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텍시티의 까르푸>
실컷 늦잠을 자고, 느즈막히 일어났다. 원래 오늘은 싱가폴에서의 하루 중 가장 바쁘게 지낼 것으로 계획했는데(주롱새공원은 아침 일찍 가야 올스타버드쇼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두 남자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일찌감치 빡센 일정은 포기했다. 나는 여행을 오면 아침 일찍 눈을 뜬다. 평소에 늦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로서는 너무나 신기하다. 역시 마음이 몸을 지배하는 유형..
까르푸에서 물을 사갖고 가기로 해서, 선텍시티를 갔는데, 까르푸를 가는 도중 그 유명한 <부의분수-fountain of wealth>를 보았다. 평소 부자되는 게 소원인 남편과 내가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매우 경건하게 세 바퀴를 돌았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중앙에 손에 닿는 물줄기만 솟고 있었는데, 게시판을 보니 밤 9시에 분수쇼가 있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8시부터 하더라구요.)
까르푸 앞에서 창고 세일을 하길래, 남편 티셔츠를 사고(삼천원 정도), 물을 사고 나왔다. 그러다가 싱가폴에서 내 의상이 너무 튀는 것 같아서 내 티셔츠도 샀다.
내 여행 옷도 벙벙한 나시티에 힙합풍의 7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사실 그 전날도 느낀 거지만, 여기에서 그런 벙벙한 바지와 티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성 패션은 상당히 꽉 조인다. 대부분 패션잡지에서 튀어나온듯이 여성들은 굉장히 마르고 작은 체형에, 바지는 꼭 끼는 청바지에 힐차림, 상의도 꼭 맞게 입는다. 까르푸에서 티를 하나 샀는데, 나중에 갈아입을 때, 팔이 안들어가서 겨우 몸을 비틀어서 끼워넣었다. 왜그리 옷을 작게 만들었는지... 나도 마른 편이라는 얘길 종종 듣는데, 여기에서는 갑자기 라지사이즈가 되버린 느낌이었다.
<사이언스센터>
원래 주롱새공원에 갔다가 점심을 먹고 사이언스센터에 가려고 했는데, 올스타버드쇼 할 시간이 지난 지 오래여서, 일정을 바꿔 사이언스 센터에 먼저 갔다.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바글대는 것처럼 보여 낭패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단체로 패키지로 온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것일뿐 관람하는 데는 예상외로 사람들이 한산했다.
먼저 <아이맥스무비- 그랜드캐년> 표를 끊어두고, 상영시간까지 인체전시, 착시현상, 수학체험 등등을 했다. 안내팜플렛에는 <동굴체험>도 한다고 되어있어서, 기다렸는데 알고보니 이날이 토요일이고, 주중에만 하는 것이어서 못보았다. 삼성어린이박물관이나 서울과학관과 비슷한 체험시설이었는데, 그 중 착시현상에 관한 것이 유독 한 코너로 마련될 정도로 많이 있어서 어른들도 재미있었고, 수학 관련 체험도구들도 많은 편이었다.
다 이용하기에, 중학생 이상 정도라면 좋을 듯 싶었다.
<아이맥스무비>는 정 가운데 쯤 앉았는데, 돔형태의 스크린이 눈에 한가득 들어왔다. 아직 63빌딩 아이맥스 무비를 안 보았는데, 서울로 돌아가면 꼭 여의도를 가리라..마음먹게 만들정도로 실감났다. 나와 아들은 소리도 지르면서 재밌게 보았는데, 남편은 옆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점심은 사이언스 센터의 맥도널드에서 먹었는데, 계속 에어콘 바람을 쐬서인지 갑자기 재채기와 콧물이 나와서 (에어콘 알레르기) 할 수 없이 뜨거운 야외 파라솔 아래에 앉았다.
사이언스센터 야외에도 분수있는 정원과 여러가지 시설물들이 아기자기하게 있었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미처 다 보지 못하고, 점심을 먹은 후 서둘러 나왔다.
<주롱새공원> : 넘 부정적으로 쓴 경향이 있는 것 같아 바꿨슴다~^^;
주롱새공원에 도착하자 어제의 동물원에 대한 악몽때문에 남편은 일찍 의욕을 상실한 채, 펭귄관만 둘러보고, 쉬겠다고 했다.
아들과 홍학도 보고, 말하는 앵무새도 보고 했는데, <쇼>를 하나도 보지 못해서 인지 뭔가 심심했다.
----> 싱가폴 오면 꼭 봐야한다던 동물원,나이트사파리,주롱새공원은 너무 힘들어서였을까. 싱가폴에 다시 온다면 가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아시아문명박물관과 예술박물관으로 일정을 바꿨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다시 호텔>
호텔 객실을 바꿨다. 평소 둔감한 나와 달리 남편은 좀 깐깐한 성격인데, 새공원에서 돌아와 호텔 객실문을 여는 순간, 퀴퀴한 냄새가 났다. 전날 밤에 내린 빗물이 베란다에서(나중에 어떤 아저씨가 뚫어줬는데, 뭐가 막혀 있었던 듯..)넘쳐 카펫이 일부분 젖어 있었는데, 그게 원인이었다. 게다가 룸메이드가 수건도 부족하게 놓아두고..갑자기 짜증이 확나면서, 무슨 호텔 서비스가 이런가.. 어쨌든 매니저를 불러서 남편이 컴플레인을 하여 방을 바꾸었다. 8층에서 14층으로 옮겼는데, 선택시티의 건물 네 개와 콘래드 호텔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좋았다. 때마침 불꽃놀이를 해서 팡팡 터지는데, 기름 발라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넘긴 매니저가 상황을 무마해 보려는듯 자꾸 야경을 보라고..채근하는데, 이미 맘이 상해서 인지 심드렁했다.
