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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茶母)] 03
S#1. 주막 봉노방
천천히 손을 뻗어 봇짐을 조금식 빼내는 마축지...
순간 벌떡 일어나며 마축지의 안면을 강타하는 채옥...
마축지 '어이쿠' 하며 주완의 몸 위로 나자빠진다...
주완 : (놀라 튕기듯 일어나며) 뭐야!
채옥이 마축지의 멱살을 잡는 사이...
주완, 부식돌을 당겨 등잔불에 불을 붙인다...
헉- 이게 누군가! 서로 알아보고 놀라는 채옥과 마축지...
마축지 : (질려) 누,누님...
채옥 : (기가 막혀) 너는....
주완 : 뭐야 이 놈은? 아는 놈이야?
채옥 : 이놈! 다시 걸리면 분명 손목을 잘라버린다고 했을텐데!
마축지 : 누님..그게 아니고라우.... 훔,훔칠라고 그란 게 아니고....그란께...
아예... 떠나는 길에 등, 등 쪼까 지질라고 들어왔는디...
하는데,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사내,12
채옥과 주완이 흠칫하는데...
벌써 사내들의 차가운 칼이 목에 닿는다...
꼼짝 못하고 굳어지는 채옥의 얼굴...
S#2. 주막 인근 공터 (밤)
채옥과 주완, 마축지 타박녀 등을 내동갱이 치는 사내 네 명...
사내1 : (칼을 겨누며) 감히 되뽀삐로 사기를 쳐! 간뎅이가 크다 못해...밖으로 튀어나올 년놈들이군!
마축지 : 나,나는 아니어라우.... 나는 그냥 주막 봉노방에 허리 좀 눕힐라고 들어왔당게요...
못믿겄다믄 물어보시랑께요...(타박녀에게) 여보...내 말 맞제...?
사내2 : 닥치고 있어! (칼집으로 마축지를 목을 가격한다)
실신하는 마축지....
타박녀 : (기겁하며) 여보--- (달려가 부축한다)
사내1 : (백주완에게 칼을 겨누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겠지...
다시는 그 따위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혀를 잘라주지...
사내2, 3이 달려들어 우왁스럽게 주완의 입을 벌린다...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치는 주완...
채옥 : (당당하게) 밝혀질 걸 뻔히 알면서 왜 도망가지 않았겠습니까?
밖에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사내들 멈칫 채옥을 본다...
사내1 : 그럼 일부러 우릴 기다리기라도 했단 말이냐?
채옥 : 그렇습니다.... 도적과 사기꾼이 판치는 세상에 누굴 믿고 진짜 삼을 내어주겠습니까...
숨겨 둔 천종 열 뿌리를 거래할 생각이 있다면 그만 제 오라비를 놓아주십시오...
사내1 : (놀라) 천종 열 뿌리라 했느냐?
채옥 : 그렇습니다....
사내1 : 네 년 말을 어찌 믿으란 말이냐?
채옥 : 저를 붙들어두고 제 오라비에게 다녀오라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때도 거짓이라면 혀를 베든 목을 베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사내1 : (주완에게) 네 누이 말이 사실이냐?
주완 : 그,그렇소...
사내1 : (주완과 채옥을 번갈아 살피다가) 좋다.... 동이 틀 때까지 광통교 버드나무 여각으로 오거라...
조금만 늦어도 네 누이는 북망산으로 떠난다...
주완 : 알았수...
사내1 : (사내들에게) 데려 가거라...
사내들 : 예 형님....
채옥이 주완에게 고개를 끄덕이면 주완도 고개를 끄덕인다...
일각에 있던 마축지가 가벼운 신음을 토하며 정신을 차린다...
타박녀 : 여보 이제 정신이 들어?
사내2 : 형님 저 년놈들은 어찌 할까요?
사내1 : (마축지를 쓰윽 쳐다보고는) 우선 함께 데려 가거라!
사내2 : 예 형님.
마축지 : (울상이 되어) 아이씨... 난 아인데...
S#3. 다른 길과 좌포청 앞 (밤)
허겁지겁 뛰어가는 백주완.... 포청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S#4. 포청 마당 (밤)
주완 :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며) 종사관 나으리...종사관 나으... (하다가 무슨 생각엔가 멈추고)
가만... 이거 단독행동 했다고 또 나만 깨지는 거 아냐? ...이런 우라질... 이거 어떡 하지....
(무슨 생각이 드는지 두리번거리다 순찰을 도는 포졸 둘을 보고는) 이보게!
포졸1 : (예를 갖추며) 예 나으리.
주완 : 지금 당장 군사 한 오(자막-15명)를 꾸리고 대기시켜. 사수 댓명도 포함시키고...
포졸1 : 무슨 일이십니까?
주완 : 무슨 일이긴 이눔아, 도적놈들 잡으러 가는거지. 빨리!
포졸1, 2 : 예! (뛰어간다)
주완도 다른 곳으로 뛰어간다....
주완 : (E, 다급하다) 안녹사 이보시오 안녹사!
S#5. 안녹사 집 안방 앞 (밤)
안녹사 : (눈을 부비며 짜증스럽게) 아니 자넨 잠도 없나?
주완 : 화급한 일이라 그런데... 장뇌삼 열 뿌리만 더 구해주시우
안녹사 : 아니 자다 봉창을 두드려도 유분수지.... 나한테 장뇌 열 뿌리가 어딨어?
주완 : 그러지 말고 어서 좀 구해주시우... 채옥이 목숨이 위태롭단 말이우!
안녹사 : (흠칫) 채옥이가?
주완 : 그렇다니까요...거 아침에 병택이가 안녹사 아는 병부잡이한테서 구했다고 세뿌리 가져다 줍디다
어서 그 병부잡이한테 좀 가봅시다. 시간이 없단 말이우.
안녹사 : (허걱...) 세 뿌리....? 자,자,장뇌삼? ...아닌데.. (갑자기 번뜩 생각이 난 듯 날 듯이 방으로
들어간다) (사이, E) 아이고 내 산삼! (다듬이 방망이를 들고 뛰쳐나오며)
이 놈, 병택이 이 망할 놈의 자식 어딨어! (어디론가 버선발로 뛰어간다)
S#6. 버드나무 여각 전경 (밤)
S#7. 동 작은 방 (밤)
팔 다리가 묶이고 재갈물린 채옥, 마축지, 타박녀...
마축지와 타박녀는 등을 맞대고 함께 묶여 있다...
마축지 슬핏 채옥을 살피면 무섭게 쏘아보는 채옥...
겁에 질려 얼른 시선을 돌리는 마축지...
S#8. 다른 방 (밤)
투전판을 벌이고 있는 사내들...
사내2 : (사내1에게) 형님.. 천종 삼 열뿌리면 천냥인데... 너무 한꺼번에 뿌리는 거 아니우?
각출이 형님한테 먼저 물어보는 게...
사내1 : 속전속결! 알기 전에 빨리 치고 빠지는 게 상수야.
그리고 삼백냥만 주고 나머지는 내상의 환을 줄거야... 걱정마.
사내2 : 알았수.
사내1 : (가운데 쌓인 판돈을 하나 집어들더니 사내3을 쥐어박는다)
임마! 넌 우리끼리 하는데 사주전을 써먹냐? 빨리 다른 거 내놓치 못해!
사내3 : 제길 눈치는 귀신 같아가지고....
S#9. 길 (밤)
어스름하게 날이 밝아온다...
백주완을 따라 달려가는 포도군사들...
백주완 : (숨을 헐떡이며) 아이고 채옥이 이년... 그냥 종사관한테 보고하자고 할 때 보고하지...
왜 이렇게 애을 먹여! (군사들에게) 빨리 가자! 빨리!
S#10. 좌포청 윤의 방 (새벽)
자고 있는 윤.... 누군가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 (E)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는 윤... 등잔불을 밝히는데...와락 열리는 문....
본능적으로 머리맡의 칼을 잡아 뽑으려는데...
눈두덩이는 멍들고... 종이로 콧구멍을 틀어막은 병택이다...
병택 : (씩씩거리며) 나으리!
윤 : 이런 무엄한 놈! 아무리 천방지축이라지만 어찌 이리 무례하단 말이냐!
병택 : (아랑곳 없이 눈이 뒤집혀) 도대체 채옥이에게 무슨 일을 시킨게요!
무슨 일을 시켰길래 채옥이 목숨이 화급하다는 게요!
윤 : (어리둥절) 그게 지금 무슨 소리냐?
원해 : (뛰어들어오며) 나으리...
윤 : 무슨 일이오?
원해 : 백부장이 사수를 포함한 군사 한 오를 데리고 나갔답니다!
윤 : (놀란다)....
병택 : 씨.... 채옥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종사관이고 뭐고 내가 가만 안 있을거야..
윤 : (칼을 들고 일어서며) 당장 비호대를 정비시키시오!
S#11. 여각 작은 방 (새벽)
채옥, 심호흡을 하더니...뒤로 묶인 팔을 엉덩이 쪽으로 힘겹게 끼우기 시작한다....
안간힘을 써 몸을 최대한 웅크리며 묶인 팔을 엉덩이 그리고 다리 사이로 빼내 앞으로 모은다...
기가 막힌지 눈이 땡그래지는 마축지와 타박녀...
버선 속에 찬 각반에서 표창을 꺼내 손목의 줄을 자르기 시작한다
툭-끊어진는 줄... 발에 찬 줄도 끊고.... 재갈도 푼다...
마축지가 자기도 풀어달라고 끙끙댄다...
채옥 : (다가가) 풀어달라는 말이냐?
마축지 :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채옥 : 그럼 이 포승을 풀어주고 약속대로 네 손목을 끊어주겠다.
마축지 : (놀라 물러서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채옥 : 풀지 말란 말이냐?
마축지 :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채옥 : (피식 웃으며 일어나 슬그머니 문을 열고 밖을 살핀다)
S#12. 동 마당 (새벽)
발소리를 죽이며 마당으로 나오는 채옥...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창고쪽으로 향한다...
S#13. 뒤곁
사내2가 담장에 오줌을 갈기고 있다...
후두둑 진저리를 치며 몸을 돌리는 사내2....
방으로 들어가려다... 채옥이 광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놀란다..
S#14. 주막 창고 안
허드렛 물건과 궤짝 등이 차 있다...
채옥이 조심스럽게 물건들을 뒤진다...
물건을 치우다보니 바닥에 고리가 보인다...
채옥, 고리를 잡아당기면 널판지 뚜껑이 열리고... 큰 궤짝이 보인다....
