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산벌에서는 신라의 김유신이 이끄는 5만 대군과 백제 계백의 5,000결사대가 진흙 속에서 맞붙는다.
천년호에 빠진 비운의 여인의 몸을 빌린 악령들과 통일신라의 장수는 난세의 영웅이 돼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조선시대. 천하의 바람둥이가 조선 최고의 요부와 내기를 걸어 한 정절의 꽃을 꺾으려 한다.
올가을 스크린은 사극 열풍으로 뜨겁다.
오는 10월2일 개봉되는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시작으로 <황산벌>이 10월17일 극장의 문을 열고 11월에는 영화 <천년호>가 사극 열풍을 이어간다.
이들 사극 영화들은 저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소재를 통해 한동안 끊겼던 한국영화 사극의 전통을 업그레이드한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감독 이재용·제작 영화사 봄)는 한 정숙녀(전도연)를 유혹하려는 바람둥이 선비(배용준)와 요부(이미숙)의 이야기. 뛰어난 지략을 갖춘 사대부 집안의 부인과 바람둥이 선비의 두뇌게임, 그리고 그 와중에 9년 동안 지켜온 정절을 꺾이지 않으려는 숙부인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조선시대 금지당한 남녀상열의 욕망은 영화 속에서 은밀하게 드러나며 욕망의 정도를 더해 간다.
특히 이미숙과 전도연, 그리고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삼은 배용준의 연기에 대한 호기심도 이 은밀하지만 참을 수 없는 욕망에 불을 댕긴다.
또 영화 <정사>와 <순애보>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에 재기를 발휘한 이재용 감독의 연출도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견인차다.
영화 <황산벌>(감독 이준익·제작 씨네월드)은 백제와 신라의 마지막 전투를 사투리를 통해 그려내는 코미디. 백제 계백(박중훈 분)의 5,000결사대와 신라 김유신(정진영 분)의 5만 대군이 벌이는 황산벌 전투는 치열한 영상으로 구성되고, 등장인물들의 맛깔스럽고도 진한 사투리는 전투의 볼거리와 함께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영화는 신라 사람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백제인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오늘날처럼 썼을 것이라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 그 독특함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러한 독특함은 우리 일상의 흔한 사투리처럼 귀에 들어와 박힌다.
박중훈과 정진영 등 중견배우들이 구사하는 능숙한 사투리는 역사 재해석이라는 무거운 컨셉을 코믹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이게 한다.
정준호와 김효진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 <천년호>(감독 이광훈·제작 한맥영화)는 천년고도 신라의 아주 먼 옛날, 천년의 혼이 담긴 호수를 배경으로 저주와 비극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 통일신라 진성여왕 시대를 산 장군(정준호 분), 그리고 천년호에 몸을 던진 채 악령으로 되살아난 그의 사랑(김효진 분)이 화려한 액션과 팬터지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영화 <단적비연수>는 물론 그 이전에 관객을 만났던 숱한 팬터지 사극의 명맥과 전통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천년호>에 거는 기대가 큰 것도 한국영화의 새로운 면모를 과시할 것이라는 점에 근거한다.
이같은 한국영화 사극 열풍에 대해 영화 <황산벌>의 이준익 감독은 "사극은 드라마의 보물창고"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제 한국영화 관객들도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 등을 문화로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한국영화계 세대교체 시기를 거치면서 단절됐던 사극 제작의 노하우와 전통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