선택시티로 가서 늦은 저녁을 먹으러 부의분수 옆 푸드센터에 갔다. 정말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눈이 돌아갈 정도로 많은 메뉴들.. 그 중 왠지 많이 들어본 듯한 이름의 '용타우푸'와 '블랙페퍼새우'를 먹었는데, 입에 맞는 편이었다.
클라키에 가려고 밖으로 나오는데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로 부의분수쇼를 하고 있었다. 건물안에서도 장관이었지만, 밖으로 나오니 더 근사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야외벤치에 앉아 데이트하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분수쇼를 감상하고 있었다. 클라키로 가는 시간이 촉박해서 짧게 몇 분 정도 보기만 했는데, 시원한 물줄기가 노래와 함께 울려퍼져서 청량한 주말밤을 만들었다. 나중에 본 센토사의 분수쇼도 멋졌지만, 센토사는 공연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서로 많이 달랐다. 밤에 커피 한 잔 들고 야외벤치에 앉아 음악과 함께 여름밤의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좋을 것 같다.
<클라키-리버보트, 사테클럽>
사실 이때, 피곤하기도 하고, 호텔에서도 그렇고 신경이 날카로와져서 클라키에 가자마자 남편과 조금 안좋았다. 리버보트 선착장을 찾고 있는데, 자꾸 트라이쇼 호객꾼이 다가와서 끌어가려는 거다. 나중에 내가 오해한 거였지만, 남편이 트라이쇼를 타려는 거 같아서 내가 소리를 꽥 지렀다. 그래서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
어쨌든 사테클럽을 지나 아이스크림 파는 근처에 매표소가 있었다. 리버보트를 타는 데, 의외로 배도 작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다. 벌써 10시가 넘은 시각.. 애를 재울 시간이 훨씬 넘었는데(애가 졸린지 분위기 파악을 했는지 말이 없어졌다--;)일정에 쫓기는 것 같아 자꾸 애가 달았다. 그런데...
리버보트를 탄 순간, 하루의 피곤함과 마음의 복닥거림이 말끔히 사라졌다. 배가 좀 허름하긴 했지만, 붉은 등을 여러 개 매달고 천천히 싱가폴 강을 미끄러져 가자 아름다운 시내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DK책자에서 본 '콜먼다리', 서민적인 클라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세련된 보트키의 밤풍경, 화려한 풀러튼호텔의 야경, 멀라이언상 등등 시원한 강바람을 볼에 맞으면서 눈이 호사를 하고 심란한 마음을 씻었다.
돌아오는 길에 사테클럽에 들러 타이거맥주와 사테 10꼬치를 먹었는데, 꽤 늦은 시각이었는데도 종업원들은 분주했으며, 여러 인종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처음 마시는 타이거맥주는 맛이 부드러워 취하지도 않았는데 입이 자꾸 헤~벌어졌다.^^ 저녁을 먹느라 늦게 도착한 것이 너무 후회될 정도로, 리버보트의 야경과 사테클럽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첫댓글 여행기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입니다.(3편이 끝은 아니겠죠?^^) 저도 남편, 3학년 딸이랑 한달후 출국예정이라 여쭤볼게 많은데 우선, 주롱새 공원 아이도 재미없어 하나요? 또 저희도 택시만 이용하게 될것 같은데 4박6일 토탈 택시비가 얼마나 들었는지요?
저도 8월 2일날 22개월 아들과 신랑과 출국예정인데 어느 정도 덥나요? 요즘 우리나라보다 더 덥나요? 아 갑자기 의욕 상실입니다.
아주 솔직하시고, 그러면서 객관적인 여행기입니다.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저희도 3살 아들녀석과 갈 예정인데,, 더운 날씨가 제일 걱정이네요. ^^ 후속편 더 부탁드려요. ^^
1. 아들은 젤 좋았던 걸로 사이언스센터를 꼽았구요, 덕투어와 센토사의 케이블카,분수쇼도 굉장히 흥분하며 좋아했더랬어요. 그리고 새공원과 동물원,사파리도 비교적흥미있게 보았습니다. 계속 동물 우리 앞에 있는 표지판을 해석해 달라고 하고.. 나중에 시간이 없어서 뱀관을 못보았는데, 두고두고 아쉬워 하더라구요.
위에 투덜댄 것은 순전히 제 관점입니다. 아이 생각하고 더운데 돌아다녔지요. 좀더 부지런하게 가서 '쇼'도 보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2. 요즘 우리나라가 불볕더위여서 그런지, 이만큼은 안더웠던 것 같습니다. 오후만 되어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구요. 그래도 습하고 한여름날씨로 더워서 야외에서는 물론
오차드에서도 10분이상 걷기 힘들어하더라구요. 점심 먹은 이후에는 건물안에 들어가는 게 좋을 듯 싶어요. 3. 택시비 영수증을 따로 안챙겨서 정확하게 계산은 안나오는데--; 가장 많이 나왔던게 14싱달러, 최소가 4싱달러(택시 기본요금이 2.4싱달러), 평균이 7싱달러 정도로 였어요. 무조건 흰색 택시는 피했구요.^^
웅...박물관을 가시지 않은 것은 잘 하신 듯.... 아시아 문명박물관은 쫌 그렇다치고...- 여기도 별로 볼 것이 엄써여.. 예술 박물관은 특별전시가 없는 이상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코스는 아닙니다. 나이트 사파리를 하나 빼셔도 되셨을 것을... 힘드셨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