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운대-
태평양을 스쳐온 만년의 물결에 씻기우며 임진년 부산포를 뒤덮은 왜선의 침노에 선 잠을 깨었던 곳 이제는 세월의 두께에 실려와 그립던 뭍이 된 우리네 끝자락 정운 장군 진노의 함성 들려오는 듯 돌에 새긴 옛 선비의 싯귀를 외우려니 내 마음의 흥취를 감당키 어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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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올리는 분이 안계시니 그저 지나온 길이나 되새겨 볼까 합니다.
2003년3월23일(일) 참석자:고문님, 왕고문님, 참고문님, 마파람, 귀뚜리, 블랙, 임페리얼, 여행, 무수리, 공주, 방우리, 팔공도사, 지방장관, 버들피리, 임페리얼 손님, 슬비, 백두대간, 보디가드, 황진이, 하늘나라(20명. 다 맞나?)
05:00 두류공원 2.28 기념탑 앞(오르님, 한뫼님, 신사님이 신새벽 잠 설치며 배웅 나오셨습니다. 솔직이 눈물 핑도는 고마움이고 앞으로 산조사모 없어지는 날까지 영원히 우리 앞선빛으로 모시자고 생각합니다)
08:10 부산 다대포 몰운대(몰운대는 부산 금정산의 끝자락이 대한해협으로 빠져들며 형성된 하나의 섬이이었고 16세기까지만 해도 몰운도(沒雲島)라 불리는 섬이었으나 낙동강에서 내려오는 흙과 모래가 쌓이어 다대포육지와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이곳은 낙동강 하구에 안개와 구름이 끼는 날에는 그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몰운대(沒雲臺)라고 하였다하고, 다대포 객사, 정운공 순의비등 유적도 있었슴다)
08:50 몰운대 출발-다대해수욕장-몰운사회복지관-몰운대성당-임도(대구로 치자면 망우공원 파크호텔 옆산이나 될라나? 6차선 해수욕장 인접도로 건너서 주택과 상가가 줄지은 간선도로를 한참 올라가니 몰운대성당앞 언덕에서 내려다뵈는 낙동강하구의 정경이 참 아름다왔습니다)
09:25 홍치고개(성당뒤에서 시작하는 임도를 따라 걷자니 비로소 아쉬우나마 산행맛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홍치고개는 다대포에서 장림동쪽 옛날 보덕포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라고 합디다)
09:40 아미산(223.7m)-산이라고 이름 붙일만한 첫 정상에서 잠시 휴식(아미산 건너편 무명봉에 봉화대-아마도 남쪽 봉화의 시점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흔적만 있었습니다)
10:10 한성기업 앞 육교-아미산에서 가파른 하산길 내려서자 4차선 대로, 아파트군락, 부산이 해안도시임을 알리는 거대한 냉동창고들)
10:45 장림파출소(원래는 봉화산이라고 하는 곳으로 올라야한다는데 아파트 짓느라 10m 넘는 절개지의 콘크리트 옹벽들이 가로 놓여 암벽등반 하는 사람들이나 갈수 있을려나... 봉화산을 포위하듯 둘러싼 시내 한복판을 줄지어 걸으며 오늘 점심은 짜장면 시켜먹자고 줄창 먹는 타령만 했습니다 ㅎㅎ)
10:55 장림(구평)고개(4차선 건널목에서 신호기다리는데 버스에 탄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눈길이 영 맛이 아닙디다. 대동고교 정문지나 아파트 놀이터 가로질러 산으로.. 천주교 공원묘지 지나 건너보이는 예비군훈련장까지 남의 밭고랑 지나서.. )
11:30 예비군훈련장(힘드는건 없는데 배고파 못 가겠다는 분들을 위한 잠시의 휴식, 낙동정맥 마지막 코스를 내려오는 젊은 벗들을 만났음)
11:45 괴정고개(또 4차선 대로.. 신호무시하고 무식하게 건넜슴)
11:50 부영벽산아파트(신축한지 얼마안된 깨끗한 아파트 가로질러 입주민의 편의를 위하여 만든 뒤 옹벽에 붙은 오르막길을 지나야 하는데 훈련장에서 만난 종주팀 아니었으면 이길 찾느라 두어시간 죽였을 듯 하였습니다)
12:10 무명봉-중식(12:40) 오늘의 특미 임페리얼님의 한재 미나리, 팔공도사님의 무침회
12:50 우정탑(245.9m)-첨으로 부산의 전경이 내려다뵈는 곳, 맞은 편 영도와 부산대교, 옆에 초라해뵈는 영도다리, 부산항구
13:20 대치재(우정탑 지나 공동묘지를 내려서서 2차선 동네 간선도로 대치고개를 건너면 우뚝 솟은 거대한 산이 올려다뵈고 60년대의 골목길을 지나면 바로 산행)
14:10 시약산(523m)-정상에 레이다기지?인지 기상관측소인지 마치 등대처럼 우뚝한 백색건물이 정상을 우뚝하고 지금까지의 200 고지의 오르락내리락에서 진이 빠진 탓인지 처음으로 맞는 500고지 산행은 지금껏 함께 움직이던 일행의 길이를 고무줄처럼 늘어지게 하였습니다. )
14:25 구덕산(시약산과 500m 거리에 마주한 구덕산은 정상전체가 한국통산 중계탑이고 정문에서 세멘트포장도로가 구덕령까지 완벽하게 무장되어 그러찮아도 화닥거리는 발바닥을 쓰리게 하였습니다. )
14:50 구덕령(꽃동네)-구덕터널위에 형성된 마을로 예전엔 마을 전체가 꽃재배를 하며 살았다는데 지금은 어디에도 꽃은 안보이고 위락시설만 즐비한 유원지 였습니다. 막걸리 동동주와 파전 냄새의 유혹을 물리치고 마주한 엄광산을 오르는 길은 골프연습장 뒤로 정상까지 또 완벽한 세멘트 포장도로)
15:40 엄광산(503.9m)-여기도 정상엔 중계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상 못미쳐 좌측 하산길.. 잠시 걷자니 부산의 한축 감전 주례 학장동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좋은 길을 따라..
16:40 동서대학교(첨 듣는 대학인데 건물은 정말 깔끔하고 좋습디다)
17:00 백병원-귀로(부산이라는 도시가 대구처럼 너른 분지가 아니어서 산골마다 집을 지은 탓인지 동서대에서 승차지점인 백병원까지 오르락 내리락 길이 종일 산행길보담 더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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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이라는 거대한 이름이 안겨주는 위압이랄까? 무언가 내 인생의 한 분기점이 되리라는 거대한 작업을 시작하는 창연한 기분으로 종주산행을 시작합니다.
언제나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위하여 무엇인가를 완벽하게 준비하여야 하는 조급증과도 같은 준비의 습성이 대륙과 해양이 아닌 반도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성의 하나라고 합니다만 지금까지 40이 넘는 생을 돌아보면 언제나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위한 현실의 인내와 절제와 여분을 남겨두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무언가 반대급부가 없는, 금전적인 가치가 부여되지 않는 행위에 대한 철저한 냉담에 익숙해진 우리네 삶의 한 귀퉁이에 땀과 또 땀을 요구하는 무가치에 대한 애착이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그 또한 혼자 만이 향유할수 있는 삶의 보람이라 생각하며 종주의 큰 작업에 작은 한 걸음을 시작합니다.. 총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