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Part1 기싸움에서 건강하게 관계 맺는 법
“엄마가 먼저, 제대로 서라!”
아이들과 지내며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기 싸움에 엄마들은 걱정이 앞섭니다. 10대 아이를 둔 엄마들이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아이와 힘겨루기가 아닐까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양육 태도도 필요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경우도 생깁니다. 아이가 제멋대로 클까봐 기선 제압에 나서는가 하면 갈등을 피하려고 비위 맞추기에 쩔쩔매기도 합니다. 둘 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요. 아이와 기 싸움에서 상처받지 않고 건강한 관계를 맺는 엄마가 아이의 진정한 멘토가 될 수 있습니다. 기싸움에서 줏대 있는 엄마 되기 솔루션.
Special Part 1 기싸움에서 건강하게 관계맺는 법
"엄마가 먼저, 제대로서라!”
중·고등학생 시기는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심리적으로 독립해 가는 때. 그전과는 다른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 양육자나 훈육자로서 부모 역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던시기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와 기 싸움에서 줏대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거리두기부터 시작하고, 엄마 스스로 제대로 서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가 정말 엄마의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호출 가능한 동반자이자 상담자, 지지자가 될 수 있다.
취재 홍혜경 리포터hkhong 11@naver.com
도움말 송지희 센터 장(두드림가족 상담센터), 이영민 소장(서울아동청소년상담센터), 이영희 공동대표(서대문 마을 넷)
참고도서<엄마도 상처받는다>
중 청소년기엄마의 역할은‘동반자’ ‘상담자’ ‘지지자’
고2 아들을 둔 유정이(46·서울 송파구 신천동)씨는 “대화가 끊긴 지 오래다. 기싸움이 계속되면서 자꾸 부딪히니까 서로 피하게 된다. 아이가 커가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밥 주고 용돈 주는 일밖에 없다”고 전했다. 요즘 들어서는 엄마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아들이 현관에 들어서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필요한 부모의 역할은 한마디로‘동반자’. 따라서 초등중학년까지 양육이나 훈육 중심의 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울아동청소년상담센터 이영민 소장은 “이 시기 아이들은 방문을 닫기 시작하고, 말도 급격히 줄어들며, 혼자 이어폰을 끼거나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걸어놓는 등 부모에게 통제받지 않는 자기세계를 만들어가는게 특징이다. 아이의 사생활존 중요구를 수용해 주는 태도가 동반자적 자세”라고 설명했다. 동반자의 자세는 가르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는 데서 시작된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명령조는 싸움만 일으킬 뿐 전혀 먹히지 않는다. 진정한 동반자는 청유하는 말을 통해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가장 질색하는 것이 어른들의 일방적 훈계. 따라서 사춘기 아이에 대한 엄마들의 이해 부족이 아이와 기 싸움을 불러오기도 한다. 두드림가족 상담센터 송지희 센터장은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가챙겨줄 게 많았다. 하지만 열세 살 정도 되면 사춘기가 찾아온다. 이때부터 엄마들이 역할 상실의 아픔을 겪으면서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면서 “아이들은 간섭받는다고 생각하면 더 멀어지기 때문에 엄마들이 먼저 자녀와 거리두기를 시작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자아 정체감이 형성되면서 고민도 늘어날 때라 잘 들어주는 상담자 역할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입시 체제로 돌입하는 중·고등 시기는 학교와 주변에서 아이들이 받는 학업 스트레스도 매우 높은 편. 집에서는 가족 관계 속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지지받는다는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서대문 마을 넷이 영희공동대표는 “엄마 스스로 아이의 변함없는 지지자이면서 위로 자라고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학습 중심으로 대화하면 아이들은 힘들어한다. 집에 왔을 때 웃으면서 맞아 주고,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할때 좋아하는 과일을 입에 넣어 줘 기분 좋게 깨우는 것도 대화가 될 수 있다. 이런 정서적 교류는 아이와의 사소통을 풍부하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기싸움이 힘든 이유?‘잘못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엄마들이 ‘기싸움’을 힘들어하는 이유는 아이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생길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 이 소장은 “혹시 부모가 자꾸 져 줘서 아이가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엉망이 되진 않을까, 자신이 잘못 키웠다고 비난받지는 않을까, 부모 권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아이의 미래가 잘못되진 않을까 등 복잡한 심경에 불안감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불안한 마음에 기 싸움이 생긴다는 얘기. 게다가 기싸움을 ‘부모의 권위’로 오해하다 보니 밀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이기려 하면 아이는 더 거세게 반항하면서 부모와 멀어진다. 결국 부모도 아이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서 포기하며 손을 놓는다.
