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호우주의보 및 경보가 내려지면서 침수피해가 우려되던 17일. 다행히 금강 유역엔 큰 피해는 없었다. 취재 차 방문한 19일엔 오히려 이틀 전 ‘비 피해’ 우려를 무색케 할 만큼 장마 후 찾아온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금강 유역에는 금남보, 금강보, 부여보가 세워지는데, 3개의 보는 저마다 목적이 다르다. 금남보는 세종시 시민들을 위한 수질개선과 생태환경 조성, 금강보는 건기를 대비한 수량관리, 부여보는 부여~공주 간 67km에 이르는 뱃길 복원을 통한 지역발전이 목적이다.
공정률 68% 금남보…낮게 설계된 덕에 진척속도 빨라
그 중 가장 상류에 위치한 금남보는 현재 68%의 공정률을 보이며, 전국에서 가장 앞선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상류 쪽인 점을 감안해 금남보는 다른 보에 비해 낮게 설계됐다. 상류부터 보가 높이 설계되면 하류의 수량 확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보 규모가 작다보니 철근빔 대신 모래포대로 가물막이를 해 물길을 차단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태균 금강 세종1공구 현장소장은 “지난 토요일(15일) 150mm 정도의 비가 왔지만 공사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며, “큰 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강 깊이를 1.5m까지 준설했고 강 상류에 대청댐도 있기 때문에 수위가 크게 올라가지 않아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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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금강 세종1공구 현장소장이 금남보 공사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
보 설치와 관련해 수질오염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 소장은 “금남보는 수문을 조금만 열게 되면 수문 아랫부분도 자동적으로 열리게 돼 오염이 심해질 수 있는 저층수를 배출하도록 만들어져 수질 악화를 막을 수 있다.”며 “그 순환속도가 빨라 하루 8~10톤 정도의 물을 내보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준설작업이 이루어지면서 강폭도 당초 150m에서 현재 450m까지 늘어나 수량이 풍부해지고 수질도 많이 개선됐다. 얼마 전에는 2급수에서만 산다는 쏘가리도 발견됐다고.
이 지역 토박이인 임흥철(67) 씨는 “여기 67년 살면서 이곳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원래 조금만 비가 와도 곡식 심어놓은 것도 다 쓸어가 버리고, 침수피해가 말이 아니었는데, 준설 작업을 통해 강이 깊어지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총길이 348m인 금남보는 현재 1단계 구간인 272m 공사가 사실상 끝난 상태다. 소수력발전소 등 나머지 2단계 구간은 우기가 끝나는 9월부터 다시 공사를 시작해 내년 6월 공사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한식 연기군수는 “세종시 계획안에도 이미 하천 정비계획이 들어있었고, 금남보의 경우 현재 60% 이상 공사가 진척돼 중단할 상황이 아니”라며, “다만 환경과 생태에 지장이 없도록 정부가 시간을 갖고 세심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강보, 하상계수 낮춰 공주 명승지 복원에 기여
공주시에서는 금강보 공사가 한창이다. 너비 400m, 높이 7m로 규모로 설치하는 금강보는 공정이 40% 정도 진행된 가운데 소수력발전소 등을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가 한창이었다. 보의 형태가 가장 디테일해 손이 많이 가는 작업 중 하나라고 현장관계자는 설명했다.
