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주> 가족 여러분, 즐거운 설 명절 맞이하세요!
한국에서 춘절을 맞이하는 중국 근로자들, 사업가들, 유학생들, 중국 동포들, 외로우시지요?
대륙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동역자들, 대륙에 머물고 있는 분들, 유학생들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하나님의 특별한 위로가 모두에게 넘치기 바랍니다.
전에 선교방송기구(FEBC)에서 일하고 있을 때, 연초에 아시아 지역에 있는 체인 스테이션들을 순방하는 출장을 여러 차례 다녔습니다.
어쩌다가 춘절 기간에 대만이나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 중화문화권에 머물게 되면(그때 중국은, 수교 이전이어서 갈 수가 없었습니다) 식당이 거의 문을 닫아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온통 명절 분위기인데 혼자 객지에서 지내자니 더 외롭게 느껴지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야말로 고적(高適; 707-765)의 “제야음(除夜吟)”에 나오는대로 “객관한등독불면(客館寒燈獨不眠: “객지 여관 외로운 불빛 밑에 홀로 잠 못 이루네”)이었습니다.
그 일을 생각하며 한국의 중국인들, 중국의 한국인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민족의 전통을 이길 힘은 없습니다.
지금, 중국은 곳곳이 폭죽 소리로 요란할 것입니다.
이번에, 중국의 춘절은 음력 12월 24일에 집안 대청소를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춘절을 앞두고 집안 대청소를 하는 것은, 먼지를 치우는 풍습인 사오천[掃塵]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먼지라는 뜻의 글자[塵]와 낡다는 뜻의 글자[陳]의 발음이 같은 “진”이라고 하네요.
청소를 하는 날을 샤오녠[小年]이라고 하는데 이 말도 ‘사오천’에서 왔다고 합니다.
묵은 것을 깨끗하게 치우고 새롭게 한 해를 맞이하는 것이 퍽 좋게 여겨집니다.
중국은 국토가 넓어서 귀성과 복귀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춘절 휴가가 길지요.
보통 정월대보름까지 춘절 축제가 계속되고, 대보름을 넘기는 일도 많다고 합니다.
올해의 정월대보름이 2월 19일이니까 중국은 2월 거의 전부를 춘절 분위기에서 보낼 것으로 여겨집니다.
중국의 춘절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낡은 문화를 때려 부순다’며 야단을 부린 문화대혁명 때는 어떻했는지 궁금합니다.
누구, 아시는 분이 있으면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리의 설도 역사가 짧지 않은데, 일제강점기에 일본 당국은 양력 1월 1일을 ‘신정’이라는 이름으로 지키도록 강요했습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때, 정확하게는 1872년에 음력을 폐지했습니다.
그때 우리 선조들은 신정을 ‘왜(倭)설’이라고 불렀습니다.
해방된 뒤 이승만 박사가 나라를 다스릴 때도 신정을 강조했습니다.
그 때는 “이중과세를 하지 맙시다”하는 계몽강연이 많이 행해졌습니다.
신정은 사흘 연휴였고 설은 공휴일이 아니였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설에 지각을 하는 것을 엄하게 단속했습니다.
지금 5,60대 이상은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단속을 피해 가며 설을 많이 지켰습니다.
농촌지역에서는 더했습니다.
결국 1985년에 ‘민속의 날’(또는 민속절)‘이라는 이름으로 설이 공휴일이 되었고, 얼마 안 있어 연휴가 실시되었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민속명절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난다며 오랫동안 배격해 오다가 1989년에 설과 단오를 휴무일로 정했고, 지금은 설, 한식, 단오, 추석을 4대 민속명절로 지키고 있습니다.
민족의 전통을 이길 수는 있은 힘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중국사역, 우리가 앞장 서야
설과 춘절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나라와 중국은 이렇게 공통점, 또는 비슷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바탕에 농경문화, 한자문화, 이런 것들이 깔려 있기 때문이겠지요.
<중국을 주께로>의 지난 호부터 [중국어 마당]에 ‘한국 속담 중국어로 번역하기’ 코너가 연재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달에 저는 이 “발행인 통신”에 “속담에는 그 나라 전통과 문화의 엑기스가 담겨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것을 중국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배우는 가운데 선교역량의 무게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첫 회를 읽고 한국과 중국의 심성이 비슷해서인지 이해하기 쉬웠다고 하는 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우선 저부터가 그러하였습니다.
다시 북한 이야기인데, 한동안 북한의 속담에 대해 많은 흥미를 가지고 살펴 본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남한과 북한에 같은 속담이 많은 것을 보면서 놀라면서 ‘북한이 많이 이질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동질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구나!’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넓은 범위에서는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선교에 어떻게 활용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보곤합니다.
<중주> 가족 여러분,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논의를 많이 해야하겠지만 우선 ‘아무래도 비슷한 점이 많은 우리가 중국사역에 앞장 서야하겠다!’는 다짐을 저절로 하게 되네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이전인 1980년대와 90년대, 홍콩에서 중국선교에 대한 국제회의가 자주 열렸는데 그때 서양에서 온 대표들을 대하면 ‘아무래도 어색하다’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습니다.
바람직하거나 성숙한 생각은 아니었지요.
한국 대표들이 해외 중국교회 대표들과 의논하는데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 한자 몇 글자를 써보이면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 영어권의 대표들이 신기하게 여기던 일도 기억이 납니다. 영어와 중국어가 모두 빈약한 제가 이 방법을 많이 썼지요.
그렇습니다.
중국사역은 한국교회가 앞장 서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에서는 설, 중국에서는 춘절이라고 부르는 전통적 명절이 들어 있는 2월에 갖게 되는 단상(斷想)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번호에는 대만선교에 대한 글을 기획기사로 실었습니다.
대만선교에 대한 심층적인 고찰과 강도 높은 충고가 많은 깨달음을 줄 것입니다.
이 글의 필자는 대만교회의 수준이 높은 점을 여러 번 강조하고 있는데 그에 걸맞게 수준 높은 선교를 해야 할 것입니다.
글 가운데 화푸[華福]이라는 말이 몇 번 나옵니다.
이는 세계화인복음회의(世界華人福音會議)를 줄인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을 글자 그대로 ‘중화(중국)이 예수 믿어 복을 받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중국이 그런 나라가 되기를 기원했습니다.
3월 호에는 "중국 한어신학"이라는 기획 기사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어문선교회는 18일(금)에 창립29주년 총회를 갖고, 이어 19일까지 제12차 어문선교회 가족 모임을 갖습니다.
이 두 모임은 3월에 어문선교히 본부센터가 이전할 예정지인 구좌읍의 김녕에서 열립니다.
<중주> 가족 여러분도 마음으로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