궤짝을 열면 가득찬 인삼... 흠칫하는 채옥...
순간 몽둥이가 채옥의 등 위로 작렬한다....
헉-하며 쓰러지는 채옥...
S#15. 인근 산 숲속
나무에 묶여 있는 채옥... 팔 몸통까지 칭칭 동여매어 있다
사내1 : (채옥의 뺨을 야무지게 때린다) 네 이년! 가짜 산삼을 파는 것도 모자라...
이제 인삼까지 훔치려고 해! 날 밝을 때가 다 되었는데.... 네 년 오래비도 오지 않은 걸 보면
네 년 목숨은 이미 텄다!
사내2 : 틀림없이 도망가서 어딘가에서 만나기로 한 곳이 있을 겁니다...
사내1 : 네 이년, 약속 장소가 어디냐?
채옥 : (낭패스럽다)
사내2 : (다시 채옥의 뺨을 때리며) 어서 대답 못해!
S#16. 산길 (새벽)
말을 타고 달리는 윤....
갑옷을 두른 특수기마군 비호대와 비호대장 원해가 뒤를 따른다...
S#17. 주막 인근 일각 (새벽)
주완과 군사들이 도착한다... 손을 들어 군사를 멈추는 주완...
주완 : 여기서 기다려라. 동태를 살피고 오겠다...
포졸1 : 예 나으리.
주완 : (겁이 나는지 심호흡을 한다) 삼도 없고... 우라질.... 정면 돌파다! (계속 심호흡을 하는데)
포졸1 : 안 들어가십니까? 곧 해가 뜰텐데요...
주완 : 가만 있어. 호흡 좀 고르고...
S#18. 여각 작은 방 앞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주완을 기다리고 있는 사내3.
마축지 : (E) 나, 나좀 보드라고요... 성님들 나 좀 조까....
S#19. 동 방
사내3 : (문 벌컥 열며) 뭐야?
마축지 : 그,그게 말이어라우... 우리 내외 풀어주먼 겁나게 중요한 비밀 하나 갈켜드리께라우..
사내2 : (들어오며) 비밀?... 뭐야 빨리 얘기해!
마축지 : 아따 급하시기는... 먼저 풀어주겄다고 약조해 주시지라우..
사내2 : 묶여 있는 놈이 거래를 하자고... 좋아 거래하지. 그 비밀을 말하지 않으면 당장 멱을 따주지.
(품에서 비수를 꺼내 목에 겨누며) 어때?
마축지 : (헉-) 마,말 하께라우, 말 한당께요.... 도망갈라고 한 그 가,가시나는 포청 다모여라우...
사내2 : (경악한다) 사실이냐?
마축지 : 모,모가지 걸고 거짓말 하겄소....
사내2 : (문을 박차고 달려나간다)
S#20. 동 마당
주완 빈 보따리를 들고 막 들어서다가 사내3과 마주친다..
주완 : 약속대로 여기 왔수...
사내3 : (홱 뒤돌아 도망친다)...
주완 : ...이런 우라질.... 벌써 눈치챈거야... (버럭) 저 놈 잡아라!
우르르 뒤쫓아가는 포졸들...
S#21. 숲 속
채옥 많이 맞았는지... 입술이 터진 얼굴로 나무에 매달려 있다.
햇살이 숲 사이로 들어온다...
사내1 : 독한 년...
사내2 : 형님 동이 텄습니다...
사내1 : (먼산을 보다가 획 돌아서며) 없애버려!
채옥 :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팔을 빼내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사내2 : 저기 형님... 그냥 죽이기엔 좀 아까운데....
사내1 : 썩을 놈... 알아서 해... (뒤돌아선다)
사내2 : (야비한 미소를 띠며 채옥을 향해 홱 돌아선다. 손에는 비수가 들려있다)
사내2가 채옥의 저고리를 와락 잡아채면 옷이 찢겨져 나가며 채옥의 어깨가 선연히 드러난다...
정신을 깨는 채옥
사내2 : 햐...살갗 한번 곱다....
채옥 : (살기를 내풍기며) 죽음을 자초하지 마라!
사내2 : 앙탈부리지 마.... 곱게 다뤄줄테니 얌전히 있어.... 말 잘 들으면 내가 거두어 줄 수도 있지...
사내2, 야비한 미소를 띠며 다가와 채옥의 치마를 들추려는 순간....
채옥의 발이 사내2의 턱에 작렬한다...
동시에 다른 발로 비수를 차올리면 허공으로 솟았다가 떨어지는 비수...
사내는 옆으로 쓰러지고.... 채옥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비수!
채옥이 고개를 젖히며 비수의 날을 이로 나꿔채고는...
거꾸로 솟아 올라 비수로 밧줄을 끊는다...
놀라 장검을 빼어드는 사내2.... 채옥의 고개가 다시 한번 움직이더니...
비수는 번개처럼 날아가 사내2의 머리에 박힌다....
나무토막처럼 쓰러지는 사내2....
이때 말발굽 소리와 함게 달려오는 윤과 백주완 원해...
윤, 채옥의 몰골을 보고 아연실색한다....
주완 : (기가 막혀) 채옥아...
사내1 잽싸게 칼을 빼는데... 반쯤 뽑았을까...
채옥의 발이 번개처럼 사내1의 칼 손잡이를 밀어 칼집에 넣어버린다...
동시에 채옥의 몸이 사내의 위를 넘어 제비를 타더니 사내의 뒷 목에 다른 한 발이 적중한다...
나동그라지는 사내1... 놀라는 다른 사내들...
채옥 바닥의 칼을 튕겨 잡아... 몸을 묶은 밧줄을 풀고는... 어딘가로 급히 달려간다...
S#22. 동 창고
창고 문을 와락 열고 들어와.... 다시 인삼 궤짝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는 채옥...
인삼을 모두 들어내본다....인삼 밑에 가득 찬 엽전구러미들!
S#23. 동 마당
사내3이 묶여 있고... 이곳저곳을 뒤지는 포졸들...
포졸1이 마축지, 타박녀를 끌고 나온다...
마축지 : 나,나는 아니랑께요...포졸 나으리.... 차말로 기막힌 나 사연 좀 들어주쇼...
포졸1 : (뒤통수를 치며) 그 놈의 자식 거 되게 말 많네... 잔말 말고 가만 있어...
마축지 : 차말로 그만좀 패쇼잉... 여그서 패고 저기서 두들기고...
니미랄...나가 뭐 동네 북이여 뭣이여
타박녀 : 어이구 이놈의 인사! 그래 내가 뭐랬어... 다모한테 또 걸릴 것 같다고 했잖아...
마축지 : 주둥지 안 닥쳐!.... 워매 어찌케 이런 일이 다 있당가...
포청 다모가 뭐한디 주막에 있냐고... 도대체 다모여 주모여..?
말에서 내려 마당으로 들어서는 주완, 원해...
뒤이어 말을 탄 채로 들어서는 윤...
채옥 : (광에서 사주전 꾸러미를 들고 나오며) 나으리 사주전입니다..
곳간 인삼 궤짝 밑에 수북히 위장되어 있었습니다...
주완 : 햐 이 우라질 자식들...용코로 걸렸다!
(설레발을 치며) 나으리 드디어 잡았습니다... 사주전 일당입니다.
윤 : (말을 탄 채로 주완이 내민 사주전을 바닥에 팽개치며) 누가 이리 하라 하였소?
주완 : 나,나으리...
윤 : 움직일 때는 반드시 보고하라 했거늘... 백부장은 내 말을 듣지 못했단 말인가!
주완 : 나으리 그,그게... 기왕이면 본거지를 알아낸 다음에...
채옥 : 제가 그리 하자고 했습니다. 자신 있었습니다.
윤 : (채옥을 쏘아본다) 또 너란 말이냐!... 자신? 자신이라 했더냐?
그리 당부했거늘... 겁탈당할 뻔 했으면서도 너는 너 자신만 믿더란 말이냐?
채옥 : 나으리... 사주전을 찾았고... 일당들을 모두 잡았습니다...
(억울한 듯) .... 나으리... 나으리 뜻을 소녀가 모르는 게 아닙니다...
다만 감시자가 있는데다 필요 이상의 군사가 움직이면 일을 그르칠까 두려워...
윤 : 됐다! 당장 수사에서 손을 떼고 명이 있을 때까지 근신하거라!
채옥 : (야속하고 화가 난다) 나으리.... 소녀 맡은 일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장각이의 원수를 갚으려고... 나으리의 포한을 조금이라도 빨리 덜어드리려고 그리 한 것입니다..
윤 :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채옥 : ....(자조적으로) 알겠습니다... 그리 한 게 잘못이라면.....
.... (입술을 물고) 차라리 포청을 떠나겠습니다...
윤 : (놀라는) ...
채옥 : 나리의 앞길에 누가되는... 이 년이 떠나 드리지요...!
주완, 원해 놀란다...
채옥, 허리춤에서 패를 꺼내... 원해에게 건넨다...
원해, 어찌할 바를 몰라 윤을 보면... 채옥을 보는 윤...
채옥... 원해의 손에 패를 안긴다...
원해 : (난처해) 아니... 이,이년이 정말... 옥아... 옥아!.
윤을 노려보다가 홱 돌아서는 채옥의 얼굴...
원해 : 나으리...
윤 : (애써 태연하게) 어서 나루로 가 여각주인을 잡아오시오!
S#24. 삼개나루 (아침)
배가 들어오고 나가고... 짐을 하역하느라 분주한 풍경...
그 중에 중갓을 쓴 노각출이 종자 하나를 데리고 장부를 보면서
대금을 환이나 어음으로 상인에게 지불하고 있는데...
나루의 상점 사이를 바람처럼 가르며 다가 오는 좌포청 비호대.
복면을 한 원해가 수신호를 하자 다시 흩어져 사라진다.
원해 : (각출의 등 뒤에 나타나더니) 나 좀 보자 노각출!
각출 : (뜨악하니 고개를 돌리면 복면을 한 사내다)....
원해 : (양손을 들어 올려 신호한다)
좌우에서 날아와 서로 스치며 각출의 몸을 묶는 비호대.....
각출을 묶은 오랏줄을 양쪽에서 팽팽히 잡아 당긴다.
각출 : (침착한) 아니 왜 이러시오? 당신 누구요?
원해 : (복면을 내린다) 나? 좌포청 부장 포교 이원해.... 너 사주전 돌렸지... 뒤질만한 일이란 거 알지?
