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역사 코미디 <황산벌>(감독 이준익, 제작 씨네월드)이 촬영장인 부여 세트를 공개했다. <황산벌>의 제작사인 씨네월드는 20일 충남 부여군 궁지리 백제오천결사대출정상 앞에서 제작발표회를 갖고 영화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제작발표회에 앞서 제작진은 백제 병사들의 혼령을 기리고 영화의 무사 제작을 비는 기원무와 충혼제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제작사 씨네월드의 대표이자 <황산벌>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과 김무환 부여군수를 비롯해 주인공인 계백과 김유신 역을 맡은 박중훈과 정진영이 극중 장군 의상을 갖추고 참석했으며 이문식, 이원종, 류승수 등 출연진도 자리를 함께 했다.
<황산벌>은 신라와 백제, 고구려 군사들이 현재의 사투리를 쓴다는 가정 하에 서기 660년 황산벌 전투가 벌어지는 전후 상황을 그린 영화. 1993년 <키드캅> 이후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는 이준익 감독은 “문화가 성숙한 나라일수록 자국의 역사를 풍자할 줄 안다”며 “과거 마당극처럼 풍자와 해학이 가득 담긴 영화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 관객의 사랑이 그리웠다”는 박중훈은 “이 영화처럼 제작초기부터 재미있겠다는 기대를 모은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영화배우로서 지금 내 경력이나 나이,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역할을 열심히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또한 박중훈은 “<황산벌> 출연계약을 하면서 통상적인 개런티 외에 근로 시간에 대한 계약을 따로 맺었는데 국내 연기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작사인 씨네월드는 하루 12시간 이상 촬영하지 않으며, 촬영 후 12시간의 휴식시간을 두고, 8월 말까지 촬영을 마친다는 사항을 박중훈과의 계약서에 명시했다. 이처럼 배우들의 근로 시간을 계약서에 명시한 것은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로 씨네월드는 2001년 제작한 영화 <달마야 놀자>에서도 이 같은 기본조건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지켜왔다.
한편, 제작진이 공개한 <황산벌> 세트는 각각 백제 진영과 신라 진영이 마주보고 있는 형태로 구성돼 있으며, 부여군 규암면 소재의 백제문화재현단지 맞은 편 2만 여 평 부지에 5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지어졌다. 지난 2월부터 3개월동안 강원도 산지 등에서 벌목한 300여 톤의 목재와 1만 여 개의 대나무가 사용됐으며 백제 진영 목책의 경우 너비 100m, 최고 높이 15m의 규모로 들어서 있다.
지난 1일 양수리 종합촬영소에서 크랭크인 한 <황산벌>은 현재 20% 정도의 촬영공정을 거친 상태로, 부여 세트장과 전주 등지에서 촬영을 마친 후 올 가을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