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일만의 산행이라 약간 긴장되고 상기한 마음으로 새벽 4시 50 분에 얇게 덮은 이불을
걷었다. 우선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본다. 어제 일기예보에 오늘의 날씨는 돌풍과 번개 20~
70mm의 비와 세찬바람이 동반된다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하늘은 맑고 소용돌이 칠 날이 아닐 것 같다.
그러나 만사가 불 여 튼튼 이라고 우비와 우산 배낭커버 등을 준비 점검한다. 갈아입을 옷
과 양말 등도 여분 있게 준비한다.
오늘의 가슴 설레는 산행 지는 경북 문경시에 있는 성주봉과 운달산이다. 문경 새재가 있는
조령관문의 서남쪽 약 30km 에 위치한 산이다.
나, 개인사정으로 오랜만의 산행이다....
오랜만의 산우님들과의 인사는 여느 때와 달리 악수 시간이 몇 초씩 더 길어지고 한 말씀 씩
더 하시는 반가운 인사들을 나눈다.
통로를 가운데 두고 이쪽저쪽의 안쪽에 앉은 느티나무 이 우형 선배님과의 대화는 가는 길을
가깝게 만들어 놓는다. 선배 자신의 확실하고 확고한 철학 강의를 경청하다 보니 어느새
문경읍 당포리, 우리의 출발지점에 도착하고 말았다. 아마 옛 도인들이 축지법을 썼다는데...
이런 방법이 아닐까~~ 고개를 갸우뚱 하여본다.
09시 50분 도착과 함께 우리 산수정 41명은 당포 초등학교 옆에서 수리봉(585m)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 일기예보에 놀라서인지 예약하신 분들이 몇 분 빠지셨지만 처음 오신 분들이
예약을 지키시고 예약 안 하신 분들이 의외로 오셨다.
아니 근데 이 산 님이 우리를 처음부터 팍 겁을 주신다. 가파른 경사에 가파른 암벽들의
연속이다. 수리봉을 지나고 706고지, 750고지, 805고지를 오르락내리락하다 성주봉(961.8m)에
우린 11:45분(중간 팀)에 올라섰다. 모두들 땀이 흠뻑 하시다.
뒤로 돌아 우리가 올라왔던 수리봉 쪽을 바라보니 손에 쥘 듯이 아담하고 바위와 숲이
알맞게 어우러진 봉들이 참 정겹게 보인다. “아니 우리가 저 가파른 급경사를 올라왔단 말이야.”
하시고들 감탄사의 연속이시다.
내가 과일을 꺼내서 돌려먹자 처음 참여하신 땅끝님이 백세주를 꺼내신다. 수지님께서 맛있고
감칠나게 묻친 돼지 껍질을 안주로 내어 놓으신다. 쭈우욱 한잔씩 돌려먹었는데 또 느티나무님이
인삼주를 꺼내서 조금씩 맛을 음미 하였다. 질세라 땅끝님과 같이 오신, 순천이 고향 이시다는
불사조님(두 분 다 여자) 께서 오렌지로 입맛을 돌려 세우신다.
땀도 식고 배도 든든... 웃는 정겨움으로 운달산을 향하여 출발.....
912암봉 고지를(약 30분) 통과하자 길 상태가 양반이다. 운달산까지는 아직 멀었으나 간간이
보이는 적송 고목이 나의 폐활량을 더욱 높여주는 느낌이다. 상쾌하다. 거기에 살랑이는 시원한
바람... 아!!! 이 맛에 등산을 올 수 밖에 없다. 녹음이 우거진 저어 계곡의 숲과 파란 하늘과
맏다은 높은 봉우리들의 울창한 숲..... 바로 눈앞의 적송고목과 이름 모를 관엽과 참나무들의
조화.... 산우님들과 나는 어느새 신선, 도인의 무아지경에 빠진다. 그러나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아.... 어제의 일기예보는 어디가고 이렇게 산행하기에 적합한 날씨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참 괴이한 지고....
우리 중간 팀들은 운달산 못 미쳐 새옥재 근방에서 식사를 하였다. 역시 여성 회원님들과
같이 식사를 하니 반찬들이 맛있고 푸지다. 영계 후배가 양주를 가지고 왔다. 조금씩이지만
맛을 음미하는데, 폐쇄되고 공기 탁하고 이기의 조명 밑에서 먹는 술맛과 감히 같으랴....
엷은 초록의 숲이 무한히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과 싱그러운 풀내음이 풍기는 맑디맑은 공기를
마시며 목을 적시는 술맛이 감히 같겠습니까. “이거 이거 멋지지 않습니까.”
운달산(1097m), 오늘의 정상에 우린 14시에 올라섰다.