각출 : (당황한) 무슨 소리야! 이게 무슨 짓이야!
원해 : 아가리 닥치고 조용히 따라와!
원해를 노려 보던 각출, 갑자기 뒤로 공중제비를 넘으며 양손으로 줄을 잡아당기자
오랏줄을 잡고 있던 비호대 군사가 주춤하며 가운데로 미끄러지고...
각출의 완력에 당황하는 비호대 군사간의 간격이 좁아지자,
두 발로 양쪽 군사를 차고는 단검을 빼 넘어진 군사를 공격한다.
갑작스런 공격을 발로 막아내다가 허벅지 자락이 베이는 군사. 뒤로 주춤 주춤 물러서는데...
원해 수신호를 하는가 싶더니... 휘리릭 하는 파공음...
상점 위의 하늘을 덮으며 쏟아지는 그물망...
양 쪽에서 비호대 군사 2명이 그물을 잡고 날아 각출을 덮친다.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각출...
군사 한명이 등 뒤에서 대관을 들어 입에 대고 훅 분다...
바람을 가르며 각출의 목덜미에 박히는 작은 침!
몸부림을 치다가 고목 나무처럼 쓰러진다.
S#25. 몽타쥬
좌포청 마당, 윤이 노각출을 심문하고 있다....
상의가 벗겨진 채 팔이 뒤로 묶인 각출... 몰골이 말이 아니다.
형틀 아래 물통에 축 늘어진 머리채가 달 듯 말 듯 매달려 있다..
각출, 몸을 바둥거린다.
포졸들 줄을 당기면 솟아오르는 각출의 머리...
온몸이 젖고 몸에 상처 투성이다....
윤이 무어라 물으면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가로젓는 각출...
각출의 젖은 몸에 혁편(가죽 채찍)이 부딪히고 피멍이 얼룩진다...
윤 : (E) 거래를 하며 모은 돈이라 사주전임을 전혀 몰랐다 주장하고 있소...
원해와 백주완이 버드나무 여각을 샅샅이 뒤진다...
원해, 백주완에게 무언가를 못찾은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놋세숫대야를 뻥 차는 주완...
주완 : (E) 주전판이나 연계된 풀무간 또한 찾지 못했습니다...
환을 들고 내상 점포 비단전에서 확인을 하는 원해...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상인.... 난감해하는 원해...
원해 : (E) 각 상단의 환과 어음도 확인했지만... 미심쩍은 구석이 없습니다....
S#26. 좌포청 회의실
상석에 앉은 윤... 주완과 원해도 양편에 앉아있다....
윤 : (낭패한 표정으로) 잘못 짚은 게 아닌가....
주완 : 나으리 그렇지 않습니다... 산삼 대금의 반절만 사주전이었다 하더라도...
남에게 받은 돈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엽전꾸러미 모두가 사주전이었습니다...
틀림없이 사주전 패거립니다...
윤 : (고민스러워) 일단 포장 영감께 보고를 드려야겠소....
원해 : 영감께선 내달 능행하시는 전하의 어가 호위 문제로 우포청에 가 계십니다.
젠장...포청은 포도일만 하면 안되나... 저하고 함께 가시지요.
윤 : (일어나다가 생각난 듯) ...채옥이는 지금 어디에 있소?
주완 : 뒤곁 제 방으로 들어가서는 두문불출하고 있습니다...
다녀오십시오... 제가 단단히 혼을 내 놓겠습니다... 어디 나으리께 감히...
윤 : (O/L) 채옥이의 통부를 주시오
<자막> 통부(通符 - 포교나 다모에게 지급되는 일종의 신분증
원해 : (... 통부와 붉은 포승줄을 품에서 꺼내준다)... 그년도 좀 이해해 주십시오...
윤 : 우포청으로 나설 차비를 하시오.... (나간다)
S#27. 동 채옥 방 앞
다가오는 윤... 댓돌을 보면 채옥의 신발이 있다... 사내나 신는 짚신이다.
흙 투성이에 낡아서... 곧 터질 것 같다.
손에 쥔 통부를 들여다 보고는... 다시 방문을 보는 윤..
S#28. 동 채옥 방
짧은 광목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짐을 꾸리고 있는 채옥...
여각에서의 윤의 목소리가 다시 채옥의 귀청을 때린다...
윤 : (E) 됐다! 이번 수사에 손을 떼고 명이 있을 때까지 근신하거라!
(E)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보따리를 여미던 채옥, 손을 툭 떨구는데.....
윤 : (E) 안에 있느냐?
채옥 : (자기도 모르게 짐을 꾸리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문을 열고 예를 갖춘다)
윤 : (자리에 앉다가 차림새와 보따리를 보고 놀라는 윤, 내색 않고 앉는다)....
차 한잔 내오지 않겠느냐?
<시간경과>
다기에 차를 부어 내미는 채옥...
윤 : (한 입 마시고는 내려놓는다. 가만 찻잔을 들여다보다가 담담하게) 내 어머니는 후살이었다...
새벽 별을 이고 방을 나서면... 내가 잠든 다음에야 돌아오셨던... 몸에서 항상 소금냄새가 났던...
고을 원님의 후살이었다... 어머니는 열 일곱에 나를 낳았고.... 사람들은 나를 서출이라 불렀다....
황보윤이라는 나의 이름보다... 서출이라는 말이 익숙해질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지 이십 사년만에... 처음 아버지라고 불러본... 바로 그날......
그 분이 돌아가셨다... 많이도 원망했던 분인데.... 내 가슴에 그리 바람이 드나들었던 걸 보면...
나도 몹시 그분을 그리워했던 모양이야...
채옥 : ....
윤 : 그 날 나는 처음으로 후회했다.... 아버지의 마음을 몰랐던 것과... 내 마음도 들여다볼 줄 모르는
내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채옥을 보며) 너는 네 자신을 들여다 본 적이 있느냐...?
채옥 : ...... 무엇을 물으시려는 것인지 소녀 무지해 모르겠습니다.
윤 : 반은 양반의 피를... 반은 천민의 피를 가진 나는... ...사람도 종도 아니었다... 사람의 옷을 입고...
사람의 밥을 먹고... 사람의 말을 하고도... 난 아버지나... 내 형제와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 차라리.. 종처럼 땀냄새라도 풍기며 살고 싶었지만... 아무도 날 종으로 살게 허락하지도 않았다..
난, 사람의 옷을 입혀놓은 개, 돼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채옥 : 나으리... 제가 바로 개, 돼지같은 천것입니다....
윤 : (물끄러미 채옥을 보다가) 난 더 이상 고분고분한 개처럼 살기 싫어 져서.. 닥치는 대로 물고 뜯었다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철저히 버림받았지.... 한나절이면 닿을 거리에 있으면서
구년동안 아무도 날 찾지 않았다......살아야 한다는 오기와 독 밖에 없었다....
인적 없는 암자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를 달래고 키운 것은...
...나를 향해 휘둘러대던 목검 한 자루와... 거짓말처럼 내 눈물을 거두어간... 한 아이였다..
.....일곱 살... 계집 아이... (사이) ...그때의 내 모습을 기억하느냐?
채옥 : (눈물이 차 오른다)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윤 : 세월이 흐른 지금... 아직도 그 아이가 내 곁에 있지만...
나는 그 아이를 위해...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다...
채옥 :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으리는... 제게... 너무 많은 것을 베풀어주셨습니다.
윤 : 옥아... 나는... 니가 이 세상을... 무사히... 사람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고 싶을 뿐이다.... 허나, 너는 내가 한 발만 나아가기를 원하면 두 발을 나아간다....
사지에서의 그 한 발이 생사를 가늠한다는 걸 왜 모르느냐?
병법에도 물러설 자리를 살피고 싸우라 했다...
(사이) ....넌 왜 항상 배수진을 치고 스스로를 백척간두로 몰아넣는 게냐...
채옥 : ....
윤 : ....네게 통부를 반납하라는 소리가 아니었다...
채옥 : (본다)....
윤 : 널... 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만 상한 마음을 거둬라...
채옥 : ...마음이 상해 그리 한 것이 아닙니다.
윤 : ...허면...?
채옥 : ...나으리를 매사 곤궁한 처지에 빠뜨리는... 제 자신 때문에 괴롭습니다...
윤 : 니가 그토록 나를 아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내 뜻에 따르면 될 일이다!
(채옥의 통부를 바닥에 놓고 일어나려는데)
채옥 : 나으리!
윤 : (멈칫하고 보면) ....
채옥 : .....나으리만큼 절 구속한 분도 없고....나으리만큼 절 자유롭게 한 분도 없습니다.
하지만 전 이제 나으리께..... 바위처럼 무거운 존재가 되 버렸습니다...
윤 : ....
채옥 : ....한낱 검불처럼 가볍고 비천한 이 몸이 나으리께 짐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윤 : 그래서.....?
채옥 : 차라리.... 떠,떠남만 못하지요...
윤 : (고집스러움이 못마땅한 듯 보다가)...기어코 떠나겠다는 것이냐....?
채옥 : ........
윤 : 포청을 떠나는 게... 나와도 끝이라는 걸 아느냐?
채옥 : (마음이 털썩 내려앉는다) .....
윤 : ...다시 묻겠다.... 정히 나와 인연을 끊겠다는 말이냐?
채옥 : (턱이 미세하게 떨린다, 눈물이 쏟아질 듯 그렁그렁하다)...
윤 : 말해 보거라...
채옥 : ....그,그것이 나으리를 위하는 길이라면 그리...
윤 : (O/L) 됐다..! 나는 너에게 내 앞길을 걱정하라 한 적 없다! ...오냐...알겠다. 네가 굳이 고집을
꺽지 않는다면... ....나 또한 그 편이 편하다! (나간다)
채옥 :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괜한 짓을 했다 싶어 안타깝다. 아래 입술이 부들거린다)
S#29. 동 방문 앞
상심이 큰 듯 문을 닫고 선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윤...
이내 번쩍 고개를 들어 입을 꾹 다물고는...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성큼성큼 마당으로 나선다..
S#30. 동 채옥의 방
떨리는 손으로 보따리를 여미는 채옥의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는데....
손등 위로 툭 떨어지는 눈물....
채옥, 보따리 위에 쓰러지 듯 엎드린다... 어깨가 들썩인다...
S#31. 회의실
주완, 원해...기다리고 있다...
원해 : (걱정스러운 얼굴)
주완 : 아 얼굴 좀 펴! 나으리께서 데리고 들어오실거야...