강 중앙에는 갈색 철근빔으로 가물막이가 존치된 상태였다. 금강보 7공구의 이경일 공사부장은 “기상상태를 매일 확인하고 있으며, 가물막이를 존치해도 무관하다는 국토해양부의 승인을 얻은 상태”라며, “가물막이도 횡 방향이 아닌 종 방향으로 설치돼 있어 물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강보(1270m)에서는 수문 설치를 위해 112m의 시트 파일을 남겨뒀으나 홍수 때 물 흐름에 지장이 없도록 가물막이 높이를 14m에서 7m로 낮췄다고 국토해양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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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보(금강살리기 7공구) 공사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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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종 방향 가물막이만 남겨둔 상태다. |
이경일 공사부장은 “이미 물그릇을 키워놨기 때문에 수위에 영향이 없다. 이번 호우 때에도 가물막이 1m 밑에까지밖에 물이 안 찼다”며, “설사 비가 많이 내려서 가물막이 안쪽으로 물이 넘치더라도 공사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실 물을 가두는 시설을 만드는 것은 하상계수가 높은 공주시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갈수기 때는 배를 못 띄울 정도로 하상계수가 높아졌기 때문. 이경일 부장은 “명승지 21호로 지정된 곰나루터는 이름만 나루터이지 제 구실을 못해왔다”며, “공주시 명승지를 활성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말까지 완공을 목표로 진행중인 금강보는 처녀곰과 나무꾼에 얽힌 곰나루 전설을 살려 공주의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준원 공주시장은 “금강살리기 사업이 완료되면 사람·자연·문화가 공존하는 친수공간이 만들어져 공주만의 관광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계백장군 부여보 랜드마크…준설 후 배수펌프 능력 증대될 것
금강 하류 쪽에 위치한 부여보는 42%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홍수기를 대비해 가물막이를 임시 철거한 상태. 우기가 끝나는 오는 9월 재설치 될 예정이다. 주요 시설로는 공도교, 소수력발전소, 자연형 어도, 전망데크 등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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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보(금강살리기 6공구) 공사현장. |
준설은 수중준설 방식으로 하고 있으며, 하루 2만 톤 정도의 골재가 반출되고 있다. 금강에 접한 부여군은 홍수를 대비한 배수펌프장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39개나 된다. 그러나 금강하구언을 막아 강물이 유통되지 않고 퇴적층이 쌓이면서 강의 하상이 높아져 역류현상이 일어나 배수펌프장은 기능을 상실한 상태.
정상훈 부여보 감리단장은 “준설을 통해 강바닥이 깊어지면 홍수의 하도 분담 능력이 증대되고 배수펌프 능력이 좀 더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변에는 천정대 왕흥사지, 임강사지 등 백제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찬란했던 백제 문화의 면모를 짐작케 한다.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부여보의 메인 테마는 ‘백제의 향기가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 백향유수’로 정했다. 부여보의 가동보는 말을 타고 백마강을 바라보는 계백장군을 형상화했다. 금강변에는 부여보 전망타워도 들어설 예정이다.
정상훈 감리단장은 “부여는 지역 특성상 관광으로 먹고살아야 하는데 고도제한법, 각종 문화재법 등에 묶여 개발이 제한돼 어려움이 컸다. 그런 점에서 금강 살리기 같은 인프라 구축은 하나의 기회”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부여보는 내년 말까지 공사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여보 공사가 완성되면 충분한 수량과 친수공간이 확보돼 부여-공주-세종을 연결하는 황포돛배 운항이 가능해진다. 또 금강변에 위치한 진번나루, 반조원나루와 옛 나루터를 정비하고 문화체험 코스 등을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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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부여를 관통하는 금강의 다른 표현)의 아침. |
이미 금강에서 유일하게 황포돛배를 운항하고 있는 부여군은 뱃길을 통해 백제문화관광이 활성화되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물길을 이용한 치수, 물류, 문화관광 산업 등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용우 부여군수는 “67km에 이르는 공주-부여 간 옛 뱃길 복원 등이 포함된 금강 살리기 사업이야말로 ‘문화가 흐르는 강’의 표본”이라며, “환경 및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천 수량을 적정 상태로 유지해 생태기능을 확보하고, 여기에 지역관광 개발과 경제 활성화 등 여러 가지 순기능까지 따져본다면 4대강 사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지난 24일 새벽 충남지역에 내린 기습성 집중호우로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비 피해가 발생했지만, 금강 유역 보 공사 현장은 침수 등의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ㅣ 공감코리아ㅣ
[손기남 그린리포터 / 녹색뉴스포털 그린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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