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삼위일체를 설명하기 위해 현상세계에서 다양한 비유들을 사용한다: 얼음-물-증기, 계란의 노른자위-흰자위-껍질, 샘-개울-시내, 구름-비-안개, 남편-아버지-아들, 빛의 삼원색(빨강, 노랑, 파랑), 태양-열-빛 등.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삼위일체를 설명하는 것은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 어떠한 비유도 삼위일체를 완벽하게[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대개 이런 설명들은 삼신론(tritheism)이나 양태론(Sabellianism)으로 빠지게 될 위험이 있다. 예를 들면, 남편-아버지-아들의 설명 방식은 전형적인 양태론이다. 한 존재가 세 가지 양태로 나타날 뿐, 동시에 한 공간에 셋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삼위의 독립적인 인격이 보장되지 못한다. 계란의 노른자위-흰자위-껍질은 일종의 삼신론적 설명이다. 각각은 서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양태론은 삼위 하나님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고, 삼신론은 삼위 하나님이 하나가 될 수 없다.
삼위일체를 긍정적으로 접근해서 설명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능력과 영역 밖의 일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전통적으로는 모순된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택해왔다. 예컨대, 아버지는 하나님이고, 아들도 하나님이고, 성령도 하나님이며; 그리고 동시에 아버지는 아들이 아니고, 아들은 성령이 아니고, 성령은 아버지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이다”(is)와 “아니다”(is not)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설명방식을 삼위일체 설명의 기준으로 삼아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상 세계에서는 동일한 관계에서 “이다”와 “아니다”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없다. 그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위일체 하나님은 일견 모순으로 존재하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좀 더 엄밀하게 말한다면, 그것은 모순이기보다 역설 혹은 신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모순이 되려면 동일한 관계에서 A일 수도 있고 동시에 A가 아닐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삼위일체 하나님은 본질이 하나이면서 동시에 셋이라고 하거나 인격이 하나이면서 동시에 셋이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표현했던 삼위일체 하나님은 본질이 하나이면서 인격이 셋인 존재이므로 논리적으로는 모순이 아닌 셈이다.
하나님과 우리의 존재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하나님은 한 분이다”를 영어로 “God are one”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이를 범주침범(category transgression)이라고 하는데, 문법적으로 볼 때 이것은 분명 틀린 문장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존재방식은 문법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하나님은 우리의 논리와 경험에 제한을 받는 분이 아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인격이 셋이면서 동시에 본질이 하나이신 하나님이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17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