하이구... 다모년 하나가 아주 상전이라니까 상전, 잘 하면 상투 위에 올라서겠어...
원해 : ...통부를 내밀 때... 보통 단단히 마음 먹은 게 아닌 듯 싶어 그래요...
썩을 년... 고게 고집은 있어도 괜찮은 년인데...
주완 : 야 이부장, 아직도 채옥이 몰라? 갠 종사관 나으리 말이라면 관뚜껑을 걷어차고도 나올 얘야...
굳은 표정으로 들어오는 윤...
벌떡 일어나는 주완과 원해...
원해 : 어찌 되었습니까?
탁자 위에 거칠게 채옥의 통부를 거칠게 내려놓는 윤...
허탈한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주완 : (통부를 보고는) 아니 저것이 정말... 나으리 제가 가서 요절을 내놓겠습니다!
(벌떡 일어나 나가려는데)
윤 : 되었소.!
주완 : (멈칫하다가 자기 분에 못이겨 씩씩거리며 뛰쳐나간다)
잠시 어색하다... 정적...
윤 : (마음은 아니지만 애써) 굳이 떠나겠다면 나도 말리고 싶지 않소.
원해 : 나으리! 옥이를 어디로 보내시겠습니까? 사축서(司畜署)로 보내 소, 돼지 거름이나
치우게 하시겠습니까? 관기로 보내 옷고름을 풀게 하시겠습니까?
윤 : (쏘아본다)
원해 : (아랑곳없이) 떠나고 말고는 나으리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채옥이는 포도청 관비가 아닙니까?
윤 : 듣기 싫소! (한숨을 내쉬며) 이미 마음이 떠났소...
원해 : 다시 달래보십시오. 옥이는 이곳 좌포청이 아니고는 살 수 없는 아이이라는 건..
나으리 께서도 잘 아시잖습니가?
윤 : (원해를 본다)....
S#32. 포청 앞 (현재)
마음이 무거워 선뜻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채옥... 고개를 툭 떨구는데...
주완 : (뛰쳐나오며) 채옥아--
채옥 : (돌아본다).....
주완 : (호통) 네 이년! 이게 무슨 짓이야. 나으리께서 아직 아무런 하명이 없으셨는데...
어딜 함부로 나서, 나서길!
채옥 : 소녀 이미 통부를 반납했습니다. 장통교 주막에 머무를테니 노비 문안이 옮겨지면....
전해주십시오... 쇤네 바로 그쪽 관아로 가겠습니다...
주완 : 너 정말! (하다가 인상을 펴고 달래듯) 채옥아 이러지 마라...
나으리한테 서운한 마음 내가 다 알아..하지만 그 성질 어디 한두해 겪었냐...
그것도 다 우리들 걱정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냐... 왜 이러느냐...
(채옥 발걸음을 떼자 다시 붙잡으며 간절하게) 옥아! 우리는 단짝 아니냐....
너 없이 나 혼자 어떻게 도적놈들을 잡냐.... 가지 마라....제발... 종사관도 곧 풀어지실게야...
채옥 : (좀 흔들리지만 다잡고)...나으리께서 허락하신 일입니다...
주완 : (놀라지만) 채옥아... (진심어린) 마누라 다음으로 살붙이처럼 여기는 게 너다...
나를 봐서라도... 마음 돌려라...!
채옥 : (뭉클해) 그간 소녀를 오라비처럼 또 아제비처럼 보살펴 주신 은혜
어디 가서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주완 : ....정말 갈 게냐?
채옥 : (쓸쓸하게 미소를 띠며) ....
주완 : 오냐... 알았다... 허면 주막으로 가지 말고... 우리집에 가서 따뜻한 밥 한끼라도 먹고 가 거라...
내 그리라도 해야 맘이 편켔어..
채옥 : ...그리 마십시오... 어렵게 뗀 발걸음입니다.. (목례를 하고는 가버린다)
주완 : 채, 채옥아... (소리질러) 채옥아!...
안녹사 : (지나다가) 허허 거참....하여튼 관비 주제에 콧대는 정경부인 뺨친대니까...
주완 : (코를 팽 푼다) 나쁜 년...
안녹사 :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잘 됐구먼 잘 됐어... 부디 분수에 맞는 좋은 남자 만나거라....
주완 : 뭐유?... (벌컥) 아주 가마를 태워 보내슈,.가마를!.
안녹사 : 하긴 뭐 백부장 자네야 채옥이 덕에 부장까지 되었는데 아쉽긴 하겠군 (혀를 차며 간다)
주완 : 아니 저,저 우라질 늙은이가...
S#33. 장통교 주막
들어와 평상에 앉아 힘없이 털썩 주저앉는 채옥...
주모 : 아이구 어서 오시우... 국밥 드릴까?
채옥 : (힘없이) ...술 좀 내주시오...
주모 : (흠칫) 아니 곱상한 처녀가 대낮부터 웬 술타령이랴...
채옥 : ...술 좀 내주시오...
주모 : (요상하다는 고개를 갸웃하며 간다)
<시간경과>
술 두 잔을 거푸 들이키고는 소리나게 교자상에 잔을 내려두는 채옥...
다시 잔을 채우더니, 잔을 꼬옥 쥔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옥의 눈 디졸브...
S#34. 좌포청 앞 (회상)
좌포청 솟을 대문을 올려다보는 채옥의 눈...
철릭이 아닌 도포를 쓰고 포청 앞에 선 윤과 채옥...
윤 : (높은 솟을대문을 올려다보며) 이 곳이 좌포청이다...
포청 다모가 관아 부엌데기나 절간 공양주보다 쉽지는 않을게다. 견딜 수 있겠느냐?
채옥 : ...(끄덕이는)...
윤 : (다감하게) 모진 게 세파다... 견딜 수 있을 만큼만 견디거라...
이 악물고 참지 말고.... 힘들면 힘들다 얘기하고.... (들어간다)
채옥 : (윤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도련님만 계시면... 무슨 일인들 못 견디겠습니까...
S#35. 동 주막 (현재)
술잔을 벌컥 들이키는 채옥... 술잔을 다시 채우려다...
아예 병째 들고 고개를 제낀 채 입에 술을 쏟아 붓는다...
눈꼬리를 타고 흐르는 눈물...
S#36. 우포청 전경
<자막> 우포청......
S#37. 동 마당
한 40대의 사내가 형틀에 묶여 고신을 당하고 있다...
심문하는 조치오...
치오 : 이놈! 바른 대로 고하지 못하겠느냐! (사주전 하나를 내밀며) 이 주전을 어디서 구한게냐?
사내 : 아이고 나으리... 짚신을 팔아 받은 돈일 뿐입니다... 소인은 사주전인지도 몰랐습니다...
들어오다 이를 보는 윤과 원해...
치오 : 더 이상 구차한 변명하지 마라... 사주전을 통용한 것만으로도 네 놈은 살아남지 못해...
이실직고 하거라...그리하면 혹 목숨만은 건질런지 아느냐
사내 : 나으리 소인은 정말 모르옵니다...
치오 : (포졸들에게 고개짓을 하면)....
군사들이 사내의 주리를 튼다... 사내의 비명...
치오에게 다가가는 윤.... 눈빛이 매섭다...
치오 : (윤을 보고는) 이게 누구신가...? 황보 종사관께서 우포청엔 왠 일이오?
윤 : 사주전과 관련된 문제는 좌포청에서 맡고 있소... 어찌 저 자를 이 곳에서 심문하는 게요?
치오 : 수사는 그 쪽에서 맡고 있는 지 몰라도... 사주전 유통의 현장범은 어느 관아에서 잡든지
즉각 심문하라는 형조의 명이 있었소....
(빈정거리며) 수사 책임자가 아직 그 소식을 못들었단 말인가...
허허.. 이러니 사주전 일당을 어느 세월에 뿌리뽑는단 말이오....
포졸 : (치오를 향해) 나으리... 이놈이 실신을 했습니다....
치오 : (생각하는 듯 하더니 윤을 슬쩍 보고는) 형장으로 옮겨 목을 베고 효수하거라!
윤 : (기겁한다)
포졸 : 예 나으리 (실신한 사내를 끌고 간다)
세욱 : (일각에서 나오며) 무슨 짓이오! 당장 그만 두시오!
치오, 윤, 원해 보면 조세욱이 수행 포교 하나와 서 있다..
예를 갖추는 윤과 원해... 그리고 슬쩍 목례를 하는 치오...
포졸 : (치오를 보며 난감해) 나으리....
치오 : (옳거니 오히려 잘 됐다...) ...목을 베고 효수하라 했다!
포졸이 사내를 끌고 사라진다...
세욱 : 참수는 삼복(三覆 - 세 번에 걸쳐 조사하는 형률)을 거쳐 신중을 기해야 하거늘... 이 무슨 짓이오!
사사로이 동전을 주조한 자를 잡아 사형하라는 명은 들었지만.. 무지의 소치로 유통한 자를
참형하라는 명은 나 또한 듣지 못했소...
치오 : 좌포장 영감의 말씀은 맞습니다만.... 그 자는 일벌백계해도 좋다는 영이 이미 떨어졌습니다...
우포장께 듣지 못하셨습니까?
세욱 : (입술을 지그시 문다) 하지만 그 자는 아니오... 다시 생각하시오.
치오 : 이미 영을 내린 일입니다...
세욱 : (경멸하듯) 한심한 놈! 월장을 한 도둑의 칼은 물건을 훔친다지만...
잘못된 장수의 칼은 수백, 수천의 인명을 해친다는 걸 모르느냐!
네 놈 눈이 그리 흐리니 장차 군사들과 백성의 안위가 걱정이구나...
치오 : (이글거리는 눈빛) 아버님!
세욱 : ....
치오 : 그리 걱정하실 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 좌포청에는 소자 같은 놈 백을 합해도 모자랄....
훌륭한 황보 종사관이 있는데... 장차 군사들과 백성의 안위가 그리 걱정될 일은 아니지요.
세욱 : 이놈, 감히 내 앞에서 빈정대는 것이냐!
치오 : (울컥해) ...어찌 제게만 이리 박정하게 대하십니까?
아버님의 도움 한번 받지 않고 이 곳까지 온 접니다.
칭찬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리 꾸짖지도 마십시오!
세욱 : 품계만 오르면 능사더냐! 네 놈은 하루라도 빨리 철릭을 벗는 게 선업을 짓는 일이야...
치오 : (이를 물며) 아버님!
