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5일) 아침 일찍 용인에 갔다.
중학교를 중간에 그만 둔 학생들의 대안 중학교인 헌산중학교가 새로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원불교 강남교당 박청수교무가 이사장으로 나서서 만든 학교이다.
학교가 용인의 시골 산 밑에 있었지만 가는 길 중간 곳곳에 안내자가 있어 고마운 마음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도착하니 아담한 교실 건물과 기숙사 두 채가 산 아래 자리잡고 들판을 내려다본다.
개교식에는 이름난 분들이 많이 왔다.
법정스님, 소설가 박완서, 성공회대 총장 등을 비롯하여 교육계, 학계, 정계 인사들이 두루 축하를 하러 왔다.
박청수 이사장의 인사말이 가슴 뜨거웠다.
더욱이 여러 사람에게 합장을 하며 감사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진정으로 전해온다.
좀 지루했던 건 참석한 인사들을 모두 소개하는 대목이었다.
축사도 경기도부교육감을 비롯한 네 분 정도가 하는 바람에 차가운 날씨에 오늘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박완서씨가 특유의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나와서 축사를 할 때는 참 정겹고 따사로웠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38명의 헌산중학교 올해 신입생들에게 잔잔하게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제대로 준비를 못 해서 미안하다고 첫머리를 꺼냈지만 어찌 그리 소중한 말들을 하는지.......
"아이들이 3년 뒤에 더욱 멋지고 훌륭한 모습으로 이 학교 문을 나서라. 마을 사람들에게 배우고 논밭의 곡식과 채소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요지의 축하를 했다.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역시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우화 "고양이와 쥐" 이야기로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들어 주었다.
자유로운 두 분의 축사가 참 보기 좋았다.
학교가 세워진 이 곳은 전에 "헌산"이란 불자가 소년원에서 나온 아이들을 교육하던 은혜원이 있던 자리란다.
그 아이들을 돌보던 그 분이 결핵으로 숨지고, 그 뜻을 이어 대안중학교인 "헌산 중학교"가 생긴 것이다.
학교를 세우는 과정에서 "깡패학교"라는 주민들의 오해, 학교정화구역 내 목장 이전 따위로 어려운 일이 많았다고 한다.
어려움을 이기고 세운 학교이니만큼 중도에 학교를 나올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