 055-521-2353
▲가얏골 감자탕: 감자탕 전문 055-532-1770
▲전통민속쌈밥 : 쌈밥 전문 055-521-3279
▲천미정 : 장어, 역돔 등 회와 매운탕 055-521-1185
◎숙박정보
▲부곡하와이 : 창녕군 부곡면 거문리 파도풀 및 실내ㆍ외 온천 055-536-6331
▲신일장여관 : 창녕군 창녕읍 술정리 055-532-1255
▲유니모텔 : 창녕군 성산면 정녕리 055-532-5833
▲바우가든 : 창녕군 고암면 감리 민박집 055-533-0178
고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