세욱 : 가자! (나간다)
억울하고 분한 듯 조세욱과 윤의 뒷모습을 쏘아보는 조치오...
S#38. 우포청 앞
조세욱 : (휘적휘적 나오며) 형편없는 놈 같으니라고! (윤에게) 조사는 어찌 되었는가?
윤 : 주전판이나 풀무간을 찾지 못했습니다...여각주인 노각출을 문초하고...거래 상인들을 조사했지만...
사주전 통용 외에는 혐의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세욱 : 명확한 물증도 없고 자백도 받지 못했다....?
윤 : ...사주전 통용만으로 엮기에는 미심쩍은 게 많습니다...
세욱 : 큰일이군.. 무고한 백성의 희생은 늘어가는데....형조에 들렀다 곧 갈테니...방도를 강구해보게....
윤 : 알겠습니다.
조세욱, 수행포교를 데리고 윤의 일행과 헤어져 간다...
원해 : 장통교 주막부터 들르시지요...
윤 : (갈등하는 표정)...
원해 : (재촉하듯) 나으리...!
S#39. 장통교 주막
채옥의 옆에 벌써 빈 술병이 서너병 있다. ... 취기가 올랐다...
옆 평상에서 국밥을 먹는 모녀를 희롱하고 있는 사내1, 2
딸은 10대 후반쯤....
사내1 : 국밥 값은 내 이미 치뤘다니까... 그러니 편안하게 술이나 한잔 하세...
모 : (겁먹은 듯) 아니 왜 이러시오...누가 국밥값을 내달라고 했단 말입니까.. (엽전을 꺼내며) 주모!
사내2 : (손을 잡으며) 어허! 왜 이러시나... 옆에서 듣자하니 아직 친척집을 못찾은 모양인데...
우리가 수소문 해 찾아 줄테니 그때까지 우리가 살펴줌세...
모 : (손을 빼려하며) 이, 이손 놓으시오... (겨우 잡아 뺀다)
채옥, 힐끔 보다가 참고 술잔을 비운다...
사내1 : 눈 뜨고 코 베어가는 곳이 한성 땅인데... 이렇게 고운 딸을 누가 잡아채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딸의 볼을 쓰다듬으며) 살갗이 백설같구만... 백설 같애...
딸 : (기겁하며 모 뒤로 숨는다) 어머니....
모 : 왜들 이러시오... 국밥값 드릴테니 제발 보내주시오....(엽전을 내미는데)
사내1 : (갑자기 험상궃게 버럭) 뭐야 이거, 지금 우리 호의를 무시하겠다는 거야!
주모 : (지나다 보다 못해) 거 좀 그만들 둬!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남의 집 장사 못하게 정말 왜들 이래!
사내1 : (험악하게) 이거...썅! 진짜 장사 그만 두고 싶어! (모녀의 밥상을 발로 차버린다)
사내2 : (딸의 손목을 잡아 일으키며) 어서 일어나!
모 : (사내의 팔을 붙잡으며) 이러지 마시오...제발....
채옥, 잔을 쥐고 부르르 떨더니... 주먹을 쥐고 벌떡 일어난다...
주모 : 그만 두지 못해! 정말 계속 행패부리면 포졸 부를거야!
포졸이라는 그 말에 다시 주저앉는 채옥...
사내1 : 그래 어디 불러라, 불러봐! 포도부장하고 형님 아우하는 게 우리야, 알어?
주모 : (부엌에 대고) 홍균아! 홍균아!
떠거머리 중노미 홍균(12세)이 나온다...
그 모습을 보고는 슬쩍 등을 돌리는 채옥...
주모 : 너 빨리 포청에 가 사람 좀 데려와!
홍균 : 예?
사내1 : 가면 죽는다!
홍균 : (사내1, 2 보며 쫀다)....
주모 : 어서 가라니까!
사내1 : 가기만 해봐, 이 주막 확 불싸질러버릴테니까!
홍균 : (괴로운 듯 힐끔힐끔 눈치를 보는데... 채옥 알아 보고는 쪼르르 달려간다) 누나... 도와주세요!
채옥 : (당황한다)
뜨악하게 보는 사람들...
홍균 : 포청 사람이시잖아요...
기겁하는 사내1, 2.... 모녀는 반색하고 채옥에게 달려간다
모 : (애걸) 제발 저희 좀 살려주세요.... 남편 죽고 기댈 데가 없어 숙부님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제발 저희 좀...
사내1 : (겁을 먹고 뻘쭘해) 아니 우리가 뭘 어쨌다고 저래...
채옥 : 미안합니다만... 난 더이상 포청 사람이 아닙니다....
이때 울타리 너머로 채옥을 보는 윤과 원해의 얼굴이 보인다...
화색이 도는 사내들... 채옥 쪽으로 저벅저벅 다가온다...
사내1 : (중노미의 뒤통수를 때리며) 이 자식아! 차 따르는 포청 다모가 대낮부터 주막에서 술 타령이나
하고 있겠냐! (다시 모녀를 붙잡는다) 일어나슈. 발 씻고 누울 자리라도 알아봐 줄테니....
채옥 : (쏘아본다)
사내1 : (채옥을 향해 조롱하 듯) 술 드슈....
비참한 심정에 일그러지는 채옥의 얼굴.... 천천히 다시 앉는다...
사내1, 2 모녀를 확 나꿔채 간다. 울부짖는 모녀... 실갱이가 벌어지고..
등을 돌린 채 부들부들 떨기까지 하는 채옥
S#40. 동 밖
원해 : ... 보내지 않겠다 하셨잖습니까?
윤 : (갈등한다. 이내 손을 내밀면)
원해 : (품에서 통부와 포승줄을 꺼내 건넨다)
윤 : (통부를 보고는 불끈 쥐었다가 채옥을 향해 던진다)
S#41. 동 주막 마당
사내들 계속 실갱이를 하며 모녀를 강제로 끌고 가는데...
채옥의 발 아래 툭 떨어지는 통부... 사내들 흠칫하고....
채옥, 통부를 보고 밖을 본다... 윤과 마주치는 시선...
바닥에 떨어져 있는 통부.... 망설이는 채옥...
울타리 너머로 고개를 돌리면 이미 윤은 가고 없다...
이내 결심한 듯 통부를 주워 불끈 쥐는 채옥...
채옥을 향해 미소를 짓는 원해...
채옥, 사내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간다...
사내1 : (주춤 물러서며) 뭐,뭐야 이거.... 아깐 아니라고 분명....
하는데... 채옥의 발이 사내1의 사타구니를 강타한다..... '윽'.....
채옥 : (본연으로 돌아와) 아녀자를 희롱하고... 포청 관속을 조롱한 죄로... 체포한다!
S#42. 좌포청 회의실
손들고 있는 마축지와 타박녀...
풀잎가지를 들고 하나씩 뜯으며 고민스런 표정으로 왔다 갔다하는 주완...
주완 : ...채옥이 년이 (풀잎을 하나씩 뜯으며) 돌아온다?... 안온다... 돌아온다?... 안온다...
'돌아온다'에 인상이 구겨지고...
'안온다'에 인상이 환하게 펴지는 마축지와 타박녀...
주완 : 돌아온다?... (마지막 한 잎을 뜯어내며 비통하게) 안온다....?
(빈 가지를 내팽개치며) 이런 우라질...!
마축지 : 고렇게 쏘고 가버렸는디... 돌아오먼 그것이 속 빈 짓이지라우...
나가 봐도 돌아오기는 쪼까 튼 것 같은디....
주완 : 뭐야? (마축지의 뒤통수를 때리며) 이 망할 자식이...!
하는데 들어오는 윤과 원해...
윤 : 이 자들은 뭐요?
주완 : 아예... 사주전 동패는 아닌 듯 싶은데... 주막에서 저희 봇짐을 털려던 놈들입니다...
채옥이하고 무슨 사연이 있는 듯 싶어서 옥사에 가두기도 그렇고....
윤 : (흘낏 마축지와 타박녀를 보다가 아무 말없이 자리에 앉는다)
하면... 복색을 바꿔 입은 채옥이 고개를 숙인 채 들어선다...
놀라 눈이 커지는 마축지... 얼른 손을 내려 뒤로 감춘다...
주완 : (너무 반가워) 채옥아!....(손을 움켜쥐며) 잘 왔다! 잘 왔어... 내, 돌아올 줄 알았지....
돌아올 줄 알았다니까! 나으리 제가 뭐라 했습니까... 채옥이는 분명.... (아차 입을 막으 며)
..저,저와 영원한 한 조입죠... 하하하...근데...(마축지를 보고는) 어쭈 손 안올려!
(칠 듯이 손을 올리면 번쩍 손을 드는 마축지) 도대체 이놈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채옥 : (피식 웃고는) 제가 손목을 자르기로 한 사입니다...
마축지 : (허걱-) 아,아니어라우... 나는 좀도둑이어라우....그냥 좀도둑이랑께요...
세상에 좀도둑 손목댕이 자르는 법이 어딨다요... 그런 법은 없어라우...
채옥, 쏘아보면 눈빛을 피해 고개를 돌리는 마축지...
윤 : (귀찮다는 듯이) 좀도둑이라면 장형에 처하고 야철장에 보내 노역을 시킬 일이다! 데려가거라!
S#43. 마당
장을 맞는 마축지와 타박녀... 비명을 지른다...
타박녀 : 아이고 여보.. 나 죽네...
마축지 : (이를 악 물며) 차,참아야 되아... 그래도 서방님 손모가지는 건진 것잉께...
S#44. 포청 후문 앞 (밤)
주완이 주막에서 채옥과 실갱이를 했던 사내1, 2를 포승에 엮어 나온다...
역시 기다리고 있던 모녀 반색하며 다가오고....
모 : (사내1을 보고) 여보!
녀 : 아부지! 삼촌!
사내1 : 그냥 집에 있지 않고 왜 왔어....
주완 : (사내들 포승을 풀어주며) 애썼네 애썼어...!
사내1 : (시티구니를 만지며) 아휴 하마터면 터질 뻔 했습니다요....
주완 : (돈주머니를 건네며) 자 이걸로 목구멍 때 좀 벗기게...
사내1 : (손으로 톡톡 무게를 가늠하더니) 아이 참 하마터면 대가 끊길 뻔 했는데....
모 : 예. 저도 생과부 될 뻔 했습니다요...
주완 : (보다가) 이런 우라질...누가 거길 찰 줄 알았나... (각반에서 엽전 두 냥을 꺼내며) 자!
사내1 : 고맙습니다요.... 또 일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십쇼...