운달산 동쪽으로 작년 우리가 다녀왔던 조령산, 동북쪽으로 주흘산, 북쪽으로 대미산,
북서쪽으로 황정산 등이 빙 둘러 첩첩 산중을 이루면서 그 위용를 과시하며 운달산을 감싸고
있는 듯 하다. 그 산들이 거의 1100m 높이정도니까 동쪽의 조령산부터 북서쪽의
황정산까지가 거대한 성벽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조령의 문경 새재가 유명한 것이다.
영남의 유일한 교통 관문이었다.
북쪽부터 서쪽으로 태백산, 소백산, 월악산, 속리산 등이 높이 높이 가로막고 있다.
한양으로의 진출 길은 유일하게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의 문경 새재가 영남인의 관문이었다.
그래서 영남은 산이 많고 들이 적어 삶을 영위하는 대는 정계, 관계에 뜻을 품고
학문에 몰두 하여야했다. 그래서 영남에는 유명한 관료, 대학자들이 많으며 극히 보수적이다.
정상에서 우린 기념사진들을 많이 찍었다. 진권 고문님, 느티나무 이우형 님 두 분이
번갈아 독사진, 단체사진 등을 찍어 주신다. 두 분 다 아마츄어의 최 정상에 계시는 사진사
들이시다.
길고 긴 계곡의 하산길이다. 약간의 황토가 섞인 길이 마르지도 질퍽하지도 않은 적당한
흙의 상태가, 약간의 급경사가 있지만 하산의 묘미를 느끼게 하여준다.
김룡사 거의 다 와서 어김없이, 솔개 최종대 님, 부회장이신 이종철 님과 함께 시리도록
차가운 맑은 물에 온몸을 내던졌다. 아~~ 시원하다. 땀에 젖은 옷을 비닐봉지에 넣고
여분의 옷을 갈아입으니 설 때 새 옷을 입고 대문을 나서는 기분이다.
김룡사가 가까워오자 우리의 소나무가 고풍을 알리고 아름드리 삼나무들이 하늘을 뚫고 있다.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 신도님들이 많이많이 오셨다. 그러나 모두 차를 가지고 오셔서
도로를 걷는 우리의 마지막 기분을 매연과 흙먼지가 언찮게한다.
드디어 종착지인 김룡사 대형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6시 경.
근대 이게 참말인가 거짓말인가???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진다. 나..... 원.... 참..... 우리 산수정의 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맛있는 돼지 김치찌개에 하산주를 맛있게 먹고 16시 50분에, 정시채 산악 대장님의 뜻 대로
집을 향해 출발하니 본격적으로 비가 시작된다. 아.... 참.... 신기하기도 한 오늘의 산행이다.
올라오는 차 안....
더욱 진지한 느티나무님의 철학 강의를 경청하다 보니 어느새 성남 땅에 들어섰다.
박윤모 회장님께서 일일이 악수를 나누시고 오늘 날씨가 우리 산수정의 발전과 단합을
의미 한다는 인사 말씀으로 오늘 문경시에 위치한 성주봉, 운달산 산행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오늘 나와 같이 앉아간 분은 나와 동갑이시고 말씀이 젊잖으시고 말 수가 적으신, 나보다
나이 어리게 보이신 최 열 님이셧다. 우린 다음에 만나 술 한 잔을 하기로 하였다.
오늘도 백재기 고문님과 처음 참여하신 잘 생기신 노신사 분께서 음료를 사셔서 오는 길의
목을 씻었다. 감사 합니다.
회원 여러분 아직 심하게 덥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항상 맑은 건강 유지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울러 오늘도 우리 회원들의 안전과 쾌적한 산행을 도와주신 집행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_ 서 당 골 석호 _
첫댓글 짜릿하도록 시린 그골짜기 맑은 물에 세속의 묽은때 까지 씻겼으면 좋으련만........
선배님의 건장하신 체격은 부럽습니다. 그러나 약주를 너무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약주를 줄이시고 산행은 빠지시면 절대 안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산행후기를 늘 리얼하고 차분하게 써주시는 서당골 동생,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집안의 모든분들께 건강하시도록 기원드립니다.
회장님의 다정다감은 모두가 느끼는 공감입니다. 더 나아가서 책임을 맡으신 후로는 더 멋쟁이가 되셨고 더 멋지게 보이십니다. 아무쪼록 재임 하시는동안 산수정을 반석 위에 올려놓으신 진짜 산사나이의 본을 보여주시기 진심으로 바랍니다.
깔끔한 후기 잘보고갑니다 올만에 나오셔는데 같이 하지못해 섭했습니다 담에 뵐께요 사모님의 건강도 빕니다
미남청년 까치 오유석 님 고맙습니다. 이 사회나 모든 단체, 하물며 가족단위까지도 젊음이 에스칼레이트 하게 쭉 이어져야 발전이 있고 비젼이 있는 법입니다. 까치님께서도 자주 산행 하시고 또 후배들이 까치님을 받드는, 그러한 풍토를 만들어 주십시요. 나도 까치 후배가 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