자녀와 갈등에 따른 기 싸움을 힘겨루기로 이해하고 외형적으로 누가 더 센지에 민감하다 보면 상대의 마음에는 관심이 없게 마련. 따라서 아이와 쉽게 기싸움에 휘말리는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반면 아이들이 아직 어른이 아니기 때문에 갈등이 생겼을 때 가정마다 지켜야 할 원칙 몇 가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공동대표는 “아이와 기 싸움에선 결과만 놓고 허락할까말까가 아니라 아이가 책임질 수 있는 선과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과정을 밟아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했을때 현실적으로 어려움은 무엇이고, 구입에서 돌보는 문제까지 아이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 아이와 기 싸움에서 부모가 단호한 태도를 취하기 위해서는 공감적 관계가 우선돼야 한다.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의 단호함을 일방적 통제로 오인해 거부감을 드러내기 일쑤다. 송센터장은 “부모는 교통 신호등 역할을 해야 한다. 중·고등학생때는 충동성 때문에 순간적으로 판단이 흐려져 친구와 휩쓸리다 보면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외박하겠다고 하거나 일탈적인행동에 대한 욕구를 비칠 때는 단호하게 얘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빨간불로 멈춰야 할 때라고. 사춘기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독립하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부모가 붙잡아주길 바라는 감정도 있기 때문에 절대 자신을 방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단, 아이들과 좋은 관계 맺기가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려 하지 말고 품어라!
“아이가 부모말을 안 듣는다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돼 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식탁 위그릇을 벽에 던졌어요. 그릇이 깨지면서 튄 파편은 아이 팔에 상처를 남겼죠. 그 일 후 아이는 제게 마음을 닫았어요. 그런 관계가 지속되면서 전 마음을 비웠고요.” 중3 아들을 둔 이 지은 (가명·45)씨의 하소연이다. 기싸움의 팽팽한 긴장을 벗어나려면 부모가 먼저 품어야 한다. 갈등이 생길 때 그 상황에서 싸우지 말고 부모가 멈추라는 의미.
중·고등학생의 엄마들이 아이와 기 싸움에서 지칠 때 종종하는 말이 ‘마음을 비운다’는 말. 그렇다면 ‘비움’이 뭘까? 자녀와 관계에서 비움은 ‘무념무상’을 뜻하지 않는다. 부모의 잘못된 기대나 부모 자신의 욕망을 아이에게 투영하려는 것을 비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아무 기대가 없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그래서 포기라는 표현도 옳지 않다. 대신 바르게 채워서 올바른 기대감을 가져야 한다. 채워야 하는 것은 내 아이의 성격, 적성, 감정 등을 바르게 알고 아이가 원할때 지지자, 멘토 등의 역할을 하는 것. 그래야기 싸움에서 상처받지 않고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송센터장은 “10대는 불안정한 시기로 부모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 이때 부모가 방치하면 사춘기가 지나고 어른이 되었을 때 원망과 복수심이 생긴다. 따라서 감정적으로 대치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아이와 기 싸움에서 절대주의해야 하는 것은 ‘말’. 남자 아이들은 잔소리에 귀뿐만 아니라 마음도 닫는다. 아들에게는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써야 한다. 반면 딸에게는 잘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들에 비해 딸은 여전히 자신의 주변이야기를 하기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반복되는 듯해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공동대표는 “엄마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건강한 관계를 맺는 데 중요하다. 아이들은 엄마의 관심이 온통 자신에게 쏠려 있으면 부담을 느껴 짜증내기 쉽다. 생활적 돌봄이 아니라 아이 가 주체적으로 살 수 있게 도와주려면 엄마의 시야를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기싸움에서 줏대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선 엄마 스스로 취미부터 사회적 관심사까지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 그 과정에서 아이와도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관계를 맺게 된다. 간섭이 아니라 찾아올 때 도와주는 멘토로서.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