주완 : 썩을 놈....
S#45. 내상 본전 최달평의 방 (밤)
달평, 고민스러운 얼굴로 앉아있는데...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성백..
성백 : (감정을 누르며 침착하게) 각출이가 포청에 잡혀갔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달평 : 한 번 움직일 때 세 번을 생각하라 했거늘.... 노각출.. 이 한심한 노옴... 완력만 믿고 움직이다니..
(성백을 보며) 이래서야 어찌 대사를 이루겠는가!
성백 : (앉으며 쏘아본다) 산삼이 보통 현물이오? 과정을 보면 그리 가볍게 움직인 것만도 아니오.
우리 사람들이 허술했다기보다는 포청의 덫이 치밀했다고 봐야 하오....
최도방도! 물고 온 현물만 처분할 게 아니라...어디서 어찌 구입한 것인지 관심을 기울여야 했소..
달평 : (아니 감히 이자가...) 지금... 내게 책음을 물으려는 겐가!
성백 : (눈을 부릅 뜨고는) 장수는 공도 과도 수하들과 함께 해야 한다 그 말이외다...
달평 : (신경전을 펼치 듯 노려본다) 그래서...
성백 : 하루 속히 빼내야 하오...
달평 : .... 가볍게 움직일 사안이 아닐세! 자칫하면 모든 일을 그르칠 수가 있어...
성백 : 때를 놓쳐도 모든 일을 그르칠 수 있소!
달평 : (난감해) 차라리 각출이가 끝까지 입을 다물고 희생해준다면....
무덤 속의 비밀은 파헤칠 수 없는 일 아닌가....
성백 : (버럭)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게요! (눈을 부릅 뜨며) 각출이를 저리 죽게 내버려두자 그 말이오?
달평 : 사소취대(捨小取大 -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하라 했네.. 냉정하게 생각하게...
각출이의 희생 하나로 우리의 대계가 이루어진다면...그 희생은 무엇보다 의미있는 것일세...
성백 : 의미? 최도방, 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시오!
달평 : (흠칫 보면)
성백 : 각출이는 지난 십년 간 우리와 동고동락한 아우요...
그런 아우를 지금 버린다면 누가 우리를 믿고 따라주겠소?
달평 : 그래서 전옥서를 파옥이라도 하겠단 말인가?
성백 : 파옥이라도 해야지! 구해 낼 것이오...! 반드시 내 손으로 구해 낼 것이오!
달평 : 장두령!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는 장성백...
책상을 주먹으로 꽝! 내리치는 최달평...
S#46. 전옥서 옥사 전경 (밤)
노각출 : (E) 포도 대장을 뵙게 해주시오!
S#47. 동 옥호 안 (밤)
만신창이가 돼있는 각출, 옥호문을 붙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각출 : (목이 갈라져) 우리도 사주전의 피해자요! 무고한 백성을 어찌 이리 함부로 가둘 수 있단 말이오..
옥사장 : (다가와) 네 이놈 주둥이 닥치지 못할까!
각출 : (살기가 넘치는) 이보시오 옥사장... 나는 무고하오! 그 포도대장에게 전하시오!
옥사장 : 이 놈이....! (창 뒤끝으로 복부를 쳐버린다. 나동그라지는 각출)
이놈 한번만 더 지껄이면 혀를 베어버리겠다!
각출 : (입술을 깨물며) 육시를 할 놈들...!
죄수1 : (다가와) 마,마왕 괘,괜찮으시우?
<자막> 마왕 - 조선시대 옥사의 방장을 일컫는 은어.
각출 : (보지도 않고... 팔뚝으로 안면을 날리며) 저리 꺼져!... 두고봐라 이놈들...
언젠가는 이 포청 놈들 목부터 싹 베어버릴거야...
S#48. 동 회의실 (밤)
상석에 조세욱이 앉아 있고 윤, 채옥, 주완, 원해... 모두 고민스러운 표정들이다...
윤 : 피해자라고 계속 우기는데... 심증만 가지고는 언제까지 잡아둘 순 없습니다...
세욱 : ...자백하면 그 즉시 죽는 일인데... 쉽게 실토할 리 있겠는가...?
주완 : (뒤통수를 긁적인다) 하... 틀림없는데...
채옥 : (난감한 표정이었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고육지책를 쓰면 어떻겠습니까?
세욱 : 고육지책?
S#49. 야철장(풀무간)
군사들이 지키고 있는 가운데...
죄인들이 창이며 칼 등을 만들고 옮기느라 분주하다...
마축지는 힘겹게 풀무질을 하고... 타박녀는 철을 옮기고 있다...
마축지 땀을 닦으며 한숨을 돌리는데... 군사가 다가온다....
마축지 : (얼른 풀무 도구를 잡으며) 지금 하고 있어라우... 쉰 것이 아니랑께요...
군사 : 나와! 포청에서 네 놈을 찾는다!
마축지 : 예?
S#50. 주막 봉노방
윤과 채옥 앞에 앉아있는 마축지와 타박녀...
마축지 : 그란께 시방 나보고 목칼 차고 옥사로 들어가믄 어떻겄냐 그말이지라우...?
윤 : 그렇다...이 일만 잘해주면 당장 노역에서 풀어주고 노비문적을 없애는 건 물론
양민으로 살 수 있도록 해주지...
타박녀 : 야,양민요? 여보....
마축지 : (냉정한 표정으로) 그란 식으로 사람 꼬시믄 안되지라우...
옥사 안에서 확 뒈져불 수도 있는디.... 송장 되아가지고... 양민 되믄 뭐한다요...
채옥 : 그건 걱정마시오... 우리가 탈 없도록 은밀히 지켜줄 것이오...
타박녀 : (간절하게) 여보....잘 한번 생각해봐요...우리가 이번 기회 아니면 언제 햇빛 보고 살수 있겠수..
평생 쫓기고 사느니...
마축지 : (째리며) 칵 그냥... 대장부들 야그하는디 샛바닥 나불거리는 걸 어서 배웠디야...
(심각하게 고민한다) ...저기 그라믄 한가지 조건이 있는디요...
윤 : 말해보거라...
마축지 : 말씸하신 것은 물론이고라... 일이 잘 되머는 절 포도군사로 써주시지라우...
윤, 채옥 어이가 없다...
마축지 : (눈가에 이슬이 비치며) 소시적부텀 이놈 소원이 육모방망이 들고 도둑놈들 잡는 거였 어라우..
그라고 입에 풀칠해줄 밭뙤기 것도 없는디 양민이 되먼... 무하겄습니까....
그 약조 안해주시머는 뭔 말씸을 하셔도... 지금 생겨 먹은대로 살랍니다요..
난감해 서로를 마주보는 윤과 채옥...
S#51. 전옥서 전경
S#52. 동 옥호 안
군사1, 2가 칼 채운 마축지를 옥호 안으로 차 넣는다...
마축지 : (나동그라진다. 일어나 앉으며) 곱게 넣어주먼 손에 물집이라도 생기는 것이여 뭐여...
어째 사람을 밀고 지랄이여 지랄이... 에이 퇘!
각출 : (E) 이놈! 신참이 들어왔으면 문지방 넘는 예부터 차려야지... 어디 누울 자리에 침을 뱉는게냐!
마축지 돌아보면 봉두난발의 각출이 무서운 눈으로 쏘아본다...
마축지 : (어이없다는 듯 태연하게) 그짝은 또 뭐시당가... 시방 나한테 신참례라도 받고싶다 그 거야...
나 좀 조용히 살고자픈 사람인께... 제발 건드리지 말드라고잉....
죄수1 : 허, 이놈봐라... 시지도 않은 게 벌써 군둥네 풍기네...
죄수2 : 아주 송장으로 나갈라고 용을 쓰는구만 용을 써...
각출 : (살벌한 눈으로 마축지를 보더니) 적당히 신참례 받을랬더니... 행티가 아주 괘씸한 놈이구나...
'밑골'로 돌려서 사내구실 못하게 해버려!
말이 떨어지자, 죄인1, 2가 짚 밑에서 사금파리를 꺼내든다..
죄인1 : (다가서며) 요놈! 고마운 줄 알어... 공자님 맹자님하고 한 밥상에 앉는 게 고자님이야 요놈아!
마축지 주춤 물러서는데... 죄인1, 2 와락 달려들어 마축지의 바지를 잡는다....
순간, 목칼을 돌리며 죄인1, 2의 안면을 쳐버린다...
비명을 지르면 나가 떨어지는 죄인1, 2...
동시에 마축지 사금파리를 주어들고 노각출에게 달려들어 목을 잡고 사금파리를 눈에 댄다..
꿈쩍않는 노각출....
마축지 : 언놈이든 옴지락딸싹만 해보드라고잉... 요놈 눈깔은 산적꼬지가 되고 말것잉께...!
각출 : 이놈 좋은 말로 할 때 그 사금파리 내려놔!
마축지 : 개소리 말드라고잉.... 자는 호랭이 코침주지 말라고 했제....
나도 왕년에 수자리 군역 살 때부텀 하도방 흑방서 옥살이라믄 이가 갈리게 겪은 놈이여....
옥살이도 서러운디... 죄짓고 쳐박힌 놈들끼리 마왕이 뭐고 심참이 다 뭐시여....
순간, 노각출의 손이 마축지의 사금파리 잡은 손을 잡아 비틀더니 주먹으로 안면을 강타한다...
코피를 흘리며 나동그라지는 마축지...
각출 : (다가오며) 이 간을 빼 씹어먹을 노무 자식... 넌 오늘 죽었다!
죄수 몇이 다가온다...
마축지, 갑자기 나무간살로 돌진해 머리를 야무지게 박는다.
흠칫하는 각출과 죄인들...
마축지 : (꽝꽝 머리를 박다가) 오냐...니미럴...느그가 뒈지나 나가 뒈지나 어디 한번 해보드라고!
안그래도 사는 거이 지긋지긋했는디... 여그서 나 한많은 인생 꺽어불란다...
신참례 받았다가 죽어불믄... 느그들도 옥살이 편케 하기는 그른 것이여..
(머리를 간살에 박으며) 아이고 옥사장 옥사장! 어딨당가 옥사장!
(머리를 박아댄다. 피가 흐른다)
죄수1 : 저,저 놈 꼴통 부리는 것 좀 보게...
옥사장 : (달려 온다) 네 이놈들 이게 무슨 짓들이냐!
