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황금산 비행일지◇
o 비행일시 : 0000년 11월 2일(일)
o 비행장소 : 경상북도 상주시 황금산
o 활공장개요 :
-------활공장 해발 328m, 정풍 및 배풍 이륙 가능 활공장,
o 비행참가 : 고문님 2분, 팀장, 부팀장, 총무, 병규, 창희, 봉희, 영식, 두영, 은영, 지현, 채영, 그리고 러시아에서 온 특별한 손님 리예나.
o 비행횟수 : 오전 2회 오후 1회
o 풍향풍속 : 오전 남서풍, 북서풍 15km/h 내외, 오후 서풍 17km/h 내외
o 주이륙장 : 방향 서, 길이 10미터, 폭 7~800미터, 키가 큰 마른 풀이 많이 있는 상태
o 차량이동 : 이륙장까지 우리의 그레이스 이동, 착륙장에서 5분거리(약 900미터)
o 착륙장 : 착륙장 남서방향 170여 평정도의 원형 착륙장, 멀리 가면 벼벤 논도 많음,
o 현지팀 : 상주 삼백패러글라이딩스쿨
o 현지상황 : 비행경력이 얼마 안 되지만 이렇게 좋은 기상은 처음임.
두 손을 놓고도 탈 수 있을 만큼 편안한 현지 기상.
지난 주(10/26) 합동 비행의 한(恨)을 풀고자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친 시각은 11월 2일 오전 8시.
봉희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로 만든 어느 여인이 싸준 김밥과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사무실을 떠난 시각은 그로부터 40분 뒤, 이틀 있으면 무면허가 되는 부팀장이 마지막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문경 활공랜드로 출발.
중간 중간 걸려오는 관식 형님(참고로 時祭때문에 당일 새벽에 먼저 문경쪽으로 출발했음)의 전화는 우리들의 기분을 오르락내리락 하게 만든다. ‘지금 바람이 좀 센데! 비행이 안 될 것 같다. 다시 10분 후 지금은 바람이 없다. 비행하기 좋을 것 같다.’ 어찌 어찌 도착한 시각은 오전 12시 좀 안 되는 시각.
문경활공랜드 착륙장에 먼저 도착한 병규의 전화 ‘여기서 대통령배 대회가 열린다는데 차와 사람이 무지하게 많아!’ 상주로 직접 가 버릴까! 날씨가 좋은데 여기서 한 번 하고 갈까! 설왕설래 하는 중에 우리의 국가대표의 한 말씀! ‘대회 전에는 비행해도 뭐라 안 해!’ 그 말을 믿고 제 1이륙장으로 이동.
팀장과 부팀장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GO! GO! 문경에서의 첫 비행인 나를 비롯한 영식, 두영, 지현은 문경의 경치에 홀딱 빠져 내려오고 싶지 않았지만 대회 관계자들의 눈총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상주 황금산으로 가자는 팀장의 의견을 좇아 다시 이동을 시작한다.
가는 길에 회계면에서 관식 형님을 태우고 황금산에 가니 현지팀은 보이지 않고, 천안에서 왔다는 팀이 먼저 비행을 하고 있다. 배가 고팠지만 하도 열과 바람이 좋아서 한 비행하고 밥을 먹기로 결정한다.
관식 고문님이 더미로 뜨고, 뒤이어 건강이 많이 좋아지신 문구 고문님이 이륙을 한다. 뒤이어 영식, 병규 , 두영, 나, 계속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기체만 세우면 자연스럽게 띄워 주는 바람! 전후 좌위 어디를 가도 - 피칭(Pitching), 요잉(Yawing)이 무엇이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한 바람과 기상!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이좋게 비행하던 팀장과 부팀장 그리고 문구 형님은 열을 잡았는지 한참 위에 올라가 있고, 봉희는 스파이럴 다이브(Spiral Dive)를 완성하려는 의지인지 강쪽에서 열심히 노력을 한다. 우리의 국가대표는 이륙장 위 까마득한 점으로 보인다.
