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영화 <사랑을 카피하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은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다. 옆방에서 그를 기다리는 여인과 새로 사랑을 시작할지 아니면 호텔방을 나가 기차역으로 떠날지를 결정행 한다. 시간을 알리는 괘종시계 소리와 함께 영화는 궁금증만 남긴 채 끝이 난다. 영화 <사랑을 카피하다>에서 중년의 남녀는 한나절의 짧은 만남 속에서 사랑의 시작과 끝을 압축적을 '카피'해 보인다. 그 뒤 여인은 실제 현실 속의 사랑을 희망했고 남자는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이란출신이다.'내 친구 집은 어디인가'란 영화는 이미 유명한 영화로 사랑을 받았다. 이란 감독답게 철학적 메세지가 강하다.단순하게 로맨틱이라던가 멜로라고 생각하면 당황할 수도 있다.
영화는 중년의 남녀가 만나서 하루동안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다. 일상적인 작은 스킨쉽 하나 없이 그저 대사로만 이뤄지고 있다. 그러기에 그 긴시간을 대사하나로 끌어가는 감독의 역량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흔한 음악하나 없이 오직 현장의소리로만 간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시계소리, 사람들의 웅성이는 소리등이 그것들이다.
현실과 허구 그리고 진품과 모조품 그 경계와 그것들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이런 것이다.
"모나리자 그림이 원본일까? 아니면 모나라지 그림의 모델이 되어 주었던 그 여인이 원본일까?그렇다면 모나리자 그림은 복제일까?" "나무를 그렸다면 나무 그림이 진품일까? 나무 그 자체가 원본이고 그림은 복제가 아닐까."
줄리엣 비노쉬가 맡은 역인 엘르라는 여인은 15년차 결혼생활을 이혼으로 끝내고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둘이 산다. 팍팍한 현실. 그녀는 골동품상을 하고 있다. 제임스역을 맡은 윌리엄 쉬멜은 <기막힌 복제품>이란 책을 편 작가다. 그 두 사람이 만나 진품과 복제품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서로 논쟁을 해 나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급기애 나중에는 한 카페여주인이 두 사람을 부부로 오해하면서 그들은 실제 부부인것처럼 역할놀이를 하게 되는데 급기야 두 사람이 정말 부부였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 경계에 대한 것들 그리고 그것들이 가진 의미들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