마축지 : (계속 머리를 찧으며) 지발 가만 냅두쇼... 나가 오늘 저시끼들 손에 칵 뒈져불란께...
군사들, 문을 따고 들어와 마축지를 끌고 나간다...
마축지 : (바둥거리며) 이것 놓으란께요... 저것들 손에 죽게 내비두란 말이시!
S#53. 좌포청 조세욱 방
조세욱, 윤에게 보고를 들은 정황이다...
세욱 : 곤욕을 치루고 있다?...
윤 : 심려마십시오.... 워낙 왈짜들 생리를 잘 아는 자라 잘 해낼 것입니다...
세욱 : 우리쪽 눈치는 어떻든가?
윤 : ...옥사장도 살인범으로만 믿고 있습니다... 문제는 계획대로 노각출을 탈옥을 시킨 뒤...
병조나 형조의 문책를 어찌 피해가는가 하는 점입니다...
세욱 : (단호하게) 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보겠네... 개의치 말고 진행하게
윤 : 알겠습니다.
세욱 : 산채에 잠입할 포교는 어찌되었는가?
윤 :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세욱 : ...정하지 못한 게 아니라 모두들 몸을 사리는 게 아닌가?
윤 : ......
세욱 : 하기사 목숨을 내놓고 가야할 일이니... 나서기 어렵겠지...
윤 : 몇몇 부장들이 자청하기는 했으나 패거리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지라...
세욱 : ...잠입을 못하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일세...
윤 : .....
안녹사 : (E. 다급하게) 포장 영감! 병판 대감께서 납시었습니다....
세욱 : (흠칫한다)
S#54. 동 후원정자
간단한 주안상을 사이에 두고 앉은 정필준과 조세욱
정자 아래 한켠에는 안녹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필준 : (술잔을 받고는) 북방의 성곽들을 들러보고 오느라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었소....
사주전 수사로 고생이 많으시다 들었소만...
조세욱 :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어 주상전하와 조정 중신들께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정필준 : 그래요? 꼬리를 잡았다는 얘길 들었는데...
조세욱 : 그렇긴 하오나 증거도 명확하지 않고...외려 피해자라 주장하는 터라...
당최 가늠하기 힘듭니다...
정필준 : 어려움이 많으시겠구려...
조세욱 : 하루빨리 근심을 덜어드리지 못해 송구할 따름입니다...
정필준 : 그건 그렇고..... 실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들른 것이외다...
조세욱 : (보면) ....
정필준 : 내 느즈막히 얻은 둘째 녀석 때문에 걱정이라오.. 혼기가 한참 지났는데도....
도통 일가를 이룰 생각을 않고.... 저리 책만 파고 있으니 말이오....
S#55. 동 조세욱 방
놀라 조세욱을 보는 난희...
난희 : 아버님.... 허면 저보고 그 혼인을 하라 그 말씀이십니까?
세욱 : 그런 뜻이 아니다 ...너도 혼기가 찼고........과히 나쁜 자리가 아닌 듯 하니 한번 생각해 보거라...
난희 : 아버님... 홀로 계실 아버님을 두고 어찌 제 혼사를 생각하겠습니까?
오라버니를 그만 집안으로 들이시지요..... 며느리와 손주까지 박대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세욱 : (단호히) 때가 되면 내가 판단할 것이다... 허나 지금은 아니야.... 물러가 생각해 보거라...
난희 : (난감하다. 이내 단호하게) ...아버님!
세욱 : ....
난희 : 지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세욱 : 말해보거라.
S#56. 동 일각
차를 들고 어디론가 가는 채옥...
S#57. 동 조세욱 방
난희 : 정필준 대감이 남인의 좌장이자 조정의 실세임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이 아버님과 사돈이 된다면... 우리 집안은 큰 후견인을 얻게 되겠지요...
하지만 정필준 대감 또한 득이 없을 리 만무합니다... 지금까지 중용을 지키셨던,
대쪽같은 아버님을 남인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세인의 눈을 새로이 하고....
한성 치안에 대한 병권마저 좌지우지하게 될 것입니다.
세욱 : (의외라는 듯 본다) 그래서?
난희 :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아버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자식의 도리입니다만,
소녀는 아버님이 지금처럼 붕당의 이익에 따르지 않는 오직 백성을 위한 무장의 청백리로
남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옵고 소녀 배필을 만난다면 세도가의 집안보다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아버님과 같은 청렴한 무장을 만나는 게 제 소망입니다...
세욱 :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슬며시 웃는다)...
세욱 : 니 어머니라면... 그 말을 듣고 몹시 뿌듯해 했을 게다...
난희 : 아버님....
세욱 : ...허나, 난 아니다...
난희 : .....
세욱 : 난희야... 이 애비가 오십 평생 살아오는 동안 하늘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만...
... 죽은 네 어머니에게만은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청렴이라는 허울 아래 가난한 무관을 따라
평생 변방을 떠돌았으니... 어찌 병이 생기지 않았겠느냐....
난희 : (마음이 울컥해) 아버님......눈을 감으시는 순간에도 어머님께서는 아버님과 함께한 생을
자랑스러워 하셨습니다...비록 가난했지만... 어머님은 누구보다 행복하셨을 겁니다...
저도 자라오는 동안 아버님을 원망해 본 기억은 한번도 없습니다...
S#58. 동 문 앞
차를 들고 들어가려던 채옥 멈춰서 있다...
세욱 : (E) 허허... (사이) 나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네 어머니처럼 고생만 할께 훤한데...
S#59. 동 조세욱 방
세욱 : 그래도 괜찮겠느냐?
난희 : (그제서야 밝은 웃음이 밴다)...
세욱 : (다감하게) 난희야.... 정략을 위해 너의 혼인을 강압할 맘은 추호도 없다만....
네 어머니처럼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이 애비의 심정이다...
난희 : 배부른 목민관이 어찌 배고픈 백성을 살피겠습니까....
아버님께서도 자신이 굶는 걸 염려치 말고 백성이 굶는 걸 살피라 하지 않았습니까...
세욱 : (졌다는 듯) 알았다... 반가의 자제이기만 하다면... 너의 선택에 대해 절대 두말하지 않으마!
(호탕하게 웃는다)
난희 : (얼굴이 굳는다) 적서의 차별도 두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세욱 : (얼굴이 굳는다)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 게냐?
난희 : ....... (고개를 숙인다)
세욱 : (번뜩) 혹 황보 종사관을 이름이더냐?
난희 :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른다)
S#60. 동 방문 앞
채옥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찻상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S#61. 옥사 복도 + 옥호 (밤)
마축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 밑에는 펄펄 끓는 가마에서 뜨거운 김이 오르고 있다.
마축지 : (괴로워하면서도 죄수들에게 악다구니) 나가 죽어가지고 구신이 되봐라...
느그들한테 땡볕에 엿가락맹키로 딱 달라붙을 것이여... 천세만세 느그들 집구석에
달라붙어가지고는 살믄서 내지르는 새끼들마다... 싸그리 째보에 곰배팔이에 창병쟁이를
만들텐께 어디 두고 보드라고잉...!
옆 옥호 안에서 바가지에 밥을 담아 먹고 있는 죄수들...
각출 : 그 놈 악다구니 꽤나 스산하게 하네...
죄수1 :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며) 밤이슬 맞기 석삼년에 나도 옥출입 어지간히 했지만...
저런 독종은 처음입니다요...
하는데 군사1이 지게에 술독과... 음식 소쿠리를 진 사내를 데리고 들어온다...
군사2 : 뭔가?
군사1 : (매달린 마축지를 보며) 저놈 차입사식이라네...
군사2 : 아이구? 요 꼴통이 뒷보 깨나 든든한 모양일세...
사내 : (독을 내리며) 이건 나으리들 고생하신다며 목 좀 축이시라고 보낸겁니다요...
각출과 죄인들이 모두 궁금한 눈빛으로 마축지와 지게의 음식들을 번갈아본다...
군사1 : 저기 말이야... (군사1의 귀에 대고 뭐라 소곤거린다)
군사2 : 알았네... (마축지를 내려 풀어주며) 이놈! 다시 한번 소동 피웠다가는 형이 떨어지기도 전에
시구문(자막-시체가 나가는 문) 밖으로 나갈 줄 알어!
마축지 : 알았어라우....
군사1과 2, 문을 열고 마축지를 음식소쿠리와 함께 밀어넣고는... 술독을 들고 낄낄거리며 나간다...
마축지 옥 안으로 들어오면 무섭게 노려보는 각출과 죄수들...
마축지 아랑곳없이 소쿠리를 열면 기름진 음식이 잔뜩이다..
놀라보는 죄수들... 그러나 각출만은 마축지를 계속 노려본다...
마축지 : (한 술 뜨려다가 각출을 보고는) 여그 좀 보드라고잉... 사내새끼들이 욕질 주먹질 하는 것이야
늘상 있는 것이고.... 장부라는 거시 말이여... 맞짱뜨머는 적이고....
사귀머는 또 친구 아니겄냐고... 아까 일은 없던 일로 해불고... 같이 한 술 뜨면 어떠까라우...
각출 : (보다가) 꼴통 새끼....! (다가가 앉으며) 나는 이 신참 밥을 함께 먹을테니....
누구 배 덜찬 놈 있으면 내 사식을 먹거라!
말이 떨어지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각출의 사식에 달려드는 죄수들....
"내거야 이 자식아", "이것 못놔" 지들끼리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각출 : (수저를 들더니) 난 경강에서 여각을 운영하는 노각출이라 하네...
축지 : (입안에 밥을 채워 넣고는) 수각교 사는 마축지여라우...
각출 : 수각교? (눈을 빛내며) 그럼 자네 수각교 저자를 잡고 있는 까마귀는 알겠구먼.
축지 : (게걸스럽게 밥을 먹다가 순간 멈칫한다)
<인터컷>
윤 : 수각교에서 까마귀라는 놈을 모르면 왈짜라고 할 수 없지...
각출 : 그 까마귀가 탑골 어딘가에 첩살림을 하고 있다던데...요즘도 자주 드나들던가?
축지 : (태연하게 밥을 삼키고는) 오매, 여즉까정 그 소식 못들었소잉... 까마구 성님은 직년 세밑에
사전꾼으로 잡히가지고는 목이 날라가부렀당께요... 더 더러운 것은 거 뭐시기 냐...
호랭이 없으머는 여시가 대빵이라고.... 고 첩쟁이 기집이 까마구 성님 밑에 있던 태곤이라는
놈허고 눈깔이 쫙 맞아부러가지고는... 까마구 성님은 잊어분지 오래지 라우...