어느새 탑랜딩한 관식 형님은 이륙장 좌측편 정자위에서 놀고 있던 지현이와 항상 파이팅 넘치는 비행욕심 많은 두영이를 위해 열심히 콜을 한다. 배가 고픈지, 하나 둘 착륙장으로 들어서고, 주섬 주섬 열심히 기체를 개고 읍내 식당으로 내려가 청국장과 김치찌개를 게눈 감추 듯 하고 지천으로 열린 감을 후식삼아 눈요기하면서 다시 이륙장에 올라서니 풍향계는 17에서 21사이를 오락 가락 한다.
‘러시아에서 온 아리따운 아가씨를 위해 텐덤 보조를 하고, 이제 은남이의 처녀 비행 시간, 약간 긴장한 듯 얼굴 빛이 굳었으나, 특유의 씩씩함으로 기체를 맨다. ’이제 이륙만 하면 오늘 저녁은 상주 한우 갈비살 1인분 600g에 50.000원 짜리 를 먹는 거야! 처녀비행 시킬 때마다 늘 하는 말! ‘자! 긴장하지 말고, 라이저 놔! 하면 놓고 뛰어 하면 앞만 보고 달리는 거야!’ 떴다 드디어 은남이가 떴다. 팀장의 무전 콜에 따라 열심히 좌측 우측 잘 다닌다.
뒤이어 오늘 시골가서 논을 갈아야된다고 못나온다던 영식이가 떠서 열심히 돌린다. 고도가 올라간다. 바리오의 삐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오늘 자기 비행사상 최고도까지 올라가려나 보다. 너무 열심히 돌린다. 오전에 창희만큼 올라가는 것 같다.
두영이는 그 동안의 한풀이를 하려는지 부팀장의 콜을 받아 릿지 비행을 한참하다가 써멀링을 시작한다. 지현이는 오전에 놀던 정자위를 지나 너무 강쪽으로 간다. 착륙장에 있던 고문님의 콜을 받아 8자 비행으로 고도를 깍더니 무사히 안착한다.
상주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나는 비행을 조금 하다가 ‘이 정도면 부모님께 효도하러 백령도에 간 조쫄님을 약올릴 수 있겠다’하는 심정으로 그럭저럭 내려와서 남들 비행하는 모습을 열심히 보고 있다.
‘상주 활공장’ 큼지막한 글씨 앞에서는 관식형님의 콜을 받아 고도를 깍고 있는 은남이가 보인다. 뜻대로 잘 안되나 보다 내릴만 하면 착륙장의 상승 기류 때문에 다시 띄워 올리고 몇 번을 반복한다. 옆에서 한 마디 거든다. 형님! 잘 안되면 저 나무에 걸어버려요? 자는 튼튼해서 겁도 안 먹을걸요?‘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첫 비행치곤 훌륭하게 내렸다.
30분 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내려올 생각들을 안 한다. 하긴 워낙 날씨가 좋다보니 힘들면 타다가 탑랜딩 해서 쉬다가 다시 타고 그러니 착륙장에는 올 새가 없다. 그래 열심히 타라! 이런 날이 언제 오겠니! 날이 저물도록 타다가 내려와라. 바람 좋고 문경대회에 참가해서 그런지 사람도 없고 시간만 허락되면 하루종일도 탈 수 있겠다.
그러나 해는 저물고 어둡기 전에 착륙해야지! 착륙하는 모습, 얼굴 얼굴마다 발그레한 홍조가 띤다. 오랫만에 충족한 비행의 들뜸 때문이리라! ’매주 비행 때마다 이런 기상이면 패러할만 하겠다하는 기쁨이 마음속 마다 꽉 차 있는 것 같다. 상주 한우 갈비 10인분에 육회 4인분, 그리고 냉면 7그릇을 해치우고 우리는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