뒈진 놈만 불쌍하데.... 태곤이 고것이 밤이믄 밤마다...얼매나 일을 장하게 치루는 지...
수각교 인근에 사는 과부들이 잠을 다 못잔다고 하드만이라우....
각출 : (고개를 끄덕이며) 저런...망할 년 같으니라고... 아무리 저잣거리에서 눈맞은 인연이라 하더라도.
그렇지... 서방 뫼똥에 때가 자라기도 전에 그 지랄을 하니 잡년이란 소릴 듣지...
축지 : 어짤 것이요... 잡것들 수절한다고 홍살문 아니라 싸릿문 하나 세워줄 사람 없응께...
은장도 아니라 금장도 열 개 있어도...품어주는 사내보다는 못하는 법 아니겄소...
각출 : 하기사... 헌데.. 자네는 무슨 죄로 들어왔는가?
축지 : (밥알이 튀도록 한숨을 내쉬며) 말도 마쇼... 사연 얘기할라므는 동짓달 긴긴 밤도 모자란단께요..
S#62. 안녹사 집 마당 (밤)
채옥, 마당으로 들어선다... 촛불 빛이 새어나오는 방문...
채옥 : 녹사 나으리.. 채옥입니다...
안녹사 : (방문을 열고 반갑게) 어서 들어오너라.
채옥 : 그냥 말씀하시지요... 여기서 듣겠습니다....
안녹사 : 들어오래두... 여태 저녁상을 차려두고 기다렸다...
채옥 : (의아하게 본다)
S#63. 동 방 (밤)
채옥 방으로 들어서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 음식상...
안녹사 : 자...어서 앉거라...
채옥 : (앉으며)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안녹사 : 일은 무슨... 그냥 너하고 저녁이나 함께 하려고 부른게야...
고생 많지...어서 들어.... 술도 한잔 주랴?
채옥 : 먼저 말씀하시지요... 소녀에게 하실 말씀이 무엇입니까?
안녹사 : 급하기는... 별 말 아니니까... 어서 음식부터 들어, 식겠다.
채옥 : 말씀하십시오....
안녹사 : 하...거참... 오냐... 내 말하지... (자작해 한 잔 주욱 마신다) 너도 알다시피... 병택이 그 놈
우리 안씨 집안에 삼대독자다... 우리 집안에 희망은 저 놈 밖에 없어.
그런데 저 놈이 문과를 포기하고...되지도 않는 무과를 보겠다고 설쳐대는 걸 보면...
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게 돼.... 그,그게 다 그 놈 마음 속에 엉뚱한 생각을 품고 있기
때문인데....
채옥 : (마음이 불편하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안녹사 : 뭐 인물로만 따진다면야 채옥이 니가 무슨 흠이 있겠냐마는.... 세상에는 섞일 수 있는
신분이 있고 섞일 수 없는 신분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 헌데 병택이 그 놈이 그걸 모르고...
나는 다른 무엇보다 니가 상처받을까 두려워서 하는 말이야...
채옥 : (자조하듯 피식 웃으며, 술잔에 술을 채운다) 녹사 나으리....
안녹사 : 그래 그래 어서 들어...
채옥 : ...관비가 어찌 사람에 견줄 수 있겠습니까....
안녹사 : (당황스럽다)
채옥 : 관비는 나무 신세와 다를 게 없지요... 한번 자리를 정하면 누가 옮겨주기 전에는
절대로 움직일 수 없는... 제가 가고 싶고... 또 머무르고 싶은 자리가 있어도
그 자리에서 말라 죽을지언정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저는 그런 나무 같은 신셉니다....
심려마십시오... 나으리께서 심려하시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고개를 돌려 술을 들이키고는 일어난다)
안녹사 : (좀 미안하다) 채,채옥아.... 뭐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 있느냐?
채옥 : 그만 가보겠습니다... (나간다)
안녹사 : (살았다 싶어) 고맙다 채옥아...고마워... 내 좋은 자리 있으면 꼭 중신 서마...!
S#64. 동 방 앞 (밤)
댓돌 아래 내려선 채옥...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보름달을 올려다본다...
S#65. 동 집 앞 (밤)
힘없이 문을 나서는 채옥... 목검과 병서를 들고오는 병택...
병택 : (너무 반가워) 채옥아!...니가 우리집엔 왠일이냐?
채옥 : (가볍게 목례하고 그냥 나가려는데)
병택 : (붙잡으며) 채옥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면 어떡해...
바,밥이라도 먹고 가... 내가 얼른 상 차리라고 할테니까...
채옥 : (홱 돌아보며) 도련님!
병택 : (흠칫) 왜에?
채옥 : 도련님께서 지금 그 목검으로 제 옷깃이라도 건드린다면 제가 도련님 원하신대로 다 해드리지요.
식모를 하라면 식모를 할 것이고.... 첩살이를 하라면 첩살이를 하지요.
대신 제 옷깃도 건드리지 못하면...다시는 제게 관심을 두지 마십시오!
병택 : (당황해) 채옥아...
채옥 : 어서 공격하시지요!
병택 : 채옥아.... 왜 그래 무섭게....
채옥 : 어서요!
병택 : 싫어 나 안해! 도대체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응?
채옥 : (눈에 불을 켜고)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런 기회도 없을 겁니다!
병택, 아연해하다가 책을 땅에 버리고 입술을 악물며 목검을 치켜든다....
침을 꿀꺽 삼키며 손을 떠는 병택...
한참을 보다가 기합을 지르며 목검을 내리치는 병택!
S#66. 동 안녹사 방 (밤)
와락 문을 여는 병택... 눈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다...
상은 치워진 상태... 곰방대를 물고 있다가 놀라는 안녹사...
병택 : (버럭) 아버지!
안녹사 : 야 이놈아.. 니 아버지 안 죽었어.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 그리고 그 눈은 왜 또 밤탱이가 됐어?
이놈아 제발 그만두고 사서삼경이나 들여다 봐!
병택 : (털석 앉으며..울먹인다) 도대체... 도대체 채옥이한테 뭐라고 하신거예요?
저한테서 떨어지라고 하셨죠? 그렇죠?
안녹사 : 이놈아 내가 언제... 난 말하지도 않았는데...지가 먼저 그럴 일 없다고 하더라!
병택 : (울고 싶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정말 저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세요?
안녹사 : 이놈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만... (버럭) 천하에 깔린 게 기집이야!
내가 비록 미관말직이다만...그래도 뼈대가 있는 가문이야...
어디 천한 관비년을 집안에 들이겠다는거야!
병택 : (눈에 불을 켜는) 아부지..! ...따질려면 제대로 따지셔야죠...뼈대로 따질 것 같으면 우리보다
백배는 낫다구요 채옥이가 지금은 비록 관비지만...개 아버지는 홍문관 부제학을 지낸 당상인데..
우리 집안은 고조부께서 능참봉을 지내신 게 고작이잖아요!
안녹사 : 야 이놈아... 아무리 부제학을 지냈으면 뭐해? 지금은 역적의 집안이야 역적....!
병택 : 경신년의 환국이 진짜 역모였나요? 당파끼리 잇속 챙기느라 역모라 뒤집어 씌운 거 세상이
다 알고...
안녹사 : (화들짝 놀라... 누가 들을까 안절부절하는데)
병택 : 더구나 몇몇은 신원이 복권되기도 했잖아요... 누가 알아요? 채옥이 집안도 복권이 되서
다시 양갓집 규수가 될지...
안녹사 : (소리를 죽이며) 복권이 안되면...?
병택 : 안되면요...? (눈빛이 반짝이더니 이를 문다) 채옥이를 부인으로 맞이할 겁니다!
양반이 종을 거둬 대비정속(代婢定屬 - 관비를 대신 넣고 양민으로 데려오는 것)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제가 채옥이를 그렇게 면천 시킬 겁니다!
안녹사 : 에라이... 썩을 놈! (목침을 냅다 던진다)
병택의 이마를 때리는 목침... 병택의 비명!
S#67. 전옥서 담장 (밤)
검은 복면의 장성백이 담장과 지붕을 휙휙 날며 수직 군사를 살핀다
화톳불을 밝히고 수직하는 군사와 조를 이뤄 순찰을 하는 군사들...
S#68. 전옥서 담장 길 (밤)
채옥... 착찹한 표정으로 간다... 그 뒤를 나는 인영... 성백이다.
인기척을 느끼고는 돌아보는 채옥... 달빛에 나무 가지만 흔들린다...
몸을 숨기고 살피는 성백... 자신의 옆을 지나는 채옥의 얼굴을 본다.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리는 채옥의 얼굴...
의아해하는 장성백...
채옥이 저만큼 멀어지면 담장을 날아 따라간다...
털썩 주저 앉아 담장에 몸을 기대고 달을 바라보는 채옥...
...다시 몸을 낮추고 채옥을 보는 성백...
채옥의 모습이 한없이 처량하다... ...마음이 아리는 성백..
S#69. 좌포청 윤의 방 (밤)
화선지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윤... 특이하게도 양 손에 붓을 잡고 그린다...
심산 계곡에서 멱 감는 남녀의 모습이다...
<인터컷>
화선지의 그림이 젊은 윤과 채옥의 실사로 변한다...
생각에 빠진 채 빙그시 웃으며 그림을 보는 윤...
S#70. 동 윤의 방 앞 (밤)
촛불을 통해 창호에 비치는 윤의 그림자....
채옥 그 모습을 착찹한 표정으로 본다...
세욱 : (E)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 게냐?
세욱 : (E) 혹 황보 종사관을 이름이더냐?
채옥 : (윤의 그림자를 보며 마음 속으로) 나으리.... 차라리 절 산에 두고 오실 일이었습니다...
S#71. 동 윤의 방 안 (밤)
윤 다시 먹물에 붓을 찍어 드는데....
화선지 위, 채옥과 윤의 모습 위로 먹물이 뚝 떨어져 삽시간에 번지며 그림을 망쳐버린다...
어두워지는 윤의 표정...
채옥 : (E) 나으리 채옥입니다....
윤 : (화선지를 옆으로 치우며) 들어오너라.
채옥 : (들어와 예를 갖춘다)
윤 : 무슨 일이냐... 쉬지 않고...
채옥 : 나으리... 소녀가 하겠습니다.
윤 : 무얼 말이냐?
채옥 : 소녀가... 사주전 패거리에 잠입하겠습니다....!
윤 : (놀라 채옥을 쳐다보는) ......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